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길 5000㎞ 대장정(7) 명월구,돈화,신참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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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seas Martyrs Shrine

연길 5000㎞ 대장정(7) 명월구,돈화,신참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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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길교구 설정 80돌 특별기획] 연길 5000㎞ 대장정(7) 명월구,돈화,신참본당 

 

흔적은 사라져도 숨결은 면면히 이어져


 

   간도교회 이주사는 일제 침략과 탄압을 피해 '가나안(탈출 3,8)'을 찾아가는 신앙 여정이었다. 기도와 눈물, 기쁨으로 세워진 공동체도 그러나 해방과 내전, 박해, 문화혁명과 함께 세월 속으로 사라져갔다. 명월구(明月溝, 밍웨꺼우)성당은 그 중 드물게 교회건축물이 살아남았다. 이번 호는 본보 취재후 헐린 명월구본당, 현재 연변조선족자치주 관할 구역에서 벗어나 있는 신참(新站, 신잔)본당, 발해 건국 사적지 동모산 인근에 자리한 돈화(敦化, 둔화)본당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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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월구,신참,돈화 본당 위치도



   #취재 한달 뒤 헐린 명월구성당

   '소 싸움'으로 유명한 안도(安圖, 안투)현 명월구진 신안로에 접어들자, 시가지에 고색창연한 벽돌 성당이 눈에 들어온다. 연길교구가 해방 전에 지은 건축물 중 왕청(王淸, 왕칭)현 합마당(蛤벌레충+莫塘, 하마탕)성당과 함께 둘만 남은 성당 가운데 하나인 명월구성당이다. 알빈 슈미트(Alwin Schmid) 신부가 설계, 1944년에 완성한 이 성당은 그러나 허물어지기 직전이다.

 1946년 5월 소련군에 성당이 몰수됐고, 2대 주임 렌하르트(A. Lenhard) 신부가 팔로군(인민해방군 제8군)에 체포돼 남평(南坪, 난핑)수용소로 끌려갔다가 2년 뒤 돌아와 1951년 8월까지 사목했으니 5년 남짓 성당으로 썼다.

 1966년 안도현 인민정부서 압수, 현청으로 개조해 28년간 쓰다가 교회에서 돌려받은 게 1993년이니, 이후 15년간만 성당으로 썼다. 게다가 현청으로 쓸 때 2층 건물을 3층으로 개축한 탓에 원형이 크게 훼손된데다 벽체 곳곳에 균열이 가 이제 성당으로 쓸 수 없다. 그래서 명월구본당의 맥을 잇는 안도본당(주임 윤덕헌 신부)은 현청시절 무기고로 쓰던 허름한 건물을 성당으로 쓴다.

 1931년 10월 대령동(大嶺洞, 따링뚱)본당서 분가, 올해로 설립 77주년을 맞은 안도공동체 보금자리는 이처럼 황폐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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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도시인민정부에서 압수, 현청으로 쓰여진 탓에 보존된 명월구성당 및 사제관 전경. 왼쪽 종탑은 훗날 복원된 것으로 추정되며, 성당 뒷쪽에 해성학교와 진료소가 자리했다.

 그렇지만 '교회 활동의 정점이자 힘의 원천'인 성당의 옛 체취를 느낄 수 있다는 게 위안을 준다. 단순한 장방형 공간(1564㎡)을 선택하되 천장 선의 흐름이 신자들의 시선을 제단 십자가로 유도하는 슈미트 신부 특유의 건축어법이 살아있다. 성전 진입로 2층 계단에 설치된 대형 종은 녹슨 채 걸려 있어 눈길을 끈다. 설립 당시 옹성랍자(甕聲石+習子, 웡썽라즈)본당으로 출발, 1935년 명월구본당으로 개칭, 공소 7개를 포함해 총 1266명(1936년 기준)의 공동체에 말씀을 선포하던 경건함이 배어나는 듯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성당은 안도현 도시계획 구역에 포함돼 취재한 지 한달 후 6월 23일에 헐렸고, 새 성당은 옛 성당에서 600m 떨어진 개발구역 9500㎡ 부지에 세워질 계획이다.

 하지만 1924년 성 베네딕도회가 건립하고 증축한 보록학교(훗날 해성학교)나 연길 성 십자가 수녀회(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수녀회 전신)에서 운영하던 진료소는 흔적을 찾을 길이 없다.


   #치열한 '국공내전' 희생양 된 신참본당

 1946년 여름, 국민당군과 인민해방군 간 치열한 '국공내전'이 벌어진다. 내전 시발점은 만주에서였다. 길림(吉林, 지린)시에 입성한 국민당군은 교하(蛟河, 쨔오허)시까지 진주하지만 신참진에서 팔로군의 강력한 저항에 부닥친다. 신참전투는 2년간이나 이어졌다. 그러나 국민당군은 보급로가 끊겨 고립되며 전투는 결국 팔로군의 승리로 마무리된다.

 그 때 신참에서 사목하던 2대 주임 루드비히(S. Ludwig) 신부는 치열한 전투 한복판에 있었다. '양떼를 버리고 본당을 떠나지 못한' 그는 그해 5월 26일 통역자와 함께 인민군에 체포돼 현재 신참진 내 혁명열사릉에서 학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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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6년 12월부터 1946년 5월까지 신참본당에서 사목하다 인민해방군에 의해 총살된 루드비히 수사신부(왼쪽). 첫영성체를 마친 어린이들, 그리고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주일학교 여교사와 함게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당시 인민해방군으로 신참전투에 참전한 전북 고창 출신 양한태(85)씨는 "당시 신부님께서는 검은 옷을 입고 인민재판을 받았는데 성문거리에서 총살돼 벽돌 굽던 가마에 시신이 버려졌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며 "1954년 11월 초에 조성된 혁명열사릉 입구 왼쪽이 신부님께서 처형된 곳"이라고 증언했다. 루드비히 신부 유해는 후에 신자들이 거둬 신참진 인근에 매장했고, 지금도 그 묘지가 남아있다.

 명월구본당에서 분가해 1936년 8월에 설립된 신참본당 공동체는 국공내전 와중에 뿔뿔이 흩어졌다. 지금도 '천주교회'라는 말만 꺼내도 현지 주민들은 말문을 닫을 정도다. 어렵게 조선족 박양선(81)씨에게 성당 터를 확인했다. 현재 신참진 중심 위생원 예방보건센터였다. 물론 1936년 8월 말 신축한 벽돌조 성당은 흔적이 없다. 400여 명이 신앙생활을 하던 공동체는 이제 지하교회로만 남았다.


   #조선이주민,중국인이 함께하는 돈화본당

 신참에서 발길을 돌려 돈화본당으로 향했다. 도시 한복판을 목단강(牧丹江, 무단쟝)이 가로지르는 돈화시는 연변조선족자치주 제2도시답게 번화하고 산뜻한 인상이다. 신도시 쪽으로 가다보니 1999년 11월 단강(丹江, 단쟝)가에 새로 신축한 돈화성당(주임 윤덕헌 신부)이 나왔다. 1926년 6월 설립 때부터 중국인 위주였던 본당답게 총회장 또한 중국인이다. 신학생 출신인 한쩐씽(韓振興, 바오로, 75) 회장으로, 1953년 이후 고향인 산둥(山東)성 타이안(泰安)시에서 신앙생활이 불가능해지자 박해를 피해 이듬해 돈화로 이주했다.

 옛 성당을 찾으니, 승리가 체육공원 맞은편 6층짜리 주상복합건물로 변해있다. 1942년 5월에 신축했던 옛 성당은 1952년 인민해방군이 허물어 한동안 공터로 남아있다 한국전쟁 때 후방 병원으로 썼고 훗날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섰다. 또 돈화본당 관할이던 해성학교와 수녀원 터에는 교원진수(進修, '연수'라는 뜻)학교가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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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화시 체육공원 맞은편에 자리한 옛 돈화성당 터에는 7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서있다. 연인을 태우고 상가를 지나는 인력거가 인상적이다.

 이제 성당이나 해성학교, 수녀원은 흔적도 없지만 1943년 800명(조선이주민 500명)에 이르던 공동체의 숨결이 금세라도 다가올 듯 생생하다. 1946년 8월 23일 2대 주임 악케르만(R. Ackermann) 신부 등이 소련군에 체포되며 침묵의 교회가 된 돈화본당은 1996년 북산(北山, 베이산)가에 재건됐다가 단강가로 이전해 현재에 이른다.

 윤덕헌 주임신부는 "우리 본당은 중국인 신자와 조선족 신자가 반반인데, 두 민족 간 관계가 아주 좋아 길림교구에서도 모범적 사목사례로 꼽히고 있다"고 전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사진=전대식 기자 jfa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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