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교회 복음화 길] 향수(鄕愁)가 만들어낸 대만 교회

Overseas Martyrs Shrine 해외성지
홈 > Knowledges > Overseas Martyrs Shrine
Overseas Martyrs Shrine

[아시아 교회 복음화 길] 향수(鄕愁)가 만들어낸 대만 교회

관리자 0 4172 0

중국 공산화 이후 신자 급증… 70년간 복음화율 제자리

[특별기획-아시아 교회 복음화 길을 따라서] 향수(鄕愁)가 만들어낸 대만 교회

 

 

3232235521_k3j9boCW_0790384816eca3c64a08e6d99f25e08f5d245c9d.jpg
▲ 대만 지아이교구청 전경. 지아이교구는 대만 내 신자 감소 위기에 맞서 성지순례 사목과 청년사목을 통해 복음화의 새 길을 찾고 있다.

 

3232235521_norap2wK_b4c1b9c56ad34d142efd82681e65af77174ba4aa.jpg
▲ 대만 지아이교구청 앞에 세워진 비석. 지아이교구는 1962년 정식 교구로 설정된 비교적 젊은 교구이다. 교구 내에는 2만여 명의 신자가 있다.




“대만 신자들은 항상 고향이 있는 대륙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습니다. 그리고 금방 돌아갈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대만 지아이(嘉義)교구에서 만난 한 외국인 선교사가 한 말이다. 그의 말대로 ‘향수(鄕愁)’는 대만 교회의 뿌리와 같은 감정이다. 중국 공산화를 피해 낯선 타지로 넘어온 ‘1세대 이주민 신자’들이 더욱 굳건한 믿음을 지니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동시에 이는 대만 교회의 성장이 정체된 배경이기도 하다. 금방 돌아갈 것으로 생각한 신자와 사제 등 대만 교회의 구성원들이 현지 선교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만 교회의 바람과 달리 ‘화려한 귀환’은 이뤄지지 않았다.





▨ 대만 교회의 역사

대만에 가톨릭 신앙이 처음 전파된 것은 17세기 중반이다. 당시 필리핀에서 사목하던 스페인 출신 도미니코 수도회 선교사들이 대만에 건너와 선교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 시도는 큰 결실을 보지 못했고 스페인 선교사들은 필리핀으로 되돌아갔다. 이후 200여 년간 대만은 신앙 불모지로 남았다. 

대만에서 본격적인 복음화가 시작한 것은 1859년 5월 18일이다. 중국 샤먼 지역에 머물고 있었던 도미니코 수도회 선교사들이 대만으로 들어와 선교를 다시 시작한 것이다. 대만 교회는 이때를 신앙의 원년으로 삼아 기념하고 있다. 대만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인 가오슝교구의 완진(萬金) 성모 대성당, 로사리오 성모 대성당 등도 이때 세워졌다. 이어 1923년에는 중국 샤먼교구에서 분리돼 대만 감목대리구가 설치됐고 1936년에는 대만인 첫 사제를 배출했다.

대만 교회가 본격적으로 성장 궤도에 오른 것은 중국 공산화 이후다. 1949년 중국 공산당의 탄압을 피해 많은 신자와 사제들이 대만으로 건너왔다. 이때 1만여 명이었던 신자 수가 수십만 명으로 불어났다. 사제 수도 194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10배 가까이 늘어났다. 현재는 7개 교구와 30만여 명의 신자, 신부 589명이 대만 교회를 구성하고 있다.



▨ 대만 교회의 고민- 신자ㆍ사제 감소


중국 본토 신자들의 이주는 대만 교회 입장에서 축복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1세대 이주 신자들이 고령이 되면서 대만 교회는 거꾸로 ‘신자 감소’라는 고민거리와 마주하게 된다. 

대만 지아이교구장 중안주(鐘安住) 주교는 “현재 지아이교구는 물론 대만 교회 전체가 지역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나는 이농 현상과 신자의 세속화, 민간신앙 등으로 인한 더딘 복음화로 신자 수가 줄고 있다”며 “남은 신자의 대다수는 중국 본토에서 온 1세대 이주민들이며 청년 복음화율이 감소한 것은 대만 교회의 큰 고민”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만 교회 신자 증가율은 지난 70여 년간 거의 정체 상태다. 현재 대만 인구 2300만 명 가운데 약 1%만이 가톨릭 신자다. 중국 본토 신자들이 이주했을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가장 심각한 것은 사제 감소다. 신학교 입학생이 줄면서 외국인 사제에게 사목을 맡기고 있는 형국이다. 현재 대만 교회 소속 사제 600여 명 가운데 절반은 인도와 필리핀 등지에서 온 외국인이다. 지아이교구만 해도 소속 신부 50명 가운데 22명이 외국인이다. 외국인에 기댄 복음화는 대만 현지 사람들과의 원활한 소통이 어려워 현지 복음화의 구조적 장애 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3232235521_PN9anDFY_fe40c6be43d5f1f23f03af81d27b099cfc4b68bf.jpg
▲ 지아이교구장 중안주 주교가 교구청 내 현황판을 보며 대만 성지순례 사목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복음화의 돌파구, 청년ㆍ성지순례 사목


대만 교회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돌파구로 청년사목과 성지순례 사목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성지가 없는 대만에 새로운 성지를 조성하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지아이교구는 교구 내에 4개 본당 구역을 성지로 선포하고 순례지 조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 가운데 ‘매산 성모성지’ 조성 사업은 지아이교구 순례 사목의 핵심이다. 

중안주 주교는 “매산 성지에 대만에서 유일하게 중국 전통 의상을 입은 성모상을 모실 예정”이라며 “이 지역에 성모 마리아께서 발현한 것은 아니지만, 중국 복식의 성모상을 통해 본토에서 온 1세대 이주 신자들을 위로하면서 비신자들에게도 친근한 느낌을 줘 신앙에 대한 마음의 벽을 허무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사목도 대만 교회의 관심 분야다. 대만 교회는 2004년부터 ‘청년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청년대회는 신앙을 지닌 청년들이 서로 교류하고 단합의 장으로 활용된다. 2007년 이후부터는 7개 교구가 돌아가며 매년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중 주교는 “우선 청년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 급선무라 여겨 노래와 춤 등 청년층이 관심을 가질만한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대회를 운영하고 있다”며 “주교를 비롯한 사제 모두가 청년들과 대화하고 교류하면서 청년층의 신앙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3월 지아이교구에서 열린 성체대회 때는 청년들이 주교에게 직접 질문하도록 하고, 그들이 말하고 싶은 것을 직접 들으며 상호 교류한 기회도 마련했다”며 “기존에 어른들이 맡고 있던 역할들을 청년들에게 나눠줌으로써 스스로 교회의 중요한 구성원임을 느끼고 교회 일에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  

 

,

0 Comments
Categ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