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9) ‘우피치 미술관’의 교회 제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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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9) ‘우피치 미술관’의 교회 제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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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9) ‘우피치 미술관’의 교회 제단화

 

수많은 伊 르네상스 시대 거장들 작품 한 자리에

 

발행일2017-03-05 [제3034호, 12면]

 

예술의 도시, 이탈리아 피렌체 골목 어디에서나 크고 작은 성당을 볼 수 있다. 그 안에 들어가면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잘 보존된 교회 예술품들을 만나게 된다. 대부분의 성당 내부가 어두워, 처음엔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마치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이내 어둠에 익숙해지면 성상이나 성화가 눈에 조금씩 들어온다. 성당 안의 신비로운 빛을 통해 그림을 넘어서 저 편에 있는 하느님 나라에 다다를 것 같다. 

 

또 피렌체 거리 곳곳에서는 미술관과 박물관, 오래된 궁전과 저택들을 볼 수 있다. 그 안에 전시된 작품들은 장식적인 것도 있지만 대부분이 그리스도교 미술과 관련된 것이다. 특히 피렌체에 있는 미술관은 이 글의 제목처럼 ‘교회의 보물창고’라 할 수 있다. 미술관을 들르지 않고서는 피렌체를 제대로 보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우피치 미술관’의 외부 전경. 

 

피렌체 예술의 꽃은 우피치 미술관(Galleria degli Uffizi)으로, 세계에서도 가장 오래된 미술관 가운데 하나다. 우피치라는 말은 ‘사무실’이란 뜻이다. 르네상스 시대 건물로 양쪽 외관은 ㄷ자 형태의 3층 사무실처럼 보인다. 1층에는 고문서, 2층에는 소묘와 판화, 3층의 45개 방에는 회화가 전시돼 있다. 미술관 외부 기둥의 벽감 28곳에는 토스카나(Toscana) 지방에서 존경받던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단테, 갈릴레오 갈릴레이 같은 위인상이 설치돼 있다.

 

피렌체 예술의 발전은 메디치(Medici) 가문에서 찾을 수 있다. 메디치란 이름은 ‘약사, 의사’를 뜻하는 메디코(medico)에서 유래한다. 그들은 제약업으로 재산을 모은 다음 제조업과 금융업으로 부를 축적하여 예술과 문화, 교회를 후원하며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탄생과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이 미술관의 기원도 메디치의 코시모 1세(CosimoIde‘Medici, 1519-1574년)가 피렌체 정부 청사를 건립한데서 찾을 수 있다. 그는 1559년 화가이자 건축가인 조르죠 바사리(Giorgio Vasari, 1511-1574년)에게 한 자리에서 일할 수 있는 사무공간을 지어 달라고 의뢰했는데, 그것이 우피치 궁전(Palazzo degli Uffizi)이었다. 이 건물은 1580년에 완공됐으며 코시모의 아들인 프란체스코 1세(1541-1587년)때부터 사무용 건물에서 미술관으로 변화되기 시작했다. 1765년에 미술관은 일반에게 공개됐다. 

 

우피치 미술관에는 13세기부터 19세기까지의 수많은 회화와 조각품이 전시돼 있다. 특히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회화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매우 특별한 곳이다. 두초, 치마부에, 조토, 프라 안젤리코, 시모네 마르티니, 보티첼리,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티치아노 등 이루 다 열거할 수 없는 거장의 주요 작품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 엘 그레코, 루벤스, 렘브란트 등 바로크 시대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성인들의 호위를 받으며 천상 옥좌에 앉으신 성모자 제단화’를 사람들이 바라보고 있다.

 

 

또한 이 미술관에는 큰 제단화 등 교회 미술품이 많이 소장돼 있다. 메디치 가문에서는 피렌체의 성당 건축이나 낡은 성당의 보수를 위한 후원을 하면서, 그 대가로 제단화 등을 가져 오기도 했다. 제단화는 성화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성당의 중심이며 거룩한 미사가 봉헌되는 제단을 더욱 돋보이게 할 목적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제단화의 가운데는 성모 마리아님이 아기 예수를 안고 옥좌에 앉아 있으며 주변에는 당시에 공경 받던 성인들이 그려졌다. 제단화의 배경에 아무런 풍경도 없이 금색으로 치장된 것은 주제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또한 황금색은 제단화를 통해서 말하는 주제가 영원불변의 진리라는 것을 알려준다. 제단화들이 원래의 자리가 아닌 미술관의 한쪽 벽에 걸려 있어 아쉽지만 눈앞에서 이 성화를 바라보면 천상의 세계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교회미술품을 보면 성화란 ‘눈으로 보는 성경’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이 성경을 갖기가 힘들었고 문맹자가 많았던 시대에 성화는 성경을 대신했다. 성당을 장식하던 성화를 보면 성경의 주요 장면을 다 읽은 것과 같았을 것이다. 이처럼 오래 전부터 교회는 성화를 교리교육과 복음선포의 수단으로 적극 활용했다. 교회는 문화예술을 소중히 여겨 가꾸고 보존하며 신자뿐 아니라 대중들에게도 아름다움과 성스러움을 심어주었다. 오랫동안 교회 문화가 일반 문화의 견인차 역할을 하며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 준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교회가 이 세상에서 문화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일까? 세속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현대 사회에서 교회는 세속이나 물질보다도 더 소중한 세계와 가치가 있다는 것을 예술과 문화를 통해서 보여주는지 성찰하게 된다. 우피치 미술관은 지금도 수많은 사람을 아름다움에로 이끌어 준다. 아름다움은 진선미(眞善美)의 원천이신 하느님의 속성 가운데 하나이다. 아름다운 예술품을 통해서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아름다움 자체이신 하느님께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수준 높은 예술가와 그들을 아끼며 사랑한 피렌체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우피치 미술관이 태어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예술가들의 재능을 귀히 여기며 일을 맡겼던 교회와 대를 이어가며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했던 메디치 가문이 이 미술관의 탄생에 큰 역할을 했다. 오늘날 교회 문화가 부흥하기 위해서는 교회 예술의 중요성에 대한 의식이 신자들 사이에서 먼저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특히 교회 지도자나 경제인들은 교회의 문화 부흥을 위한 관심과 재정적인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이는 점점 세속화되는 현실에서 교회가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것이다.

 

 

정웅모 신부 (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 유물 담당)

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87년 사제품을 받았다. 홍익대와 영국 뉴캐슬대에서 미술사·박물관학을 전공했다. 서울대교구 홍보실장과 성미술 감독, 장안동본당 주임 등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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