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5/12

Santiago Pilgrimage 산티아고 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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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iago Pilgrimage

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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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은 지금은 양로원으로 개조해서 쓰이고 있었다.  따뜻한 햇살을 받으려고 나와서 앉아 있는 노인들도 많고 찾아온 가족들도 보인다.  옆에는 큰 묘지가 있는데 장례식이 거행되는지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큰 성당은 문이 닫혀 있고 양로원 옆의 소성당만 열려 있다.  성당으로 들어가는데 문앞에서 친구와 이야기를 즐기던 노인이 도장을 받겠냐고 묻는다.  우리가 건네준 순례자 패스포트를 받아들고 한참동안 무어라고 쓰신다.  그분의 정성이 담긴 손으로 쓴 도장이 소중하게 생각되었다. 

상수도 시설은 올라와 보니 오히려 아래쪽에서 보던 것 보다는 작아보였다.  그래도 수십 미터 높이로 일렬로 곧게 세워져있는 시설이 아주 독특한 멋이 있었다.

   

수도원이 있는 언덕에서 바라보는 시내가 참 평화스럽다.  Ave 강을 끼고 있는 이 도시는 잠깐 지나치지만 활기 넘치고 클래스가 있는 곳이라는 좋은 인상을 가지게 되었다.

시내를 나와 카미노 길을 찾는데 화살표가 불분명하여 혼동된다.  이럴때는 Google Map 이 많은 도움을 준다.  목적지를 입력하면 가야할 길안내가 잘 나오기 때문에 엉뚱한 방향으로 갈 위험은 없다. 

Fatima 에서 버스를 타고 Porto 에 올 때 많은 포도밭을 보았다.  Porto 가 와인 산지이니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Porto 바로 북쪽인 이곳은 옥수수 밭이 훨씬 더 많이 눈에 뜨인다.  그 많은 옥수수를 어디다 사용하는지 모르겠다.  빵 만드는데 쓰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고 그렇다고 목축을 많이 하는것 같지도 않으니 사료로도 별로 쓰일 것 같지는 않다.

Porto 에서 택한 카미노 해변길은  Arcos 에서 내륙길과 다시 합쳐진후 Sao Pedro de Rates 에서 다시 해변길로 갈라진다.  여기서부터는 원래 카미노인 내륙길을 걷기로 했다.  이 분기점이 정확히 표시되지 않아서 잘못하면 해안길로 빠지기 쉽다고 가이드 북이 경고를 했는데도  나는 그 해안길로 들어서고 있었다.  Anne 이 제대로 잡아주지 않았으면 엉뚱한 길로 빠질뻔했다.  가이드 북을 두번이나 읽었지만 기억을 못하는 거다.  

Porto 북쪽의 싼티아고 순례길은 파티마 순례길과 겹친다.  방향만 반대일 뿐이다.  곳곳에 노란색  싼티아고 순례길 표시와 파란색 파티마 순례길 표시가 서로 반대방향을 가리키며 새겨져 있다.

   

오늘은 Sao Pedro de Rates 에서 묵기로 했다.  마을 입구에 싼티아고의 동상이 있었다.  배에 모자를 대고 있는 모습이 먼 곳에서 볼 때는 행복한 배불뚝이 부처상처럼 보였다.

 

가이드 북에는 알베르게만 나와 있었는데 오기 직전 구입한 앱에 새로 생긴 casa rural (민박집) 이 있어 어제 저녁에 전화로 예약을 했다.  전혀 영어는 안 통하고 주인이 스페인어도 한다는데 내가 쬐끔 알고 있던 스페인어를 그사이 거의 다 잊어버려 두 사람 예약이 잘 되었는지 자신이 없었다.  가서 보니 조그만 침대가 하나인 방만 있어 포기하고 알베르게로 갔다. 

알베르게에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오늘 걸으며 본 순례자는 열명도 안 되었는데 어디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반대쪽에서 오는 파티마 순례자도 있어 보인다.  이층 침대의 아래쪽에서는 내가 자고 Anne 이 위에서 자기로 하고 베낭을 내려 놓은후 샤워와 빨래를 했다.  빨래를 잘 널어 놓고 이곳 성당을 찾아 갔다.  성당은 로마시대에 이교도 예배 장소로 쓰였던 곳에 지었다고 하는데 제대 뒤가 돔으로 되어 있는 간결한 형식이었다.   이 성당의 주보 성인인 베드로는 예수님의 제자가 아니라 이곳 사람인데 야고보 성인 (Santiago) 이 전교하러 왔을 때 성인으로부터 직접 세례를 받았다고 한다.  아마도 이곳 이베리아 반도에 새로 세워지는 교회의 반석이 되라고 베드로라고 이름을 지워주셨을 것 같다.  성당과 이 지역에 대해 포르투갈어와 함께 영어로 설명한 안내서가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주문 받는것부터 음식 서빙, 계산서 처리등 모든 것이 느린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느라 한시간 이상을 보내고 알베르게로 돌아 왔다.  알베르게 앞의 길이 큰 길도 아닌데 차가 자주 다녀 꽤 시끄럽다.  포르투갈 길의 특징인 coble stone 으로 포장되어 있어 차 다니는 소리가 더 요란하다. 

이 지역 길들은 인도와 차도의 구별이 없는 좁은 길이다.  그런데도 차들이 상당히 빨리 달리기 때문에 걸으며 위험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그리고 coble stone 위를 걷는 것은 아스팔트위를 걷는것 보다 훨씬 다리에 부담을 준다.

 

9월 24일 (토요일 Day 3: Sao Pedro de Rates – Barcelos)

포르투갈 길에서 보낸 첫 알베르게의 경험이 B 학점은 되었다.  Bed나 샤워,  kitchen등 시설도 괜찮고 직원들도 친절하였다.  그러나 밤에 자동차 소리가 요란하고 내방에 같이 묵은 독일 여자들 중에 코를 심하게 고는 사람이 둘이나 있어  잠드는데 힘들었다.  작년에 내가 묵은 알베르게의 같은 방 사람들도 나때문에 비슷한 경험을 했을지 모른다.  작년에 카미노를 다녀와 코고는 것을 예방하는 mouth piece 를 알게 되어 지금은 잘 쓰고 있는데 상당히 효과가 있다. 

알베르게에서는 모두 일찍 일어나고 일찍 떠난다.   어제 시장에서 산 토마토로 아침을 해결했다.  토마토가 상당히 짭잘했다.  아마 일부러 그렇게 키운다는 짭잘이 토마토였던것 같다.  

오늘 카미노에는 최근에 지어진 것 같은 상당히 고급스러운 집들이 많았다.  역시 대부분이 약간 계단을 올라가서 집으로 들어가도록 만들어져 있다.  농사는 역시 옥수수가 대세이다.  닭이나 오리를 마당에 기르는 집들도 자주 보이고 방목하는 양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오랫만에 보기좋은 들꽃이 눈에 들어온다.

거의 7km 를 걸어 café 에 도착했다.   이집은 안토니오 가족이 오랫동안 운영하고 있는데 가이드 북에 소개되어 있고 동호회 패이스 북에도 자주 나와 포르투갈 길 순례자들에게는 잘 알려진 곳이다.  손님 대부분이 어제 알베르게에서 묵은 사람들이다.  오랫만에 오믈렛으로 맛있게 아침을 먹었다. 

그곳부터는 본길을 벗어나 Franqueira 산으로 오르는 길을 택했다.  가이드 북 소개에 의하면 조금 멀고 오르막 길이지만 정상에 18세기에 지은 전망 좋은 소성당이 있고 내려오면서 로마 시대의 성곽 유적과 수도원을 볼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올라가는 길은 완만하여 어렵지 않았다.  소성당은 산 위에 아담하게 지어져 있는데 오늘은 결혼식이 있어서 내부를 잘 꾸며 놓았다.  하객들이 계속 차를 타고 도착하고 얼마쯤 지나니 신부가 도착했다.  쾌청한 날씨에 멋진 곳에서 결혼을 하는 신부 신랑을 위해 마음속으로 축원했다.  정상에서 바라본 경치가 좋았다.  멀리 보이는 마을이 오늘 우리가 묵으려는 Barcelos 같았다.

   

      

내려오면서 들린 로마시대의 성곽은 그렇다는 설명을 읽었으니 그런가보다 하였지 그냥 지나치면 돌무더기 담으로 생각했을지 모르겠다.  수도원은 문이 닫혀 있어 안을 볼 수 없었다.  

Barcelos 시내로 들어가려면 Cavado 강을 건너야 하는데 강의 남쪽에 있는 도시가 Barcelinhos 이다.  이름으로 추측하건데 여동생 도시인 모양이다.  이곳에 미국에서 사무용품을 파는 상점  STAPLES 가 있어 들어가 보았다.  규모나 종류가 비슷했는데 혹시 포르투갈 특유의 용품이 있나 둘러 보았으나 눈에 뜨이지 않았다.

Barcelinhos 에는 성 안드레아 성당이 있었다.  성 안드레아를 주보 성인으로 모시는 성당은 흔치 않아서 반가웠다.  나의 영세명이 김대건 신부의 안드레아를 따랐기 때문에 성 안드레아는 영세명으로 보면 할아버지 뻘이 되는 셈인가?  마침 문이 열려 있어 안에도 들어가 볼 수 있었다.

 

Barcelos 로 들어가는 다리는 1328년에 지었다는데 이름도 Ponte Medieval 이다.  길지는 않지만 견고하고 안정감을 주는 다리다.

Barcelos 는 품위있는 도시였다.  도시의 중심 광장인 Campo da Republica는 크고 잘 손질되어 있었다.  이곳에서 매주 목요일에 포르투갈에서 제일 큰 시장이 열린다고 한다.  Tourism Office 에 들려 관광 정보와 도장을 받았다.  중세때 이곳을 출입하던 관문인 tower (Torre da Porta Nova) 가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어 올라가 보았다.  깨끗한 도시가 한 눈에 한가로이 들어온다.

Tower 옆에 위치한 팔각형의 성당 (Templo do Bom Jesus) 은 1704년에 원래 있던 소성당 위에다 팔각형 돔 형태의 temple 을 증축하였다는데 아주 인상적이었다.  이곳을 중심으로 매년 5월 3일 십자가 축제가 거행된다고 한다.  1504년 그 옆의 시장터에서 기적적으로 나타난 십자가를 기념하기 위한 축제라고 하니 500년이 넘는 전통이 된 셈이다.

작년에 걸었던 카미노 불란서 길의 Santo Domingo 마을에 수탉(rooster)에 얼킨 전설이 있었다.    그곳 스페인의 전설에 의하면 옛날에 한 독일인 부부와 아들이 싼티아고 순례길에 그 마을 여관에 묵었는데 여관집 딸이 아들을 보고 한눈에 반해 버렸단다.  그 딸이 추파를 보내도 아들이 무시해버리자 베낭에 몰래 은그릇을 집어 넣고는 아들을 도둑으로 고발했단다.  아들이 교수형 선고를 받자 부모는 낙담했지만 그래도 싼티아고로 떠났다.  얼마후 순례를 마치고 돌아오던 부모는 아들이 교수대에 기적같이 살아있는 것을 보았다.  도밍고 성인이 개입을 한 덕분이었다.  부모는 그길로 재판관에게 달려가 이 사실을 고했다.  저녁을 먹고 있던 재판관은 먹으려던 통닭을 가리키며 당신 아들은 이 통닭과 같은 처지라고 말하자 그 통닭이 벌떡 일어나 울었다고 한다.  이 기적을 보고 재판관이 교수대로 달려가 밧줄을 끊고 아들을 사면하였다고 한다. 

포르투갈에는 Barcelos에 이 수탉에 얼킨 전설이 있다.  포르투갈 전설에 따르면 옛날 이 지역의 부자가 큰 파티를 열었는데 은그릇이 없어졌단다.  싼티아고 순례를 하고 있던 갈리시아 지방에서 온 사람이 범인으로 지목되어 교수형 선고를 받게 되었다.  무죄를 주장하던 이 순례자는 죽기전에 재판관을 면담하고 싶다하여 만찬중에 있던 재판관을 보게 되었다.  그 순례자는 만찬 테이블에 있던 통닭을 가리키며 자기가 교수형에 처하면 그 닭이 울어 자신의 무죄를 입증해 줄거라고 선언했다.  모두들 비웃었지만 그 순례자가 교수형에 처해지자 통닭이 일어나 울었다 한다.  현장으로 급히 달려간 재판관은 순례자가 아직 살아 있는 것을 보고 석방해 주었다.  야고보 성인 (Santiago) 과 성모님이 보살펴 주어서 일어난 기적이라고 전해진다. 

포르투갈 전설은 스페인에 비해 재미없는 편인데도 이 수탉은 Barcelos 뿐만 아니라 포르투갈 전역에서 국가적 상징으로 여겨지는 것같다.  리스본, Porto 등 어느 곳에서나 관광 기념품 상점에서 볼 수 있었다. 

   

점심은 호텔 레스토랑에서 rack of grilled goat ribs을 했는데 염소 갈비를 LA 갈비 처럼 얇게 잘라서 구워 내왔다.  누가 누구에게서 배웠는지는 모르겠지만 냄새도 안 나고 상당히 연한 편이어서 맛있게 먹었다.

 

9월 25일 (일요일 Day 4: Braga)

오늘은 카미노를 걷지 않고 Barcelos에서 멀지 않은 Braga를 다녀 오기로 했다.  Braga는 인구 140,000 의 큰 도시로 포르투갈에서 가장 종교적 도시이며 가장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도시라고 한다.  포르투갈 길이 그곳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따로 시간을 내어 들려 보기를 가이드 북이나 선배 순례자들이 권장한다.  일요일이라 버스가 12시 30분에 출발하는 것 하나밖에 없어서  8시50분 기차를 타기로 했다.  카미노를 걸으며 낯이 익혀진 사람들 십여명이 타고 있다.  기차에서 내려 시 중심가를 들어가는데 입구에 휘장을 쳐 놓은 것이 특이했다.

우선 대성당에 들려 표를 사서 성당 내부와 회랑을 둘러 보았다.  대성당은 1089년에 오랫동안 이곳을 지배했었던 Moors 의 이슬람 사원 자리에 세워져 있었다.  포르투갈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고 포르투갈을 세운 왕의 부모가 모셔져 있다고 한다.  벽면 장식과 높이 위치한 파이프 오르간이 눈을 끌었다. 

정교한 조각이 새겨진 제대와 중후해 보이는 성모상이 독특했고 책을 들고 순례하는 Santiago 상이 눈을 끌었다.

회랑에는 무덤이 많았는데 최근에 죽은 사람들의 무덤도 상당히 있었다.  살아있는 성당들은 묘지로서의 역할을 계속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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