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lgrimage News 성지순례 뉴스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50) 이탈리아 라벤나의 ‘성 아폴리나레 누오보 성당’

관리자 0 346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50) 이탈리아 라벤나의 ‘성 아폴리나레 누오보 성당’

 

성경 내용 생생히 전하는 모자이크로 성당 벽면 장식

 

발행일2017-12-25 [제3075호, 17면]

 

라벤나는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로마니아 지방의 작은 도시지만 아드리아 해에 접하고 있어 육상과 해상 교통의 요지에 속한다. 이런 입지적인 조건 때문에 402년 서로마 제국의 황제 호노리우스(Flavius Honorius, 재위 395~423년)는 라벤나를 서로마 제국의 수도로 정했다. 이곳에서 많은 물자 교역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문화도 발전했다.

 

라벤나에는 ‘갈라 플라치디아 묘당’(본 연재 37회 참조), ‘테오데릭 묘당’, ‘아리우스파 세례당’, ‘성 아폴리나레 인 클라세 성당’, ‘성 아폴리나레 누오보 성당’, ‘성 비탈레 성당’과 같은 유적지들이 잘 보존돼 있어서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이 찾는다. 특히 성당이나 세례당에서는 초기 교회의 건축 양식이나 오래된 미술 작품도 함께 볼 수 있다. 

 

이 도시에는 성 아폴리나레에게 봉헌된 성당이 두 곳 있는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으로 꼽힌다. 성 아폴리나레 인 클라세 성당(Basilica di Santa Appolinare in Classe)과 그곳으로부터 성인의 유해 일부를 옮겨 모신 새로운 성당, 즉 성 아폴리나레 누오보 성당(Basilica di Santa Apollinare Nuovo)이 그곳이다. 이 두 성당은 오래된 역사를 간직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아름다운 모자이크를 소장하고 있어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성 아폴리나레 누오보 성당. 

 

그 가운데서 성 아폴리나레 누오보 성당의 모자이크는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된다. 초기 그리스도교와 비잔틴 양식의 이 성당은 476년에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후인 505년에 동고트(Ostrogoth)의 왕인 테오데릭(Theoderic)이 공사를 시작해 6세기에 완성했다.

 

이 건물은 왕궁의 부속 건물로 건립돼 처음에는 성 마르티노 성당으로 불렸으나 동고트 왕국의 후계자들이 성 아폴리나레 누오보 성당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성당 전면의 원통형 종탑은 9~10세기에 건립됐으며, 흰 대리석 입구 아치는 16세기에 추가돼 단순한 형태의 성당에 아름다움을 더해 준다. 외부는 벽돌이지만 내부에는 고린토 양식의 대리석 기둥이 서 있으며 삼량식의 형태를 보여 준다.

 

내부 벽면에는 예수님과 성인들을 묘사한 모자이크가 빼곡히 장식돼 있다. 예전에는 개인이 성경을 갖는 것이 어려웠고 문맹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성당 안의 모자이크나 그림은 눈으로 보는 성경과 같은 역할을 했다. 모자이크의 화풍이 다른 것으로 보아 최소한 두 명 이상의 작가들이 작업을 했으리라고 여겨진다. 작가들은 벽면의 가장 높은 곳에 예수님의 기적과 비유, 수난과 부활 장면을 묘사했다. 젊은 예수님의 얼굴은 그분 안에 시들지 않는 영원한 생명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성당 벽면에는 ‘옥좌에 앉으신 전능하신 그리스도’나 ‘아기 예수님을 안고 있는 성모님’이 묘사돼 있다.

 

 

성 아폴리나레 누오보 성당 내부의 벽면에 장식된 모자이크. 

 

여러 모자이크 가운데서 ‘아기 예수님께 예물을 봉헌하는 동방박사들’이 눈길을 끈다. 이 작품에는 세 명의 박사들이 예물을 바치는 모습이 생동감 넘치게 표현돼 있다. 전승에 의하면 그들은 메시아별의 인도를 따라 아기 예수님을 만났다고 하는데 가스팔, 멜키올, 발타사르라고 한다. 작품 위에는 세 박사의 이름이 적혀 있다. 페르시안 모자를 쓴 박사들이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손에 들고 아기 예수님께 선물을 드리려 나아가고 있다. 발아래에는 여러 종류의 꽃들이 피어 있고 생명의 야자수가 세 그루 표현돼 있다.

 

 

아기 예수님께 예물을 봉헌하는 동방박사들. 

 

1500여 년 전에 건립된 성 아폴리나레 누오보 성당이 이처럼 온전히 보존되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랜 역사 속에서 여러 차례 사라질 위험을 겪기도 했지만 성당과 그 안에 있는 모자이크 작품은 오늘날까지 전해진다. 제1차 세계대전 때는 성당의 제단 부분까지도 파괴됐으나 다행히 성당 내부의 모자이크는 피해를 면할 수 있었다. 전쟁과 참화 속에서도 성당 안에 있는 모자이크는 퇴색되거나 훼손되지 않고 여전히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보석처럼 빛나는 모자이크는 성 아폴리나레 누오보 성당에서만 볼 수 있지만 교회의 뛰어난 예술품은 그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주변의 성당에서도 모자이크는 아니지만 아름답고 소중한 예술품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단지 우리가 그 예술품의 가치를 알지 못하고 그냥 스쳐 지나가기 때문에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따름이다. 

 

조금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성당이나 수도원, 교회 기관이나 부속 건물을 둘러보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많은 교회 예술품을 만날 수 있다. 이 같은 예술품은 언제나 같은 자리에 서 있으면서도 사람들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말없이 속삭인다. 교회의 예술품이 속삭이는 이야기는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그것을 바라보며 귀를 기울이는 사람만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정웅모 신부 (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 유물 담당)

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87년 사제품을 받았다. 홍익대와 영국 뉴캐슬대에서 미술사·박물관학을 전공했다. 서울대교구 홍보실장과 성미술 감독, 종로본당 주임, 장안동본당 주임 등을 역임한 바 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 네이버로 보내기
  • 텀블러로 보내기
  • 핀터레스트로 보내기

Comments

‘천주교 서울 순례길’ 국제 순례지 선포 기념행사

댓글 0 | 조회 81 | 추천 0
‘천주교 서울 순례길’ 국제 순례지 선포 기념행사 함께 걷자, 순교 신심 빛나는 영광의 길 선포식 앞두고 학술심포지엄 등 기념행사 아시아교회 지도자들 “순교자 숨결 느껴” “국제 … 더보기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68) 영국 더럼의 ‘비미쉬 박물관’

댓글 0 | 조회 68 | 추천 0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68) 영국 더럼의 ‘비미쉬 박물관’ 폐광촌 모습 그대로 살려 마을 전체를 박물관으로 손때 묻은 소장물품 31만점 광부와 가족들 기꺼이… 더보기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67) 영국 런던의 ‘자연사 박물관’

댓글 0 | 조회 60 | 추천 0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67) 영국 런던의 ‘자연사 박물관’ 소장품목만 8000만개… ‘자연의 대성당’으로 불려 식물·동물·곤충·광물·고생물학으로 자료 분류 … 더보기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66) 이탈리아 라벤나 ‘산 비탈레 성당’

댓글 0 | 조회 56 | 추천 0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66) 이탈리아 라벤나 ‘산 비탈레 성당’ 1500여 년 전 모습 그대로… 성당이 곧 미술관이요 박물관 547년 완공된 원형 성당 예술… 더보기
Hot

인기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65) 프랑스 리지외의 ‘성녀 데레사의 집’과 ‘가르멜 수녀원 박물관’

댓글 0 | 조회 184 | 추천 0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65) 프랑스 리지외의 ‘성녀 데레사의 집’과 ‘가르멜 수녀원 박물관’ 작은 길 걸어 하느님께 나아갔던 성녀의 숨결 생생 내·외부 원형… 더보기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64) 스페인 오비에도의 ‘산 미겔 데 리요 성당과 산타 마리아 델 나랑코 궁전’

댓글 0 | 조회 51 | 추천 0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64) 스페인 오비에도의 ‘산 미겔 데 리요 성당과 산타 마리아 델 나랑코 궁전’ 천년의 세월이 온전히 숨쉬는 곳… 군더더기는 없었다 … 더보기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63)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

댓글 0 | 조회 56 | 추천 0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63)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 미술관 주변에 수변 공원… 일상 속 휴식 공간으로 바스크 지방 정부, 도시 쇠퇴 막으려 19… 더보기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62)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자 박물관’

댓글 0 | 조회 80 | 추천 0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62)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자 박물관’ 우리 모두 하느님 나라로 돌아갈 순례자임을 일깨워 산티아고 대성당 부속 박물관 생기자 순례와… 더보기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61) 스페인 카스티야와 레온 지방의 ‘레온 대성당과 부속 박물관’

댓글 0 | 조회 40 | 추천 0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61) 스페인 카스티야와 레온 지방의 ‘레온 대성당과 부속 박물관’ 스페인에서 가장 아름다운 유리화로 장식된 대성당 길이 90m 폭 4… 더보기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60)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

댓글 0 | 조회 63 | 추천 0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60)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 옛 기차역의 정취, 예술 공간의 깊이를 더하다 긴 열차 많이 운행되며 승강장 협소해져 1939년 역… 더보기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59) 프랑스 노르망디의 ‘몽 생 미셀 수도원’

댓글 0 | 조회 43 | 추천 0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59) 프랑스 노르망디의 ‘몽 생 미셀 수도원’ 바닷길따라 걷다보면 아득히 다가오는 ‘천상 예루살렘’ 바다 한가운데 바위산에 세워진 성… 더보기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58) 바티칸 시국에 있는 ‘성 베드로 광장’

댓글 0 | 조회 51 | 추천 0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58) 바티칸 시국에 있는 ‘성 베드로 광장’ 성인의 보호 받으며 천국을 걷는 느낌이 이러할까 하느님 영원성 보여주는 타원형 광장과 연… 더보기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57) 이탈리아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성당’

댓글 0 | 조회 74 | 추천 0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57) 이탈리아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성당’ 사형장 있던 ‘지옥의 언덕’에서 지금은 ‘천국의 언덕’으로 이탈리아 초기 고딕 양식 보… 더보기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56) 이스라엘 예루살렘 인근 올리브 산의 ‘주님 눈물 성당'

댓글 0 | 조회 40 | 추천 0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56) 이스라엘 예루살렘 인근 올리브 산의 ‘주님 눈물 성당' 인류 구원 위해 흘리신 눈물을 기억하며 예루살렘 도성 멸망 예고하며 애통… 더보기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55) 이스라엘 북부 ‘세포리스 국립공원’

댓글 0 | 조회 35 | 추천 0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55) 이스라엘 북부 ‘세포리스 국립공원’ 로마 제국 시대엔 번성했던 곳이지만, 지금은… 갈릴래아 호수 주변에 자리잡은 도시 목수인 요… 더보기
Category
Banner
 
글이 없습니다.
State
  • 현재 접속자 14 명
  • 오늘 방문자 59 명
  • 어제 방문자 598 명
  • 최대 방문자 842 명
  • 전체 방문자 184,270 명
  • 전체 게시물 992 개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