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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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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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기가 들어 간단히 요기를 하려고 tapas 집들을 가 보았는데 문을 연 집을 찾을 수 없었다.  Café 부분은 열어 놓았지만 tapas 를 파는 레스토랑은 8시에 시작 한단다.  관광객이 상당한 것 같은데 일찍 음식을 파는 곳이 없는 것을 보니 관광객 대부분이 스페인 사람들이고 아직은 외국인이 많지 않은 모양이다.  아니면 작년에 걸었던 불란서 길의 레스토랑 주인들 보다는 더 고집이 센 편인지도 모르겠다.  불란서 길에는 일찍 저녁 식사를 파는 레스토랑들이 상당히 있었다.

호텔에 들어와 샤워와 빨래를 한 후 9시가 넘은 후 나갔다.  금요일 저녁이어서 인지 많은 사람들로 활기가 차 있었다.  원래 마음 먹은대로 tapas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이곳의 특별 요리인 scallop(가리비)을 시키고 이틀후 지나게 될  Padron 지역에서 나오는 pepper도 시켰다.  Padron pepper는 기름을 발라 구워서 소금으로 살짝 간을 하였는데 고추의 제맛이 잘 살아 있다.  대체로 순한 고추인데 가끔 아주 매운 고추가 섞여 있어 놀라게 만든다.  매운 고추를 잘 못 먹는 Anne에게 매운 것이 모두 걸려 드는 것이 재미있었다. 


 

  

 

밤에 보는 성 프란치스코 수도원이 더 운치가 있다.

싼티아고 순례기 II – 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10월 1일 (토요일 Day 10:  Pontevedera – Carracedo)

 

호텔 식당에서 아침을 한 후 길에 나서니 8시30분이다.  늦은 시간이지만 순례객들이 많이 눈에 띄는 것이 주말에만 걷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모양이다.  도시를 나오는 다리, Burgo Bridge에는 카미노 상징인 scallop 모양이 새겨져 있다.  로마 때 지었던 자리에 지금의 다리를 12세기에 만들었다고 한다.

싼티아고 순례기 II – 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오늘 길은 갈리시아 지방의 전형적인 시골 길이 많았다.   이미 사진으로 올렸던 것처럼 나무 숲 사이로 만들어진 길도 있었지만 옆으로 밭을 끼고 걷는 길이 더 많았다.

싼티아고 순례기 II – 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날씨가 상당히 쌀쌀한데 오후가 될 때까지 풀리지 않았다.  8km 정도를 걷는 동안 café 가 없어 불편했다.  마침내 도달한 café는 차고에 만들어 놓은 곳이었는데 긴 거리를 쉴 곳과 화장실을 기다렸던 순례자들로 붐비었다.   몇가지 음료를 냉장고에 넣어 두었고 sandwich는 부엌에서 만들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커피를 시켰는데 인스탄트를 타서 주는지 맛이 형편없다.  완전 자리 덕을 보고있는 것이다.  불란서 길과는 달리 포르투갈 길은 아직 순례자를 위한 시설이 미약한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Caldas de Reis 도착전 10km 지점부터는 카미노가 하이웨이를 따라 걷게 되어 있다.  어떤 곳은 길 옆을 따라 가다가 일부러 틀어서 시골길로 들어가게 한 후 다시 하이웨이로 나오게 만든 것이 억지가 심한 것 같다.  우리는 Caldas de Reis 까지 21km를 걸은 후 늦은 점심을 먹고 5km 를 더 걷기로 했다.  그렇게 하면 Carracedo 까지 가서 펜션에 묵을 수 있다.  가이드 북에 나오는 구간보다 조금 더 걸어서 이틀 후 싼티아고에 정오 미사 시간 전에 도착하기로 계획했다.

 

Caldas de Reis 는 온천이 유명하다고 한다.  중심가에 있는 성 토마스 성당앞에서 며칠전 Rubiaes 사설 알베르게에서 같이 묵은 캐나다 동양 여자와 영국에서 온 부부를 만났다.  이미 알베르게에 체크인 하고 빨래 등 해야할 일들을 마치고 구경 나온 것 같다.  반가이 인사를 하고  싼티아고에서 보자며 헤어졌지만 다시 만나지는 못했다.

 

스페인에는 빵을 배달 받아 먹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시골의 한적한 곳에까지 배달을 해 주는지 빵 배달통을 만들어 놓은 집이 상당히 많다.  배달통이 없으면 배달차가 그냥 대문에 걸어 놓는다.  빵이 주식이고 만드는데 손이 많이 가니 이런 서비스가 필요하리라.

싼티아고 순례기 II – 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싼티아고 순례기 II – 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Carracedo 는 아주 조그만 마을이다.  우리가 묵을 펜션은 마을 중심에서 1km 떨어진 하이웨이 옆에 있었다.  BBQ 레스토랑도 같이 하고 있는데 오늘은 문을 닫았다.  우리가 오늘 첫 숙박객인 것 같다.  마을 중심에 supermarket 이 있다 해서 가보니 캔디와 아이스크림 종류를 곁들여 팔고 있는 Bar 처럼 보였고 물 이외에는 살 것이 없었다.  숙소로 돌아오며 근처의 café 에 들러 sandwich를 주문해서 들고 왔다.  아직 저녁 생각이 없는데  7시에 문을 닫는다고 하니 사다 놓는 수밖에 없다.

 

동네에 성당이 보여 혹시 토요일 저녁 미사가 있을까 하고 가 보았더니 폐쇄된 성당이다.  주일 미사는 내일 알아 보기로 하고 돌아와 sandwich로 저녁을 해결했다.  한가하게 앉아 싼티아고에서 묵을 곳과 집으로 돌아갈 교통편을 예약했다.

 

 

10월 2일 (일요일 Day 11:  Carracedo – A Picarana)

 

아침에 일어나 짐을 꾸리고 빠진 물건 확인하려 Anne 이 침대 시트를 벗겨 보니 아래쪽에 붉은 점이 보였다.  빈대 흔적같아서 기분이 엉망이 된다.  어제 오후에 체크인 해서는 방이 깨끗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순식간에 더러워 보였다.  마음 변하는 것이 이렇게 순간이다.  빈대는 순례자들이 모두 두려워 한다.  어젯밤 자기 전에 보았으면 어떻게 했을까?  이 근처에는 다른 숙소가 없다.  아마도 가지고 다니던 방충 처리된 침낭 라이너를 쓸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미 엎지러진 물이니 그저 별일 없기를 바랄 뿐이었다.

 

씁쓸한 기분으로 숙소를 나와 옆에 있는 café 에 아침을 하러 갔다.  7시 30분인데 아직 한가하다.  어제 저녁에 눈 여겨둔 American Breakfast 를 시켰더니 베이컨은 기름 투성이고 쏘세지는 hot dog 용이다.  작년 불란서 길에서도 오랜만에 American Breakfast가 메뉴에 있어 시켰다가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 그사이 잊고 있었다. 

싼티아고 순례기 II – 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조금 앉아 있으니 Caldas de Reis 에서 출발한 순례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해 곧 café 가 가득 찼다.  이곳은 Caldas 에서 5km 쯤 떨어진 첫번째 café 이어서 장소가 너무 좋다.  자리를 내주고 걷기 시작했다.  동네를 나오는데 이곳에도 한국의 정자 같은 것이 보인다.      

싼티아고 순례기 II – 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오늘은 날씨가 더 쌀쌀하다.  2-3km 를 걸었는데도 추위가 풀리지 않아 비옷을 꺼내 입었다.  오늘 카미노는 잘 자란 나무 가운데로 난 운치 있는 길들이 많다.  걷기에 기분이 상쾌하다.  작년 불란서 길의 갈리시아 지역이 생각났다.  그때도 걷는 맛이 정말 좋았다.

싼티아고 순례기 II – 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여기도 밤나무가 많다.  어떤 곳은 가로수처럼 서 있는데 길에 떨어진 밤송이를 까니 잘익은 커다란 밤이 보인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밤을 주으러 나온 사람들이 가끔 눈에 띈다. 

싼티아고 순례기 II – 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싼티아고 순례기 II – 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오늘 카미노의 가장 큰 도시인 Padron 에 들어서는데 길가와 공터에 자동차들이 빽빽이 주차되어 있다.  무슨 행사가 있나 했더니 일요일마다 열리는 시장 때문이었다.  잡화, 야채, 과일, 생선, 빵을 파는 노점들이 난전으로 들어서 있다.  부딪치지 않고는 지나가기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었다.  문어와 BBQ 갈비를 파는 간이 음식점과 추로스 (churros)를 즉석에서 만들어 파는 포장마차도 여럿 있다.  미사를 보고 와서 점심을 하기로 했다.

 

Website에서 12시30분에 미사를 한다는 Santiago 성당에 갔으나 미사가 없다고 한다.  다리 건너 카르멜 수도원 성당에 미사가 있다고 하여 서둘러 가보니 이미 미사가 한참 진행중이었다.  12시에 시작한 모양이다.  그래도 성찬의 전례는 참례할 수 있었다.  성모 마리아 공경이 상당하여 성당 곳곳에 마리아 상이 여럿 있는데 특히 제대 오른쪽에 위치한 두 성모상은 꽃과 촟불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그중 낮은곳에 위치한 마리아상 앞에는 기도문이 적힌 카드가 놓여 있는데 그것을 집어서 마리아 상에 비비고 나서 가져 간다.  그 마리아상에 지폐가 붙어 있어 마음이 불편했다.  예루살렘 성전 앞에서 제물을 거래하는 상인들을 혼낸 예수님이 이 광경을 보면 무어라 하실까.

싼티아고 순례기 II – 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싼티아고 순례기 II – 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성당 아래에는 카르멜 분수 (Fuente del Carmen) 가 있다.  16세기에 만들어졌는데 Santiago (야고보 성인)가 처음 이베리아 반도에 와서 선교할 때 이교도 여왕 Lupa를 개종 시키는 장면이 조각되어 있다.

싼티아고 순례기 II – 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미사후 시장으로 다시 와서 문어와 BBQ 갈비로 점심을 했다.  갈비를 어떻게 주문할지를 몰라 스페인어 사전을 찾아 봤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내 몸통의 갈비뼈를 만져 주었더니 소통이 된다.  와인은 사발에 담아 준다. 

싼티아고 순례기 II – 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싼티아고 순례기 II – 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싼티아고 순례기 II – 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싼티아고 순례기 II – 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디저트로 즉석에서 튀긴 추로스를 포장 마차에서 사 먹었는데 알맞게 방금 튀긴 추로스의 맛과 질감이 기가 막혔다.

싼티아고 순례기 II – 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싼티아고 순례기 II – 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점심후 Santiago 가 처음 선교를 시작했다는 Monte Santiaguino로 올라갔다. 계단을 한참 올라가면 공원이 나오는데 그 공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기념 십자가가 서 있는데 안내판이 없어 찾기가 쉽지 않았다.   전설에 의하면 이 언덕에서 Santiago 가 이방인들에게 처음으로 복음을 선포했단다.  순례의 도착지인 싼티아고시가 성인의 죽음과 묻힘을 상징하는 곳이라면 이곳은 성인의 삶과 활동을 상징하는 곳이다.

싼티아고 순례기 II – 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Padron 을 떠나 조금 걸으니 싼티아고가 19.595km 남았다는 이정표가 넘어질 듯이 서 있다.  이제 20km 도 남지 않았다.  기념사진을 찍었다.  조금 더 걷고 쉬면서 오늘 묵을 곳인 A Picarana에 숙소를 예약했다.  싼티아고에서 15km 떨어진 그곳에서 출발하면 내일 정오 미사에 맞춰 싼티아고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서 3km 만 더 걸으면 숙소에 도착한다. 

싼티아고 순례기 II – 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가는 길에 꽤 큰 성당이 있는데 그 앞에 추로스 노점이 서넛 있고 봉헌초를 파는 곳도 있다.  봉헌초는 Fatima 에서 파는 것과 같은 종류로 신체 부위를 만든 것도 있었다.  오늘이 일요일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성당이 열려 있어 들어가려는데 마침 장례미사를 끝내고 관이 나오고 있었다.  관은 영구차로 향하고 하객이 그 뒤를 따른다.  성당에서 잠깐 시간을 보내고 나와 카미노로 접어드니 그 장례 행렬이 앞에 가고 있다.  묘지는 성당에서 한 150m 정도 떨어져 있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카미노에서 본 묘지들은 대부분 성당옆에 있거나 가까이 있다.  납골당처럼 생긴 것도 있는데 보관하는 곳이 상당히 커서 무엇이 다른 것일까 생각하곤 했다.  오늘 아침 걸으며 알게된 바로는 이런 곳은 화장한 재를 모시는 곳이 아니라 관을 그대로 모시는 곳이었다.  카톨릭 교회가 화장을 허용하고 있지만 (재를 뿌리거나 나누어 보관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 아직 스페인에서는 문화적으로 잘 받아 들여지지 않고 있는 모양이다.

싼티아고 순례기 II – 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오후가 되면서 Anne이 종아리부터 시작해서 여기 저기가 가렵다고 한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어젯밤에 빈대에 물렸는지 아니면 음식이나 빨래한 세제에 알러지가 생겼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내일 싼티아고에 들어가면 우선 옷들을 기계 세탁하고 집에 돌아가면 작년과 마찬가지로 모든 장비와 옷, 신발을 검정 garbage bag 에 넣은 다음 잘 묶어서 밖에 며칠간 놓아 둘 것이다.  빈대는 열에 약하기 때문에 이렇게 하면 혹시라도 묻어 온 놈들이 모두 죽는단다.

 

6시가 다 되어 숙소에 도착했다.  이 펜션을 운영하는 주인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café 도 운영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스페인 집밥 스타일인 순례자 메뉴로 저녁을 잘 먹었다.  숙소로 돌아오며 보니 café 와 폔션 사이에 있는 건물이 스트립 쇼를 하는 곳이다.  카미노를 걸으며 처음 보는 성인 엔터테인먼트 영업 장소다.  건물 앞쪽에는 빨간 차 한대만 주차해 있었다.  뒷쪽에는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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