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61) 스페인 카스티야와 레온 지방의 ‘레온 대성당과 부속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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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61) 스페인 카스티야와 레온 지방의 ‘레온 대성당과 부속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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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61) 스페인 카스티야와 레온 지방의 ‘레온 대성당과 부속 박물관’

 

스페인에서 가장 아름다운 유리화로 장식된 대성당

길이 90m 폭 40m 달하는 웅장한 고딕 성당
부속 박물관엔 1500여 점 교회 예술품 소장

발행일2018-05-27 [제3096호, 18면]

레온 대성당의 외부 전경.

그리스도교 신앙이 널리 전파된 유럽의 대부분 도시나 마을에서 성당은 중심 역할을 했다. 미사와 같은 종교 행사를 넘어서 다양한 문화 행사도 성당이나 그 주변에서 즐겨 열렸다. 신앙의 열기가 점점 식어가는 오늘날에도 큰 도시의 주교좌성당이나 대성당 광장은 여전히 많은 사람이 즐겨 모이는 장소로 사랑받는다.

스페인 북서부에 위치한 카스티야와 레온 지방에 레온(León)이라는 도시가 있다. 이 작은 도시의 역사는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기 70년 경 로마인들이 금광 채굴을 위해 레온에 마을을 만들었고 그곳은 로마 군인들의 기지가 됐다. 10세기에는 아스투리아스 왕국의 수도가 되어 번성했다. 그래서 레온에는 유서 깊은 건축물이 곳곳에 남아 있다. 또한 이 도시는 성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로 가는 길목에 있어서 많은 순례자들이 방문한다.

레온 한가운데는 주교좌성당 역할을 하는 대성당이 우뚝 서 있다. 성모 마리아를 주보로 모신 이 성당은 스페인 고딕 양식의 걸작으로 평가된다. 지금의 대성당은 2세기 경 로마 시대의 커다란 목욕탕이 있던 자리에 건립됐다. 이곳에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이 있었는데, 그 건물을 허물고 새 성당 건립 공사를 했다. 1205년에 공사를 시작해 1301년에 성당의 주요 부분을 완성했고, 그 후에도 나머지 공사는 계속 진행했다. 성당의 평면은 라틴십자가 형태이며 길이는 90m, 폭은 40m에 이른다.

레온 대성당은 매우 웅장한 모습이지만 그것보다 더 유명한 것은 내부 전체를 화려하게 장식한 유리화다. 이 유리화는 스페인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평가된다. 유리화에는 성경 장면이나 성인의 일화, 신화에 나오는 야수나 식물의 문양 등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다. 유리화의 주제뿐 아니라 표현 양식도 다양한데, 이것은 모든 유리화가 13세기부터 20세기까지 오랜 세월에 걸쳐 제작됐기 때문이다.

대성당의 유리화를 통해 들어오는 신비로운 빛은 사람들을 전적으로 다른 세계로 불러들인다. 마치 거대한 유리화의 바다에 빠져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유럽의 다른 고딕 성당에도 유리화가 장식돼 있지만 레온 대성당의 유리화만큼 아름답고 화려한 경우는 거의 없다.

교회의 건축물 가운데에서는 고딕 성당에 유리화가 즐겨 장식됐다. 건물이 높아지면서 큰 창문도 많이 설치했는데, 창문에서 강한 빛이 쏟아져 들어와 성당 안에 있는 사람들이 마음을 모으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각 창문에 유리화를 설치해 빛의 양을 통제하며 내부를 신비롭게 꾸며 기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레온 대성당 제단 부분의 유리화.

유리화는 이런 실용적인 이유를 넘어서 교리 교육의 수단으로도 적극 활용됐다. 요즈음엔 성경을 누구나 가질 수 있었지만 인쇄술이 발달하기 전까지는 성직자나 수도자, 왕족이나 귀족 등 소수만 손으로 직접 쓴 성경 필사본을 소장할 수 있었다. 그래서 교회는 문맹자나 성경을 갖지 못한 대다수의 신자들을 위해 성당 내부를 유리화나 성화로 장식했다. 교회 내의 성물들, 특히 유리화는 눈으로 보는 성경으로서의 역할을 했다.

특히 레온 대성당의 유리화가 잘 보존된 것은 교회 문화와 예술의 소중함에 대해 깊이 이해한 교회의 구성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교회 문화와 예술이 단순히 현재 신자들만의 것이 아닌 시대를 뛰어 넘어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폭넓은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처럼 성숙한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레온 대성당의 부속 박물관도 만들었다. 그들은 교회의 박물관을 만들기 위해 새 건물을 짓지 않았다. 그 대신에 성당과 맞붙은 부속 건물을 조금 수리해 문화 공간으로 이용하면서, 교회의 유물을 수집하고 전시하는데 온갖 정성을 쏟아 부었다.

그 결과 오늘날 레온 대성당의 부속 박물관은 유럽의 다른 성당 박물관과 비교해 보면 양과 질적인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 박물관은 로마네스크 시대의 조각품을 포함해 1500여 점의 다양한 교회 예술품을 소장하고 있다. 현재 부속 박물관으로 사용되는 건물은 사각형인데 그 안에 정원이 있고 그곳에도 조각 작품이 전시돼 있다. 13세기에서 14세기에 건립된 건물의 회랑 천장에는 프레스코화로 그려진 성화가 있다. 이 회랑의 복도에도 외부를 장식했던 여러 성상들이 즐비하게 전시돼 있다. 이를 통해서 외부 조각이 더 이상 훼손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레온 대성당 부속 박물관 화랑에 전시된 성상들.

박물관 내부에는 성당의 각종 유물과 예술품이 체계적으로 잘 전시돼 세계 각국으로부터 찾아온 방문객들을 맞아들인다. 전시품을 보면 레온 대성당의 오랜 역사와 신앙 그리고 그 흔적을 소중히 보존한 사람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이곳은 성당의 부속 박물관이 아니라 독립된 박물관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전시물이 풍부하고 알차다.

우리나라의 성당이나 수도원, 성지나 교회 기관 곳곳에도 많은 예술품이 외부나 내부에 설치돼 있다. 교회의 예술품도 살아있는 생명과 같아 평소에 잘 돌보지 않으면 생명이 단축되고 심하면 훼손되어 사라지기도 한다. 오래된 소중한 예술품을 잘 보존하기 위해 바깥에 있는 작품도 눈여겨보며 자주 돌봐야 한다. 외부에서 산성비 등으로 쉽게 훼손될 수 있는 작품은 테라스 안쪽이나 복도, 혹은 실내로 옮길 필요가 있다.

성당 옆에 작은 공간이 있다면 그 안에 교회의 소중한 유물이나 예술품을 보존할 수 있다. 그러나 각 본당 차원에서 이런 공간의 마련과 보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교구나 관구에 박물관을 만들어 각 본당이나 교회 기관에서 소장한 소중한 예술품을 보존할 수 있다.

교회 박물관을 만들기 위해 꼭 새로운 건물을 지을 필요는 없다. 교회 안에서 지금 활용하지 않는 공간이나 건물을 찾아 조금 손질하고 꾸미면 박물관으로 활용할 수 있다. 박물관은 단순히 교회의 유물이나 예술품을 보존하고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다.

그곳은 교회의 유물과 예술품의 생명을 연장하는 곳이고 우리의 신앙 후손을 비롯한 많은 사람이 교회의 보물을 보면서 자신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가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다.



정웅모 신부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유물 담당)
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87년 사제품을 받았다. 홍익대와 영국 뉴캐슬대에서 미술사·박물관학을 전공했다. 서울대교구 홍보실장과 성미술 감독, 종로본당 주임, 장안동본당 주임 등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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