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10)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주교좌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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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10)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주교좌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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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10)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주교좌 성당

 

오래되고 새로운 성물들 어우러진 성전

 

‘우리 어머니’ 뜻 가진 성모 마리아 성당

전례 변화로 쓰지 않는 옛 유물도 전시

정원과 마당은 지친 이들에 활력 전해

 

발행일2017-03-12 [제3035호, 13면]

 

 

 

남쪽에서 바라본 노트르담 성당과 정원.

 

예술의 도시로 불리는 프랑스 파리에도 수많은 성당과 경당, 미술관과 박물관이 산재해 있다. 일 년 내내 세계의 사람들이 파리를 방문해 즐거워하고, 그곳을 떠날 때는 파리에서 있었던 추억의 보따리를 연인처럼 가슴에 품고 돌아간다. 자기 나라에 돌아가서도 파리를 마치 고향처럼 그리워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에게 미치는 예술의 힘이 얼마나 강렬한가를 파리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파리에는 에펠탑이나 루브르박물관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유명한 곳이 노트르담 주교좌 성당(Cathedrale de Notre-Dame de Paris)이다. 노트르담이란 ‘우리의 어머니’란 뜻으로 성모 마리아를 지칭한다. 따라서 노트르담 성당은 성모 마리아 성당이라고 할 수 있다. 파리에만 노트르담 성당이 있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 전역에 같은 이름을 가진 크고 작은 성당이 많이 있다.

 

파리의 중심을 관통하는 세느강에는 작은 시테(Cite)섬이 있고, 그 섬 한가운데 노트르담 성당이 우뚝 서 있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하면서도 큰 성당 가운데 하나인 이 성당은 파리대교구장이었던 모리스 드 쉴리(Maurice de Sully)에 의해 계획됐다. 그리고 루이 7세(Louis Ⅶ) 때인 1163년에 공사가 시작돼 182년이 지난 1345년에 완성됐다.

 

노트르담 성당은 길이 128m, 폭 48m, 높이 69m의 규모로 한 번에 6500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다. 프랑스 고딕 양식의 대표적인 건축물로서 그 안에는 많은 조각품과 화려한 유리화가 장식돼 있다. 특히 성당의 서쪽과 남쪽 그리고 북쪽에는 커다란 원형 유리화가 있는데, 그것을 장미창이라고 부른다. 장미는 성모 마리아를 상징하는 꽃이기 때문에 유리화의 중앙 부분에는 아기 예수님을 안은 성모님이 계신다.

 

로마의 성 베드로 대성당처럼 유럽의 큰 성당에는 부속 보물실이나 박물관이 있다. 전례 예식의 변화나 성물의 교체 이유 등으로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성물들의 소멸을 방지하고 보존하기 위해 이 같은 부속 건물을 갖췄다. 노트르담 성당 내부의 오른편에도 보물관이 있는데 이곳에는 제의류와 제구 등 다양한 교회 유물이 잘 전시돼 있다.

 

그러나 노트르담 성당의 오래된 모든 성물이 보물실에 있는 것은 아니다. 규모가 큰 것은 대성당의 본래 자리에 그대로 있다. 그 예로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1965년) 이전에 사용됐던 오래된 제대를 꼽을 수 있다. 그 제대 주변은 성모님께서 죽은 예수님의 시신을 안고 기도하는 피에타(Pieta)로 장식됐다. 지금 그 제대는 사용되지 않지만, 원형 그대로 보존돼 성당의 지난 역사를 말해준다.

 

 

 

노트르담 성당의 중앙 제대와 독서대.

 

현재의 중앙 제대는 순백의 제단 위에 황동으로 단순하게 제작됐다. 제대의 네 면에는 반추상의 인물 12명이 부조로 새겨져 있다. 이들은 예수님의 첫 번째 제자인 12명을 상징한다. 예수님께서는 이스라엘의 12지파 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사람을 한분이신 하느님 아버지께로 불러 모으기 위해 12제자를 부르셨다. 초대교회의 기둥이 되었던 제자들이 견고하게 제대를 받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제대는 당신 자신을 희생 제물로 봉헌하신 예수님을 상징하기 때문에 성당의 중심이다. 노트르담 성당은 제대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꽃 장식도 제대와 떨어진 곳에 두었고 촛대조차도 제대로부터 먼 곳에 두었다. 제단의 왼쪽에 있는 독서대도 동서남북의 세상을 상징하는 사각형의 흰 대리석으로 만들어졌다. 받침대는 펼쳐진 책의 형태다. 이는 하느님의 말씀이 언제나 이 성당에서 울려 퍼진다는 것을 나타낸다. 오래된 성물을 손상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성물을 조화롭게 설치한 미적인 안목에 놀라게 된다. 

 

노트르담 성당의 외부도 잘 정리돼 성당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성당 앞 광장은 수많은 사람이 편안히 머물며 쉴 수 있도록 언제나 개방돼 있다. 이 광장은 모든 사람을 다 받아 품어 주시는 하느님 아버지의 큰 사랑을 드러낸다. 또 광장 중앙에는 도로원표(道路元標)가 있다. 프랑스 다른 지역까지의 공식 거리를 이 지점으로부터 측정하는 기준이다. 도로원표를 보면 노트르담 성당이 파리 뿐 아니라 프랑스의 중심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또한 하느님이야말로 우리 삶의 출발점이면서 종착점이라는 것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광장의 끝 지점에 위치한 지하 공간에는 고대 유적지와 각종 유물이 전시돼 있다. 1965년에 개관한 유적지는 초기에 파리에 정착했던 사람들이 살았던 집터와 로마 제국시대의 건축 기초 등을 볼 수 있다. 이런 전시를 통해 노트르담 성당이 모든 사람의 역사를 소중히 여기고 품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역사의 흔적이 묻은 것이라면 그것이 비록 한 장의 벽돌일지라도 귀히 여기고 전시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성당 앞만 아니라 양쪽 측면과 뒷면에도 아름답게 조성된 정원과 마당이 있어서 삶에 지친 사람들이 잠시 쉬면서 활력을 되찾곤 한다. 성당 안이 사람들을 품어 주는 것처럼 성당 밖도 오가는 사람들을 다독거려준다. 또 성당 바깥의 정원이나 마당은 텅 빈 공간이 아니라 성당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성당이 숨 쉴 수 있는 허파와 같은 곳이다. 오랜 세월 동안 이처럼 성당 주변을 광장과 마당, 정원이나 산책로로 만들고 보존한 사람들의 문화적 안목이 참으로 놀랍다. 성당 밖도 안처럼 온갖 정성을 다해 다듬고 보존하며 가꾸어야 할 것이다. 그럴 때 우리의 성당은 지금보다도 훨씬 더 아름답고 숭고한 모습으로 변화될 수 있을 것이다.

 

 

정웅모 신부(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 유물 담당)

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87년 사제품을 받았다. 홍익대와 영국 뉴캐슬대에서 미술사·박물관학을 전공했다. 서울대교구 홍보실장과 성미술 감독, 종로본당 주임, 장안동본당 주임 등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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