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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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iago Pilgrimage

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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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30분 미사에 다시 오기로 하고 관광 안내소에 들려 도장과 관광 지도를 받았다.  미사후에 가기위해  Bom Jesus do Monte 에 가는 버스편도 알아 두었다.  Good Jesus of the Mount 라는 의미인 이곳은 포르투갈 성지인데 Braga 에서 제일 유명한 관광지이다.   

Braga 중심 광장은 예뻤다.  여러 가지 꽃으로 잘 단장해 놓았고 포르투갈 최고의 관광지 답게 많은 관광객으로 붐비었다.  관광 안내소나 시민들이 관광객들을 도와주려는 노력이 역력했다.  군밤을 팔고 있어 한 봉지를 샀는데 맛은 별로였다.

 

근처에 로마시대 Bath House 가 있다 해서 미사전에 보려고 열심히 찾아가 보니 일요일이라 문을 닫았다.  아쉬운대로 밖에서 안을 들여다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대성당 미사에는 지역 사람들이 많이 참석하고 있었다.  안내하는 사람들도 전통 복장을 하거나 정장을 하여 엄숙하게 분위기를 이끌었고 성가대의 음악도 아름다웠다.  복사를 하는 남녀 아이들 여섯명의 열심한 모습도 대견했다.

서른살이 훨씬 넘어보이는 다운 증후군의 아들과 상당히 지적으로 생긴 엄마가 앞자리에 앉아 있다.  일어서고 무릎꿇고 다시 앉고 하는 카톨릭 미사 전례의 순서를 아들이 잘 따라하도록 엄마가 도와 주고 있었다.  일일이 게속해서 챙겨 주고 있는 엄마의 얼굴이 평화로웠다.  고칠 수 없는 장애를 가진 아들을 둔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래도 엄마가 평온할 수 있는 큰 이유중의 하나가 종교안에서의 믿음일거라 생각했다.  종교가 주는 가장 큰 혜택은 처한 상황이 아무리 나쁘고 힘들더라도 그 상황을 살아가고 있는 신자에게 마음의 평온과 힘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의 큰 종교들이 덕목으로 강조하고 있는 사랑, 용서, 겸손등은 모두 우리가 지금 여기서 마음의 평온을 얻고 살아가려면 실천해야 하는 덕목들이다.  근세에 이성주의가 팽배하여 신은 죽었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을 때 곧이어 신을 다시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는 것은 아마도 이런 맥락이리라.  신이 있느냐 없느냐는 각자의 믿음과 체험에 따라 결정될 문제지만 신이 필요한가는 실존의 문제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그 엄마의 평온한 모습이 아직도 마음안에 남아 있다.

Bom Jesus do Monte 는 Braga 시내에서 5km 정도 떨어진 언덕에 있다.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가서 내리면 그곳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성당까지 올라 갈 수 있다.  우리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 가고 걸어서 내려 오기로 했다.  1.2유로가 아깝지 않은  높이였다.   성당은 예수님의 십자가 처형 장면을 제대 뒤에 재현해 놓았다.  두 명의 죄수, 성모님과 세명의 마리아 등이 함께하는 예수님의 마지막 수난을 보며 그 의미를 묵상하게 만들었다.

 

성당 주변은 예수님의 공생활과 수난의 주요 장면들을 곳곳에 만들어 놓았다.  가족들이 즐길 수 있는 산책로도 여럿 있고 보트를 타는 호수도 있다. 놀랍게도 호텔이 셋이나 있었다.  성지라기보다는 유원지에 더 가까운 분위기였다.

 

성당에서 내려오는 계단은 신약과 구약에 나오는 주요 인물들의 석상을 세워 놓고 적절한 성서 구절을 인용해 놓았다.  하나씩 보면서 내려 오는 것이 심심하지 않아서 좋았다.

Braga 시내로 다시 돌아와 로마 시대의 분수를 보러 갔더니 일요일이라 역시 열려 있지 않았다.  주말에는 관광객들이 더 많을 것 같은데 관광지가 문을 닫는 것이 이해하기 어려웠다.

Barcelos로 돌아 올 때는 버스를 이용했다.  집과 상점이 많이 있었다.  조그만 규모의 아울렛도 많이 보이고 자동차 딜러등 상당히 규모가 큰 상점들이 있었다.  Barcelos 버스 정류장에서 같은 버스를 타고 온 Scott과 Peggy 부부와 인사했다.  Seattle에서 온 그들은 리스본에서 카미노를 시작해 한 5일쯤 걷고 버스로 Braga 에 왔다가 이제 Barcelos 로 오는 길이란다.  이곳부터는 다시 걸을 계획이란다.  앞으로 기회가 있으면 만날거라며 헤어졌는데 그후 다시 보지는 못했다.

저녁은 포르투갈 음식중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생선 국밥’을 시켰다.  밥을 넣은 생선 스튜이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쌀을 많이 사용한다.  생선이나 고기 요리를 시키면 french fry나 밥을 선택해 곁들이게 하는데 이 밥은 대체로 반 정도 익힌 설익은 밥이어서 우리 입맛에는 안 맞았다.  그런데 생선 스튜에 밥을 아예 넣어 끓여 나오는 이 생선 국밥은 도미로 만든 것과 새우로 만든 것을 먹어 보았는데 맵지 않고 시원한게 입맛에 잘 맞았다.

  

9월 26일 (월요일 Day 5: Barcelos – Ponte de Lima)

오늘은 34km 를 걸어 Ponte de Lima 까지 갈 계획이다.  호텔에서 checkout 을 하며 “두 사람이 묵을 침대가 따로 있는 방이 있느냐?” 라는 물음을 포르투갈 말로 어떻게 하는지 적어 달라고 했다.  혹시라도 사용해야 할 필요에 대비를 했다.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출발하니 7시 50분이다.  조그만 마을을 지나는데 황소를 기르는 곳이 있어 신기했다.  스페인에 투우용으로 수출하기 위해 사육하는 것인가 하고 잠깐 생각했다.  걷다 보면 집에서 염소, 닭등을 기르는 곳을 많이 본다.  규모로 봐서는 자체 소비가 목적일것 같았다.  길옆의 작은 목장에서 소에 사료를 주는 방법이 특이하고 재미있었다.

마을들을 계속 지나는데 café 가 없다.  Barcelos 에서 3.4km 떨어진 Vila Boa에 하나 있었는데 아침을 먹은지 얼마 되지 않아 그냥 지나쳤었다.  그리고는  7km  이상을 걸었는데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가이드 북에는 그 사이에 둘이나 있는 것으로 나와 있어 문제가 없을거라고 생각했었는데.  Café 에 들리는 큰 목적의 하나는 화장실 이용인데 이럴때는 차라리 아주 집이 없는 편이 오히려 편리하다.  Tamel을 지나며 언덕 아래쪽에 기차역이 보여서 카미노를 벗어나 그 역으로 갔다.  역앞에 café가 있어 화장실을 이용하고 음료수를 마시며 잠시 쉬었다.  그러나 그 후에도 12km 이상을 걷도록 café 를 볼 수 없었다.  누군가 적당한 곳에 화장실 있는 café 를 차리면 주인과 순례자 모두에게 아주 좋을것 같다.

이 지역 역시 옥수수가 주요 작물이다.  그런데 옥수수밭의 가장자리에는 대부분 포도가 심겨져 있었다.  이 지역에서는 완전히 포도나무만 심어 놓은 밭이 보이지 않는 걸로 보아 포도는 부업인 모양이다.  이곳의 포도 나무는 키가 큰 편이어서 나무 아래에 채소를 심어 놓은 곳도 많았다.  Napa Valley 나 Porto, 그리고 작년에 스페인 와인 지역에서 보았던 낮으막한 포도 나무들과는 다르다.  테이블용인지 와인용인지 그 용도가 궁금했다.  포도 수확철이어서 사다리나 경운기 위에 올라서 포도 따는 광경이 자주 보였다. 

나중에 알고보니 포르투갈의 이 지역이 Vinho Verde (green wine) 의 산지라고 한다.  요즘 인기가 있는지 Anne이 저녁 식사 때에 여러번 주문했는데 순하고, 신맛이 덜하고, 신선한 맛이었다.  색깔은 white wine에 가까운 것들이 많지만 red wine 이나 rose도 있어 다양했다.  Wikipedia 를 보니 포르투갈의 이 지역 (Minho) 이 산지이고 소규모 포도밭에서 생산하는데  2014년 통계에 의하면 포도밭이 19,000 곳이나 되는 것으로 나와 있다.  포도 나무의 키가 커서 나무 아래에 채소를 기른다고 한다.   Vinho Verde 는 글자 그대로는 green wine 이라 번역하지만 만든 다음 숙성을 오래 시키지 않고 출하하기 때문에 young wine 이라고 번역하는 편이 정확하다고 한다.

이 지역에는 또 밤나무도 많이 보인다.  카미노 길가에 가로수처럼 서 있는 경우도 있고 잘 익은 밤송이가 길에 떨어져 있는 경우는 흔하게 보았다.  군밤이외에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 궁금했다.  우리나라처럼 제사상이나 밥 짓는데 쓰일리는 없지만 밤을 이용한 pastry는 분명히 있을 것 같다.

카미노를 걸으며 지금까지 보아온 포르투갈의 집들은 대부분 깔끔하고 윤택해 보인다.  흰벽에 빨간 기와 지붕을 한 집들이 많은데 대부분 잘 관리하고 있고 정원도 상당히 신경을 써서 가꾸고 있는 것 같다.  가끔 검정 기와를 얹은 지붕이 보이는데 그런 집들은 꼭 일본 주택 같은 느낌이 들었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상당히 가정적인 것 같다.  주말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같이 놀아 주는 것을 많이 본다.  작년에 스페인을 걸으며 스페인 사람들에 대해서도 똑같은 생각을 했었다.

 

마지막 5-6km 는 좀 힘이 들었지만 계획대로 Ponte de Lima 에 도착했다.  포르투갈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라고 자랑하는 곳이다.  강변을 따라 걸어 들어 가는 길에 오래된 가로수가 웅장하게 맞아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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