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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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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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일 (일요일 Day 12:  A Picarana – 싼티아고)

 7시 조금 넘어 길에 나서니 아직 깜깜하다.  출발하여 조금 걷자 예상치 않게 café 가 나왔다.  가이드 북에서도 보지 못했고 app에도 나와 있지 않은 카페였다.  들어가 아침을 주문하니 빵 배달이 아직 되지 않아 커피와 corn bread 를 주었다.  커피 양도 많고 큼직한 corn bread는 너무 달지도 않고 부드러워서 맛이 있었다. 

South Africa 여자 둘이 들어와서 아침을 먹으며 우리에게 하이웨이를 따라가는 원래의 도로로 갈 것인지 아니면 도로에서 벗어난 다른 길로 걸어 갈 계획인지 물어본다.  다른 길은 깜깜해서 표시를 제대로 볼 수 없을 것 같아 원래의 도로를 택할거라고 했다.  처음 1 km 이상은 말 그대로 도로 위를 걸었다.  다니는 차가 많아 위험해서 손전등을 깜빡이로 켜놓고 걸었다.   한참을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조그만 불빛 둘이 보인다.  그 여자들도 역시 이쪽으로 오는 것 같다. 


 

하이웨이 도로길을 벗어나니 동이 트기 시작한다.  날씨가 추워 처음으로 다운자켓을 입고 나온 것이 다행이었다.  싼티아고까지 이제 10km 도 안된다는 이정표가 나왔다. 

싼티아고 순례기 II – 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싼티아고를 6km 남긴 곳에서 휴식을 가졌다.  공공 건물의 카페테리아인데 가이드 북에는 없는 곳이니 app 덕을 본 셈이다.  남은 거리를 감안해서 도착 시간이 넉넉할 정도로 쉬고 출발했는데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아직은 싼티아고 교외 지역에 들어서지 못했는지 밭이 많다.  허수아비도 여기 저기 보였는데 글래머 허수어미(?) 가 재미있었다.

싼티아고 순례기 II – 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꼬불 꼬불한 동네길을 걸어 돌아와 갈림길에 이르렀는데 카미노 방향이 정반대인 두개의 이정표가 나란히 서 있다.  가이드 북을 꺼내 보아도 도움이 되지 않아 마침 그곳에서 전화하고 있는 사람을 통화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 물어 보았다.  둘 다 카미노가 맞으며 한쪽은 시내를 걷는 길이고 다른쪽은 외곽지대가 계속되는 길이란다.  시내길이 짧다고 하여 그쪽을 택했다.

싼티아고 순례기 II – 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우리가 쓰는 포르투갈 길 app에 의하면 이 시내길이 싼티아고 교외중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이라고 한다.  작년 불란서 길에서 걸어 들어 오던 교외와는 확실히 다르게 윤택해 보였다.  도시에 들어 와서도 한참을 걸은 다음 대성당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하니 12시가 조금 넘었는데 경비원이 (물론 영어는 못한다) 배낭을 지고는 성당에 들어 갈 수가 없다고 한다.  건너편 상점을 가르키며 배낭을 맡기라고 한다.  그곳은 배낭 하나에 2.5유로를 받고 맡아 주고 있었다.  둘이 서둘러 배낭을 맡기고 돌아오니 바로 그 경비원이 시간이 늦었다고 못 들어가게 한다.  황당했다.  네가 배낭 맡기라고 해서 그러고 오는 길이라고 했지만 소통이 되는 것 같지 않았다.  아니면 알면서도 뻔뻔하게 모르는 척하는지도 모르겠다.  할 수 없이 배낭 맡긴 집으로 가서 사정을 얘기하고 refund를 해 줄 수 있느냐고 물으니 물론 No 다.  이렇게 되면 돈의 액수에 관계없이 기분이 엉망되기 쉽다.  하지만 빨리 잊는 것이 상책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 사소한 일에 지배당하게 된다.  우선 대성당 앞 광장으로 가서 도착 기념 사진을 찍고 서로 축하했다.

싼티아고 순례기 II – 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싼티아고 순례기 II – 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내가 정오 미사에 참례하고 싶었던 큰 이유는 향로 예식 (Botafumeilo)을 볼 수 있을 거라는 바람이 있어서였다.  대성당에서는 금요일 저녁 미사에 꼭 향로 예식을 하기 때문에 금요일에 도착한 작년에는 문제가 없었다.  작년 미사 때 누군가에게서 다른 요일에는 정오 미사에 향로 예식이 있다고 들었기에 싼티아고 도착 예정 며칠전 확인을 해보려고 대성당 website 에 들어가 보았었다.  그러나 향로 예식 스케쥴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  나중에 Tourism Office 에 들렀을 때 알아보니 금요일 저녁 이외에는 정해진 스케줄이 없고 누군가 봉헌을 하면 그 사람이 원하는 미사 시간에 (12시 또는 7시 30분) 거행한단다.  후에 대성당 website 에서 공식 스케줄을 찾을 수 있었는데 금요일 저녁 미사와 전례상 중요한 축일 미사에 (년중 12일) 거행하는 것으로 나와 있었다.  그외에는 요청이 있을 때 행할 수 있다고 되어 있었다.  

 

호텔로 가는 길에 있는 self laundry 에 들러 옷, 내의, 양말 등 빨래 거리의 반을 우선 세탁했다.  주인이 친절하고 영어를 잘했다.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다는데 SNS 를 통해 많이 알려져 손님이 많았다.  호텔에 첵크인한 후 가려운데 바르는 약을 사고 빨래도 찾아 왔다.  Anne은 여기 저기가 가려운 모양이다.  찾아온 옷으로 모두 갈아입고 나머지도 빨래를 마쳤다.    

 

 카미노 수료증을 받으러 가보니 줄이 너무 길어 7시30분 미사에 늦을 것 같았다.  내일 다시 오기로 했다.  순례자 수가 많아져서인지 사무실이 작년보다 더 큰 장소로 옮겨져 있었다.  

 

대성당으로 와서 우선  Santiago (야고보 성인) 성상과 무덤이 있는 곳을 들렀다.  작년과는 달리 성당 밖에서 지정된 문으로 들어와 성상과 무덤을 보도록 했는데 알고 보니 이 문이 희년 (Jubilee Year) 에만 열리는 East Gate 이었다.  금년은 Santiago의 희년은 아니다.   Santiago 성인의 축일은 7월 25일인데 그날이 일요일이면 그 해가 희년이 된다.  2010년이 희년이었고 다음 희년은 2021년이다.  그러나 금년은 교황이 희년으로 선포한 “자비의 해 (Year of Mercy)” 이기 때문에 East Gate을 열어놓은 것 같다.  우선 제대 뒤에 높이 있는 성상으로 올라가 뒤에서 안고 염원과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지하에 있는 무덤으로 내려와 무릎을 꿇고 다시 기도했다.

싼티아고 순례기 II – 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미사 시간에 넉넉히 여유를 두고 가서 자리잡았다.  혹시 향로 의식을 하게 되면 제일 보기 좋을 자리를 골랐다.  그곳은 제대를 정면으로 바라 보는 자리가 아니라 제대를 향해 왼쪽 측면에 위치한 긴 의자의 제일 앞 오른쪽 자리이다.  향로가 제대 좌우로 움직이고, 향로 의식 준비와 마무리를 제대 왼쪽에서 하기 때문이다. 

 

오늘 미사에 참석한 사람도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작년 금요일 저녁 미사에 비하면 10분의 1도 안되는 것 같다.  영성체가 끝나니 향로 예식을 행하는 사람들이 (Tiraboleiros) 나와서 예식을 시작한다.  완전 VIP 석에 앉아 참관하게된 행운에 감사했다.  사진과 비데오를 금지 한다고 했는데도 여기 저기서 cell phone과 카메라를 꺼내 찍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고지식하게 안 된다고 하던 Anne도 조금 지나자 원하면 찍으라고 허락해 준다.  (동영상  https://youtu.be/g_-1AJgqhmQ )

 

싼티아고 순례기 II – 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싼티아고 순례기 II – 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미사후 대성당 근처 seafood 레스토랑에서 이 지역 특산인 razor clam 과 꼬막 비슷하게 생긴 cockle clam 그리고 Padron pepper 로 저녁을 했다.  마침 옆자리에 앉아 식사하던 불란서에서 온 60대 부부와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자동차로 여행을 한다는 그들과 서로 대조적으로 여행을 하고 있다며 여행담을 나누었다.  작년에 자신들이 했던 한국 여행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그 부부는 Bordeaux 근처에 산다고 하여 내가 그곳에 출장 갔을 때의 좋은 기억과 추억도 나눌 수 있었다.  음식도 좋고 대화도 좋은 유쾌한 저녁 식사였다.  오늘은 점심도 오랫만에 파스타를 주문했는데 국수를 잘 삶고 pesto 소스가 상큼해서 맛있게 먹었었다. 

싼티아고 순례기 II – 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싼티아고 순례기 II – 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싼티아고 순례기 II – 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10월 4일 (화요일 Day 12 + 1:  Santiago)

 

호텔에서 아침을 먹자마자 수료증을 발급 받으러 가니 어제보다는 줄이 많이 짧았지만 그래도 4-50 명 정도가 기다리고 있었다.  금년 9월에 발급된 수료증이 40,000을 넘는다고 하니 하루에 1,300개 이상 발급되는 셈이다.  기다리는 동안 Chicago 에서 온 내 또래 남자와 이야기가 시작됐다.   Seville 에서부터 걸었다는데 그 길도 잠자리와 식사하는데 불편한 점이 없었다고 한다. 

싼티아고 순례기 II – 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수료증을 발급 받은 다음에 시장을 보러 갔다.  인구 100,000 인 싼티아고에서 아침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매일 열리는 이 시장은 시간이 일러서인지 아직 한산했다.  야채, 생선,  bakery 가게들이 있었고 적어도 관광 기념품 상점은 없는 것이 지역 주민을 위한 시장다웠다.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상인들에게 커피를 배달하는 서비스가 눈에 띄었다.  커피에 케익 한 조각을 곁들여 배달하는데 종이컵에 배달하는 집도 있고 정식 컵에 배달하는 집도 보였다.  커피 대신에 밥과 찌개를 배달하는 한국 시장 풍경이 떠올라 아주 낯익은 친근감이 있었다.

싼티아고 순례기 II – 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대성당으로 가서 museum ticket 과 roof tour ticket을 샀다.  Roof tour 는 오후 1시에 시작되기 때문에 그사이 museum 과 대성당을 오디오를 들으며 돌아 보았다.  대성당은 작년에 비해 수리하는 부분이 더 커진 것 같았다.  제대 뒤에도  지붕도 수리용 받침대들이 세워져 있었다.

싼티아고 순례기 II – 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Museum 이나 대성당은  작년에도 오디오를 들으며 돌아 보았는데 모두 새로 듣고 있는 것 같다.  아마 다음 번에 와도 마찬가지로 새로울 것 같다.  작년에 보지 못한 전시관이 있어 그것도 돌아 보았다.  성모님 상이 아주 많았다.

싼티아고 순례기 II – 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Roof tour는 작년과는 다른 가이드여서 보는 곳과 관점이 달라 중복되는 점이 적어서 좋았다.  특히 대성당을 지은 건축가 마에스트로 마테오 석상에 대한 설명이 재미있었다.  예전에는 순례자들이 그의 천재적 예술가 기를 받으려고 성당에 들어오면 우선 마테오 석상의 머리에 자신의 머리를 맞대었다고 한다. 지금은 석상 보존을 위해 접근이 금지되어 있다.

 

2층에서 보는 성당 모습이 새롭게 느껴졌다.  2층에는 뒤쪽으로 성가대 자리가 있고 옆으로 난간이 있는데 옛날에는 이곳에서 순례자들이 잠을 잤다고 한다.  당연히 냄새가 많이 났고 향로의식은 이 냄새를 중화시키기 위해 시작되었다고 설명해 주었다.

싼티아고 순례기 II – 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싼티아고에는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 있다.  전체 인구 100,000 중 대학생이 30,000 이고 대학 본부가 대성당과 가까이 있었다.  작년에 보았던 베네딕토 봉쇄 수녀원은 여전히 38명의 수녀가 수도하고 있다고 한다.  종지기 가족이 기거하던 곳, 순례자가 입고 온 옷을 불태우던 곳, 옛날에는 굴뚝 크기가 부의 상징이었다는 것, 임금을 못 받은 석공이 주교의 엉덩이를 조각해 놓았다는 이야기등을 작년과 마찬가지로 들을 수 있었다.

싼티아고 순례기 II – 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싼티아고 순례기 II – 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싼티아고 순례기 II – 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옛날에는 죄인들이 싼티아고 순례를 마치면 죄를 사면 받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죄인들은 용서의 문인 North Gate으로 들어와 South Gate으로 나갔다고 한다.  그래서 South Gate에는 알파 (시작) 와 오메가 (끝)  글자를 순서를 바꾸어 오메가와 알파로 써 놓았다.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기 위해서란다.

싼티아고 순례기 II – 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Roof tour 를 마치고 대성당 옆에 있는 순례자 museum으로 갔다.  모든 종교에 존재하는 순례 관습에 관해 사진을 곁들여 설명해 놓았고 기독교 순례 시작의 배경, 3대 성지 (예루살렘, 로마, 싼티아고), 싼티아고 순례의 시작과 역사등을 상당히 객관적으로 설명하고 보여 주고 있었다.  선사시대에 이미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그리스에서 순례를 했다는 흔적이 있고 힌두교에서는 기원전 6세기에 이미 집단 순례가 행해졌다고 한다.  기독교의 순례 전통은 유대교에서 유래되었고 예수님의 행적지와 사도들과 순교자의 유해가 있는 곳이 주요 순례지가 되었다.  기독교가 로마 제국의 국교로 되면서 순례는 더욱 활발해졌지만 16세기에는 당시의 순례 행태에 대해 종교 개혁파와 가톨릭 내부에서 심한 비판이 일어 났다고 한다. 어쩌면 이 비판이 순례 전통을 쇠퇴하게 만든 큰 이유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Museum 에서 나와 호텔로 돌아가 쉬었다.  오늘 보려고 계획했던 곳 가운데 Galicia Museum 이 남아 있었는데 이곳은 쉬고 나서 시간이 되면 보고 그럴수 없으면 건너 뛰어도 될 것 같다.  샤워하고 foam roller stretching 을 한참 한후 facebook 에 포르투갈 길의 스페인 부분을 올렸다. 여유있게 쉬고 있으니 다시 나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저녁은 구글에서 찾은 아주 fancy한 레스토랑에서 하기로 했다.  오픈하는 시간에 맞춰 가서인지 우리가 첫 손님이었다.  마지막으로 이 지역 음식을 한번 더 맛보려고 문어, scallop, Pedron Pepper 를 시켰는데 모두 훌륭했다.  디저트 중의 하나가 처음 보는 것이었는데 맛이 있었다. 

싼티아고 순례기 II – 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스페인이나 포루투갈에서는 대부분의 café 와 레스토랑이 decaf coffee를 원두로 갈아 제공하고 있었다.  작년에는 거의 볼 수 없었는데 그사이 많이 바뀐 덕분에 불편함 없이 즐길 수 있었다.

 

 

10월 5일 (수요일 Day 12 + 2: Santiago – Madrid – Paris)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이다.  여행이 즐거운 것은 돌아갈 집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호텔에서 기차역은 상당히 가까웠다.  Online 으로 사 놓은 스페인 국영 철도 (Renfe) 표를 역에서 프린트했다.  9시 40분에 출발해서 한 정거장 간 후 갈아타면 마드리드에 3시 15분에 도착한다.

싼티아고 순례기 II – 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싼티아고에서 마드리드까지 기차는 대부분 높은 지대를 달려서인지 창밖으로 밭이 보이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싼티아고 순례기 II – 포르투갈 길 (Camino Portugue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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