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62)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자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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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62)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자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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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62)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자 박물관’

 

우리 모두 하느님 나라로 돌아갈 순례자임을 일깨워

산티아고 대성당 부속 박물관 생기자 순례와 관련된 유물 자발적으로 봉헌
예술품·지도책 등 다양한 작품 통해 순례의 역사와 의미 이해할 수 있어

발행일2018-06-24 [제3100호, 18면]

산티아고 순례자 박물관 외부 전경.
스페인의 산티아고는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순례자들로 항상 붐빈다. 특히 예수님의 열두 제자 가운데 한 명인 성 야고보 사도의 유해가 모셔진 산티아고 대성당에서는 순례객들이 봉헌하는 미사와 기도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성인의 유해가 안치된 지하 경당에서도 참배하고 기도하며 자신을 새롭게 한다. 순례자들에게 산티아고는 새 삶의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성당 안에서 뿐 아니라 주변에서도 야고보 사도와 관련된 성상이나 성화, 기념품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산티아고의 주인공 또한 도시의 이름처럼 성 야고보 사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성당 곁에는 교회의 부속 박물관이 있는데 그곳에는 성당 외부를 장식했던 오래된 석조 조각들이 잘 전시돼 있다. 이런 내부 전시를 통해서 사람들은 교회 예술품을 가까이서 볼 수 있고 소중한 작품들의 생명은 연장된다.

대성당의 동쪽 마당 주변에는 매우 특별한 ‘산티아고 순례자 박물관’(Museo Das Peregrinaciónes E De Santiago)이 있다. 순례와 연관된 작품을 전시하는 곳으로서는 세계에서도 이곳이 유일할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박물관은 순례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언제나 한산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성당에만 들어가서 기도하고 바로 곁에 있는 이 박물관을 지나친다.

산티아고 순례자 박물관은 1951년에 만들어졌다. 박물관이 생기자 사람들은 주변의 성당이나 교회 기관에서 순례와 관련된 유물을 적극적으로 모으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유럽과 세계 각국으로부터 순례와 관련된 작품들을 모아 소장품의 폭을 계속 넓혔다. 박물관에서는 작품 수집에 열성을 다했고 이런 모습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작품을 봉헌하기도 했다.

2015년에는 오래된 스페인 은행 건물의 내부를 새롭게 고쳐서 오늘날의 박물관으로 꾸몄다. 3층 석조 건물의 내부는 외부와는 전적으로 다른 분위기다. 비록 외부는 오래된 모습이지만 내부는 편리하게 고쳐서 사람들에게 최대한 편의를 제공한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일반 박물관이 갖추어야 할 안내실과 전시실, 순례 도서 전시 공간과 순례자의 짐을 보관할 수 있는 사물함 등이 곳곳에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는 교회의 여러 유물 가운데서 순례와 관련된 성상과 성화, 성물과 예술품, 순례 도구와 지도책, 도자와 사진, 산티아고 대성당의 모형 변천도와 성당을 꾸몄던 석재 조각 등 여러 종류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전시품을 보면서 사람들은 그리스도교와 다른 종교의 순례 역사와 산티아고를 향하는 여정에서 체험했던 순례에 대해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즉 이 박물관을 통해 순례의 의미를 새롭게 느끼고 바로 곁의 대성당을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다.

순례자 복장으로 길을 떠나는 성 가족상.

순례자 박물관의 여러 전시품 가운데서 눈길을 끄는 것이 많다. 그 가운데 ‘순례자 복장으로 길을 떠나는 성 가족상’이 있다. 18세기에 멕시코에서 은으로 제작한 이 작품은 아기 예수와 성모 마리아 그리고 성 요셉이 산티아고로 향하던 사람들과 같은 복장으로 순례 떠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성가족의 순례상은 우리 모두가 이 세상에서는 순례자라는 것을 알려 준다. 즉 하느님 아버지로부터 태어난 사람들은 잠시 이 세상에 머물다가 때가 되면 다시 하느님 나라로 가는 여정에 있다는 것이다.

또 특별한 작품은 라몬 피날(Ramón Pinal)이 2015년에 제작한 나무 다발 ‘울뜨레이아(Ultreia)’이다. 겉으로 봐서는 이 박물관에 어울리지 않고 값어치 없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산티아고로 향하던 순례자들이 실제로 짚었던 수백 개의 지팡이로 만든 것이다. 작품의 이름 ‘울뜨레이아’는 산티아고에 도착한 순례자들이 기뻐하며 서로에게 나누던 인사말이다. 수많은 순례자들이 작품 제작을 위해 기꺼이 지팡이를 내주었는데, 이 앞에 서면 그들이 겪었을 고단한 순례길을 떠올리게 된다.

사람들의 손때가 묻은 것은 모든 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이 박물관에서 깨달을 수 있다. 그것이 비록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나무 지팡이라 해도 사람의 손길이 닿았기 때문에 그것은 참으로 소중한 것이다. 이 작품처럼 비록 하찮아 보이는 물건이라 해도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알면 그것은 매우 특별하게 다가온다.

산티아고 대성당이 더욱 풍요로운 것은 성당의 보물을 잘 전시하고 있는 부속 박물관과 주변에 순례자 박물관이 있기 때문이다. 만일에 그런 박물관이 없다면 성당은 텅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특히 순례자 박물관은 산티아고를 찾는 많은 사람의 마음을 더욱 풍요롭게 채워준다.

박물관 내부의 전시 모습.

요즈음 우리 교회에서 기념관이나 갤러리, 미술관이나 박물관 같은 문화 기관의 필요성에 대해 자주 언급하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최근에는 여러 교구에서 문화 시설을 만들어 신자 뿐 아니라 일반인들이 교회 문화에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하지만 교회의 문화 기관은 타종교나 사회단체와 비교해 보면 여전히 부족하고 전시품도 미흡한 경우가 많다.

우리 교회의 문화 발전은 어느 한 계층의 사람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성직자와 수도자 뿐 아니라 신자들을 비롯한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위치에서 문화 발전을 위한 역할을 다 할 때 교회 문화는 조금씩 자랄 수 있다.

산티아고 순례자 박물관도 처음에는 아주 작게 시작됐지만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순례와 관련된 작품을 기증하고 기부하며 오늘의 박물관으로 키운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처럼 특성화된 교회 박물관이 교구나 관구 곳곳에 설립될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정웅모 신부(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유물 담당)
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87년 사제품을 받았다. 홍익대와 영국 뉴캐슬대에서 미술사·박물관학을 전공했다. 서울대교구 홍보실장과 성미술 감독, 종로본당 주임, 장안동본당 주임 등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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