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호소하며 20년간 자전거 세계일주 마친 김영석씨
평화 호소하며 20년간 자전거 세계일주 마친 김영석씨
발행일2008-08-03 [제2610호]
“마비, 경련 겪으며… 장애인 고통 실감했죠”
자전거로 하는 세계 일주. 이 꿈같은 이야기를 현실로 바꾼 김영석(세례자 요한·47·수원교구 미양 성요한비안네본당)씨가 최근 모든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세상 곳곳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89년 8월 집을 나선 이후 근 20년 만의 귀국이다.
사도 바오로가 말을 타고 선교 여행을 다녔듯, 김씨는 평화 호소 여정의 동반자로 자전거를 택했다. 돈도 적게 들고, 이동도 간편하며, 친환경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대륙 간 이동을 위해 비행기나 배를 이용하기도 했지만 그 외 모든 일정은 자전거 바퀴를 굴리며 소화했다.
김씨는 유럽을 시작으로 아프리카, 중동, 미국, 뉴질랜드 등 오대양 육대주를 자전거를 타고 누볐다. 자전거 뒤에는 ‘World tour’, ‘Tour de monde’ 등 세계 일주 중임을 뜻하는 표현을 5개 국어로 적었다. 이를 본 행인들은 김씨의 여행을 지지하며 ‘커피 한잔 사 마시라, 샌드위치 사먹으라’며 저마다 조그만 성의를 보였다. 김씨는 이런 도움 덕분에 여행을 계속 할 수 있었다.
자전거로 세계 일주를 하는 김씨의 독특한 사연은 각국 언론을 통해 보도됐고, 김씨는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임무와 평화의 메시지를 알렸다. 여행 중 만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도움이 그가 여행을 계속 할 수 있는 힘이 됐다.
하지만 김씨의 일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장시간 자전거로 이동하다보니 엉덩이가 마비되고 다리에 경련이 나기 일쑤였다. 김씨는 고통 속에서 장애인들이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내가 만약에 장애인으로 태어났으면 이런 여행도 할 수 없었겠죠.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여정을 끝마칠 수 있는 건강을 허락하신 하느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렸습니다.”
김씨는 그래서 자신의 고향 경기도 안성에 ‘장애인 학교’설립을 인생의 두 번째 목표로 삼았다. 금강면 산흥리 일대 1만 여 평 남짓한 땅에 장애인들을 위한 여러 가지 시설을 마련할 계획이다.
“가고 싶어도 못 가고, 보고 싶어도 못 보는 장애인들을 위해 내가 보고 알게 된 세상 곳곳의 아름다움을 알려주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죠. 첫 번째 목표였던 세계 일주를 마쳤으니, 이제는 두 번째 목표 달성을 위해 온 힘을 쏟을 겁니다.”
이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