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13) 샬트르 대성당의 건축과 유리화 그리고 조각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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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13) 샬트르 대성당의 건축과 유리화 그리고 조각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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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13) 샬트르 대성당의 건축과 유리화 그리고 조각품들

 

“대성당은 가장 위대한 건축물 중 하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

예수 탄생 때 입은 성모 겉옷(산타 카미시아) 보관

 

발행일2017-04-02 [제3038호, 28면]

 

 

서북쪽에서 바라본 샬트르 성당 전경. 

 

파리에서 샬트르(Chartres)까지 거리는 80Km 정도다. 기차로 1시간이면 도착한다. 작은 도시 샬트르는 이미 귀에 익은 단어다. 1888년에 우리나라에 진출한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가 이곳에서 시작됐다. 기차역에 도착하면 누구나 쉽게 ‘샬트르 노트르담 성당’(Cathédrale Notre-Dame de Chartres)을 찾을 수 있다. 밀밭 사이의 완만한 언덕에 대성당이 우뚝 서 있기 때문이다.

 

샬트르는 초기 중세 시대부터 주요 성지 순례 장소이자 최종 목적지여서, 많은 사람이 몰렸다. 전설에 따르면 876년부터 이곳에 마리아가 아기예수를 낳을 때 입었던 겉옷이 보관됐다고 하는데, 그것을 ‘산타 카미시아’(Santa Camisia)라고 부른다. 그것 때문에 이곳은 유럽에서 성모 마리아와 관련된 순례지의 중심이 됐다.

 

원래 이곳에는 1145년에 건립된 로마네스크 성당이 있었는데, 1194년 화재가 발생해 크게 훼손됐다. 그러나 기적처럼 성모 마리아의 옷을 보관한 보물실은 불타지 않아 ‘산타 카미시아’는 온전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프랑스 전역으로부터 성당 건축을 위한 헌금이 모였고, 자원봉사자들이 앞 다퉈 샬트르를 찾았다. 1194년부터 1220년까지 많은 사람들이 정성과 힘을 합쳐 현재의 고딕 성당을 완성했다. 이 성당 내부는 라틴 십자가형이며 길이 130m, 폭 46m, 높이 113m이다. 서쪽 정면의 종탑 등 일부에서는 그 전에 지어진 로마네스크 시대의 건축을 볼 수 있다.

 

이후에도 성당의 크고 작은 공사는 계속됐고 내·외부 성물들도 갖췄다. 오랜 세월과 전쟁, 프랑스 대혁명 시기에도 샬트르 성당은 파괴되지 않고 온전하게 보존됐다. 이 성당은 건축사에서 가장 위대한 건축물 가운데 하나로 평가되며, 1979년에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고딕 성당은 세상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하늘로 향하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 흔히 ‘뾰족당’이라고도 불리는 성당 안에 들어가면, 우리 자신이 얼마나 작고 미약한지를 깨달을 수 있다. 고딕 건축 양식의 발달로 성당을 더욱 높이 지을 수 있었고 창문도 커지면서 많은 빛이 안으로 들어오게 됐다. 그 빛을 적절히 통제해 성당 내부를 경건하게 만들기 위해 유리화가 많이 사용됐다.

 

 

남쪽 창문 상단에 있는 ‘푸른 동정 마리아’ 유리화. 

 

 

북쪽 출입구에 있는 ‘멜키세덱, 아브라함, 모세’ 등의 조각상.

 

샬트르 성당 내부에는 176개의 장미창과 유리창이 있고, 그곳에는 아름다운 유리화가 장식돼 있다. 이 유리화는 13세기 초부터 제작된 것으로, 중세 유리화 가운데서 으뜸이며 온전히 보존된 것으로 높이 평가된다. 서쪽과 남쪽 그리고 북쪽에 성경의 주요 장면을 묘사한 커다란 장미창이 있으며 내부의 모든 창문에도 유리화가 가득하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남쪽 창문 위의 ‘푸른 동정 마리아’이다. 이 유리화는 1180~1225년경에 제작됐다. 성모님의 얼굴은 후에 조금 수정됐으나 나머지 부분은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 푸른 옷을 입은 마리아는 비둘기 모양의 성령으로부터 내려오는 은총을 가득 받으며 아기 예수를 안고 계신다. 푸른 옷은 성모 마리아는 푸른 하늘, 즉 하느님을 온 몸에 품고 살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아기 예수는 한 손을 들어 세상 모든 사람에게 축복해 주신다. 배경의 붉은 빛은 푸른 옷을 입은 성모님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성모자 주변에는 천사들이 향과 초를 들고서 경배하는 자세를 취한다.

 

샬트르 성당의 외부 출입구와 벽에는 수많은 조각상이 장식돼 있다. 높고 긴 고딕 건축물에 맞추기 위해 조각상들도 길쭉한 모습으로 표현했다. 서쪽 정문에는 구약에 나오는 왕과 여왕들이 조각돼 있으며, 팀파늄(tympanum)에는 최후심판하는 예수님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북쪽 출입구에는 구약의 예언자와 성모 마리아, 신약의 주요 인물이 조각돼 있다. 남쪽 출입구에는 신약의 인물과 순교자와 증거자들이 표현돼 있으며, 팀파늄에는 ‘최후의 심판’이 묘사됐다.

 

오늘날에도 샬트르 성당은 순례자와 방문자 뿐 아니라 건축과 조각, 유리화를 연구하고 배우려는 사람들로 항상 붐빈다. 이 성당은 수백 년 동안 한 자리에 있으면서도 세계의 수많은 사람을 끊임없이 불러 모은다. 예술과 문화의 힘이 얼마나 크고 강렬한지를 이곳에서 깨달을 수 있다.

 

샬트르 성당 주변의 오래된 건물들도 높이를 제한하여 성당을 가리지 않는다. 주변 건물의 벽이나 지붕 색깔조차도 성당과 조화를 이룬다. 작은 집들 안에는 유리화 공방이나 전시실, 기념품 가게와 레스토랑이 자리 잡고 있다. 성당은 자신의 모든 공간을 모든 사람에게 아낌없이 내어주고 주변의 집들은 어머니 같은 그런 성당을 따뜻하게 감싸준다. 샬트르 성당과 주변 건물이 서로 자신을 내어주며 감싸는 모습은 성당의 유리화나 조각 못지않게 아름답다.

 

이처럼 샬트르 성당은 그곳에 사는 사람 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몰려드는 사람에게도 진선미를 선사해 준다. 사람들은 이 성당과의 짧은 만남을 아쉬워하면서 마음속에 아름다운 추억을 가득 담아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간다. 아름다운 성당은 언제나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그들의 마음 안에 평화를 선사한다. 그 가운데서도 특별히 샬트르 성당은 문화를 통해 수많은 사람에게 복음을 선포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 성당은 주변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가며 복음 선포를 하는지 살펴보게 된다.

 

 

 

정웅모 신부 (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 유물 담당)

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87년 사제품을 받았다. 홍익대와 영국 뉴캐슬대에서 미술사·박물관학을 전공했다. 서울대교구 홍보실장과 성미술 감독, 종로본당 주임, 장안동본당 주임 등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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