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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52) 이스라엘 예루살렘 ‘다윗의 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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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52) 이스라엘 예루살렘 ‘다윗의 도성’

 

웅장했던 도성도 무너지고… 영원한 것은 오직 주님뿐

기원전 1000년경 다윗이 세운 도성 최소한만 작업하며 원형 살려 복원
당시 사람들의 삶·신앙 엿볼 수 있어

발행일2018-01-14 [제3078호, 13면]

 

다윗의 도성 내부 전경과 다윗의 망대.

이스라엘의 수도 예루살렘에는 많은 유적지와 성지가 있어서 언제나 순례자와 관광객들로 붐빈다. 예루살렘은 ‘평화의 도시’ 혹은 ‘평화의 근원지’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유다인과 팔레스타인 간의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이 도시는, 세계 어느 곳보다도 평화를 갈구하는 곳이 되었다.

예루살렘에서 가장 중요한 유적지 가운데 한 곳이 ‘다윗의 도성’(City of David)이다. 기원전 1000년경에 다윗이 여부스족을 물리치고 예루살렘을 점령한 후 언덕 위에 도성을 건축했다. 그는 계약 궤를 예루살렘으로 옮겨와 이곳이 종교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장소가 되게 했다(2사무 5-6장 참조).

다윗의 도성은 남북으로 375m, 동서로 120m, 면적은 4.5ha(45,000㎡) 정도다. 성벽의 네 곳에 성문을 만들었고 남쪽과 북쪽의 성문 위에 높은 망대를 세웠다. 성 안에 왕궁과 사람들이 거주하는 집들이 빼곡히 들어섰다. 그러나 다윗의 도성과 솔로몬이 만든 예루살렘 성전은 기원전 586년 바빌론 군대에 의해서 모두 파괴됐다. 또한 그때 유다인들은 포로로 끌려가 바빌론에서 70년간 종살이를 했다(2열왕 25장 참조).

크고 작은 돌로 견고하게 축조된 도성은 오랜 세월과 참화 속에서 대부분 허물어졌지만 오늘날에는 복원 작업을 통해서 옛 흔적을 볼 수 있다. 특히 두 곳의 높은 망대는 사람들에게 다윗 시대의 부귀와 영화를 알려주는 듯하다. 이 도성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으며, 오늘날에도 유적지에서는 발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다윗의 도성에 있는 부속박물관.

다윗의 도성은 이스라엘의 중요한 유적지일 뿐 아니라 사람들에게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살아있는 박물관이기도 하다. 이 박물관은 도성의 오랜 역사 속에서의 부침과 그때 살았던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신앙을 전해주며 학교와 같은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유적지의 허물어진 건물에 최소한의 손을 대어 유적이 가진 원형을 살리면서 소박한 전시실을 꾸몄다.

전시실에서는 유물뿐 아니라 현대 기법을 이용한 영상물을 함께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에게 더욱 생생한 느낌을 전해 준다. 특히 도성의 다양한 모습과 사람들의 생활상을 입체 영화로 만들어 방문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도성을 둘러싼 성벽 위의 길은 방문자들에게 도시 전체를 잘 볼 수 있는 전망대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 성벽 길을 거닐면 예루살렘의 장구한 역사와 그 안에서 일어났던 수많은 사건을 떠올리게 된다. 도성 안의 마당도 폐허처럼 보이지만 구석구석에 올리브 나무 등을 심어 정원처럼 가꾸었다. 이런 소박한 정원은 사람들을 더 오랫동안 성 안에 머물며 지난 역사를 생각하게 만든다.

베로키오가 만든 ‘다윗 상’.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정원 한쪽에는 청동으로 만들어진 ‘다윗 상’(1476)이 있다. 이탈리아 피렌체 사람들이 예루살렘 시민들에게 선물한 것이다. 이 상은 피렌체 출신의 안드레아 델 베로키오(Andrea del Verocchio, 1435~1488)가 만든 것으로, 다윗이 적장 골리앗의 목을 벤 후 한쪽 손을 허리춤에 올려놓고 승리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의 발아래에는 숨진 골리앗의 머리가 놓여 있다. 하지만 앳된 다윗의 얼굴은 교만하지 않고 겸손한 모습이다. 골리앗을 물리친 것은 자신의 힘으로만 된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승리를 안겨주신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는 견고했을 도성의 유적지와 박물관 그리고 허물어진 돌무덤 사이를 거닐면 세상에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지금 우리는 오직 영원의 한 조각만 잡고 있을 뿐이다. 그 작은 조각을 통해서 영원을 생각하고 그리워하며 하루하루를 사는 것이다. 오직 영원하신 분, 하느님을 향해서 우리는 나아갈 뿐이라는 것을 도성에서 절실히 깨닫게 된다.

오래된 삶의 흔적을 담은 유적지를 보호하고 보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유적지를 잘 보존하기 위해서는 그 안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는 여러 작업이 필요하다. 즉 유적지에 기념관이나 박물관을 만들어 유적지를 더욱 돋보이게 하며 그 안에 생명의 혼을 불어 넣을 수 있다.

우리 교회에도 오래된 유적지나 성지, 유물이나 성물이 많이 있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는 유형이나 무형 자산은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참으로 소중하고 또한 귀하게 여겨야 한다. 지난날의 유물을 소중히 여기는 의식이 우리 마음 안에 있어야만 그것을 귀히 여기며 수집하고, 보존하며, 전시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찾게 된다.

교회 내의 유적지도 현대식으로 개발하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은 아닐 것이다. 먼저 유적지의 원형을 잘 관리하고 보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우선돼야 할 것이다. 또한 그곳에 자료관이나 박물관을 만드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자료관이나 박물관을 만들 수 없다면 먼저 소중한 유물을 보관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이라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우리 교회의 건물을 눈 여겨보면 비효율적으로 사용되거나 방치된 공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공간을 조금 손질하여 유물을 보관하는 수장고로 만들면 그 안에서 유물은 새로운 생명을 갖게 된다.

다윗의 도성에 있는 박물관처럼 주변의 오래된 건물에 최소한의 보수 작업으로 역사성을 지닌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만들 수 있다. 역사의 흔적이 담긴 건물이나 유적지에 있는 문화기관은 새로운 건물보다도 오히려 사람들에게 더 많은 감흥을 안겨줄 수 있다. 세월을 담은 건물이나 유적지 자체가 하나의 문화재로써 그 안에 많은 이야기를 이미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정웅모 신부 (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 유물 담당)
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87년 사제품을 받았다. 홍익대와 영국 뉴캐슬대에서 미술사·박물관학을 전공했다. 서울대교구 홍보실장과 성미술 감독, 종로본당 주임, 장안동본당 주임 등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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