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63)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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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63)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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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63)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

 

미술관 주변에 수변 공원… 일상 속 휴식 공간으로

바스크 지방 정부, 도시 쇠퇴 막으려 1997년 미술관 개관
다양한 곡면 구조 건물에 티타늄 판 붙여 독특한 외관 완성
미술관 밖에도 작품 설치… 지나가는 이들에게도 기쁨 선사

발행일2018-07-08 [제3102호, 18면]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의 외부 전경.

스페인 구겐하임 미술관(Museo Guggenheim Bilbao)은 바스크(Basque) 지방의 빌바오에 자리 잡고 있다.

오늘날 빌바오는 스페인 북부 최대 도시로서, 산업의 중심지이며 무역항을 갖고 있다. 빌바오는 19세기에서 20세기 초까지 철광석 등을 채굴하면서 산업도시로 번성했다. 그러나 산업화의 쇠퇴로 도시 전체가 급속하게 낙후되기 시작했다. 빌바오 지방 정부와 시민들은 쇠퇴하는 도시를 새롭게 재생하기 위해 지혜를 모으며 여러 방안을 논의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문화를 통해서 쇠락한 도시를 부흥하기로 한 결정이었고, 이를 위해 여러 가지 문화 사업을 추진했다.

1991년 바스크 지방 정부는 구겐하임 재단에 미술관 건립을 제안해 승낙을 받고 사업을 추진, 1997년에 미술관을 개관했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미국에서 철강 산업으로 막대한 재산을 모은 솔로몬 구겐하임(Solomon R. Guggenheim)이 수집한 현대 미술품을 기반으로 설립됐다. 뉴욕, 베니스에 이어 빌바오에서도 이 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근·현대의 다양한 예술품을 소개하면서 사람들의 문화에 대한 안목을 높여주고 삶의 질을 향상시켜 준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의 설계는 미국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 1929- )가 맡았다. 이 미술관은 건물의 독특한 외형으로 유명한데, 건물 전체가 현대의 거대한 추상 조각처럼 보인다. 빌바오 미술관은 보는 각도에 따라서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며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제 구겐하임 미술관은 빌바오를 상징하는 건물로 문화의 중심지가 됐다. 또한 그곳 시민들뿐 아니라 각국의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는다.

빌바오 시내를 관통하는 네르비옹(Nervión) 강가에 있는 미술관은 딱딱한 형태가 아니라 다양한 곡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변의 강가에 흐르는 물결이나 강가에 떠 있는 커다란 배처럼 보인다. 또는 물가에 피어있는 한 송이 꽃처럼 보이기도 한다. 우리가 사는 지금이 바로 문화의 시대라는 것을 미술관은 독특한 건물을 통해서 말하는 것 같다.

건물의 외부 재질도 돌이나 유리가 아니라 티타늄이다. 티타늄은 주로 항공기 제작에 쓰이는 것인데, 건축가는 빌바오 미술관 건립에 많이 사용했다. 두께가 3mm밖에 되지 않는 티타늄 판을 붙여서 건물은 경쾌한 느낌을 주며 햇볕에 따라 다양한 색상을 보여준다.

구겐하임 미술관 주변에는 수변 공원과 휴식 공간이 곳곳에 마련돼 일상에 지친 사람들을 품어준다. 사람들은 예술을 통해서 미적인 감각을 되찾고 미술관 주변에서 휴식을 취함으로써 지친 삶으로부터 다시 활기를 되찾는다.

미술관 외부에 설치된 제프 쿤스의 일곱 송이 튤립.

미술관 밖에는 미국 조각가 제프 쿤스(Jeff Koons, 1955- )가 수만 송이의 꽃으로 만든 거대한 강아지나 일곱 송이 튤립, 거미 등을 설치해 놓았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평범한 것들도 확대해서 보면 얼마나 신기하고 아름다운지를 잘 보여준다. 자연이나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은 하느님의 소중한 작품이라는 것을 이런 예술 작품을 통해서 느낄 수 있다.

오늘날 예술품은 미술관 안에만 갇혀 있는 것이 아니다. 미술관 밖에 전시된 예술 작품을 통해서 오가는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그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예술품이 미술관을 찾는 방문자뿐 아니라 길거리의 사람들조차도 품어 주며 위로해 준다.

미술관 로비에서 바라본 실내 모습.
미술관 안의 모습도 바깥과 마찬가지로 정형화 되어 있지 않고 보는 각도에 따라서 다양한 형태를 띤다. 미술관은 3층이지만 구불구불한 로비는 천장으로 뚫려 있어서 조각품과 같은 느낌을 준다. 미술관 전체가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내부 공간 곳곳엔 스페인과 세계 각국의 근·현대 회화와 조각품, 영화와 비디오 및 설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세계 각국의 뛰어난 예술품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미술관 위 옥상 정원에서도 빌바오 시내와 자연 풍경을 보면서 사람들은 휴식의 시간을 갖는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작품 전시와 더불어 어린이와 청소년을 포함한 다양한 계층을 위한 문화와 예술 교육 프로그램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예술품을 보고 즐기면서 진선미의 원천이신 하느님께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아름다움도 하느님께 나아가는 길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이 미술관에서 깨달을 수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는 오래된 도시를 어떻게 재생할 것인지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낡은 건물이 담고 있는 역사성을 살리면서 현대화하기 위해 많은 지혜를 모으고 있다. 도시 재생 사업을 진행하면서 그 안에 전통과 문화 공간을 담아내려는 시도 또한 조금씩 열매를 맺고 있다.

빌바오의 도시 재생 사업에서 구겐하임 미술관은 선두에 서 있다. 이 미술관을 중심으로 주변의 건축물과 공간이 사람들의 휴식과 문화 공간으로 변화됐다. 이런 변화는 박물관 주변뿐 아니라 도시 전체에까지 이어져 사람들이 문화를 즐기며 자신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사람들은 지혜와 힘을 모아 아름다운 미술관을 지었고, 이제 그 미술관이 사람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변화시켜 주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 신앙의 시대에는 도시나 마을의 중심이 성당이었지만 오늘날 문화의 시대에는 예술 공간이 도시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 교회도 문화를 통한 복음 선포, 즉 문화 사목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일해야 할 것이다.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이 쇠락해 가던 도시를 새롭게 일으킨 것처럼 교회의 문화 사목도 거리에 있는 사람들을 다시 교회로 불러들이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웅모 신부(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유물 담당)
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87년 사제품을 받았다. 홍익대와 영국 뉴캐슬대에서 미술사·박물관학을 전공했다. 서울대교구 홍보실장과 성미술 감독, 종로본당 주임, 장안동본당 주임 등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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