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20) 이스탄불의 꺼지지 않는 등불 ‘하기아 소피아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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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20) 이스탄불의 꺼지지 않는 등불 ‘하기아 소피아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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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20) 이스탄불의 꺼지지 않는 등불 ‘하기아 소피아 성당’

 

발행일2017-05-21 [제3045호, 14면]

 

 

 

하기아 소피아 성당 전경.

 

동로마 제국 시대에 건축된 ‘하기아 소피아 성당’(Hagia Basilica of the Hagia Sophia)은 터키 이스탄불의 상징으로 꼽힌다. 이스탄불 중심에 있는 독특하면서도 거대한 이 성당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다. ‘하기아 소피아’는 ‘거룩한 지혜’라는 뜻이니 ‘거룩하신 하느님의 지혜를 담은 성당’이라 할 수 있다. 

 

동로마 제국의 수도였던 이스탄불의 옛 이름은 콘스탄티노플인데 황제 콘스탄티누스의 도시라는 뜻이다. 이곳에는 360년과 415년에 지어진 작은 성당이 있었지만, 화재로 모두 소실됐다. 

 

그러자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1세는 532년부터 537년까지 웅장한 모습의 하기아 소피아 성당 건립을 지휘했다. 그는 로마 제국 내에 가장 아름다운 성당을 짓기 위해 여러 나라로부터 건축 자재를 들여왔다. 또 불과 6년 만에 벽돌로 사각형과 원형 등 기하학적인 형태를 조합하여 성당을 완성했다. 황제는 이 성당을 솔로몬 왕의 성전보다 더 아름답다 감탄하며 “솔로몬, 내가 그대를 이겼노라!”고 외쳤다고 한다. 

 

 

성모자께 성당과 콘스탄티노플을 봉헌하는 황제들. 

 

삼랑식(三廊式) 바실리카 양식의 이 성당 지붕은 여러 반원형 돔으로 덮였다. 성당의 길이는 82m, 폭은 73m이며, 가장 큰 돔의 직경은 30m다. 이 성당은 비잔틴 제국의 대표적인 건축물로 평가받는다.

 

하기아 소피아 성당 내에는 형형색색 작은 돌로 꾸며진 모자이크가 있다. 예수님과 성모님, 요한 세례자 성인 등의 모자이크는 오래 전에 만들어졌지만 퇴색되지 않고 빛난다. 특히 성당 전실(前室) 출입문 상단에는 10세기의 모자이크가 있는데 매우 아름답다. 가운데 성모 마리아는 아기 예수를 안고 있으며, 왼쪽에는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1세가 자신이 지은 성당의 모형을 봉헌하고 있다. 오른쪽에는 황제 콘스탄티누스 1세가 성벽으로 둘러싸인 콘스탄티노플의 모형을 들고 있다.

 

 

 

성당에서 올려다 본 중앙 돔의 모자이크 장식

 

여러 반구형 돔 중에서 가운데 있는 지붕은 웅장함을 더해 준다. 중앙 돔 아래에는 수많은 창문들이 있는데 그곳을 통해서 빛이 들어온다. 이 빛 때문에 거대한 돔은 마치 하늘에 둥둥 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성당에 들어가면 세상과는 전혀 다른 신비로운 느낌을 받게 된다. 그 신비로움은 사람들로 하여금 거룩한 세계, 즉 천상세계로 향하게 도와준다. 

 

다른 성당들과 마찬가지로 하기아 소피아 성당도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역사의 아픔을 함께 겪었다. 특히 성화상 파괴 운동(726~843년) 시기에 내부의 많은 모자이크가 손상됐다. 또한 동로마 제국의 멸망과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한 오스만 제국에 의해 1453년부터 이 성당은 이슬람교의 사원인 모스크로 변화됐다. 사람들은 성당의 제단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메카(Mecca)의 방향을 알려주는 미흐라브(mihrab)를 만들었다. 내부의 모자이크도 큰 수난을 겪었다. 형상을 금지한 이슬람교 교리에 따라 모자이크는 회칠로 덮이거나 뜯겨 나가며 훼손됐다. 그 대신에 중앙 돔의 천장과 기둥, 벽과 창은 코란의 문자와 문양으로 장식됐다. 건물 외부의 각 모서리에도 이슬람교의 기도 시간을 알리는 첨탑 미나레트(minarets)가 건립됐다. 

 

1923년에 오스만 제정이 무너지고 터키 공화국이 수립되자, 정부는 유적지를 발굴하고 내부 모자이크 복원 작업을 했다. 1935년부터는 박물관으로 개방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곳에서는 4~5세기 초기 성당의 유물과 유적, 동방 정교회와 가톨릭교회의 건축과 예술품, 이슬람교의 건축과 미술, 박물관의 모습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하기아 소피아 성당 곳곳에서는 모자이크 성화도 볼 수 있다. 온전한 모습의 작품은 찾기 힘들지만, 남아있는 작품만 봐도 내부가 얼마나 아름답고 화려했을지를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이 성당은 교회 예술에 안목이 있었던 건축주와 뛰어난 건축가, 혼신의 힘을 다해 성당을 지은 시공자와 재능 많은 예술가들이 있었기 때문에 탄생할 수 있었다. 

 

오늘날에도 좋은 건축물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안목 높고 실력 있는 건축주와 건축가, 성실한 시공자와 빼어난 예술가가 있어야 한다. 이 가운데서 하나라도 빠지면 좋은 건축물이 완성될 수 없다. 이들의 수준 정도만큼 건축물이 완성된다. 

 

우리 주변에는 많은 건축물이 지어지고 있다. 아파트와 빌딩이 올라가고 성당이나 프로테스탄트 교회가 건축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아파트와 빌딩은 사람만이 활용하는 공간이지만 성당이나 교회 건물은 사람도 이용하면서 하느님을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그래서 제대로 된 교회 건물을 짓는 것은 다른 어떤 것보다 어려운 것이다. 

 

고개를 들어보면 역사성이나 정체성도 없는 국적 불명의 건축물을 자주 보게 된다. 이런 현상은 아파트나 빌딩에서뿐 아니라 성당과 교회 건축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창고나 빌딩 같은 건물에 커다란 십자가를 세웠다고 해서 교회 건축물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성당은 이름 그대로 하느님의 거룩함을 담은 거룩한 집이며 그분의 모상을 닮은 사람들의 집이라고 할 수 있다. 하느님의 거룩함을 느끼고 사람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성당다운 성당일 것이다.

 

 

 

정웅모 신부 (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 유물 담당)

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87년 사제품을 받았다. 홍익대와 영국 뉴캐슬대에서 미술사·박물관학을 전공했다. 서울대교구 홍보실장과 성미술 감독, 종로본당 주임, 장안동본당 주임 등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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