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모테오순례길, 38숨길, 해파랑길 (2)
정상 임도삼거리, 38숨길 동선에서 잠시 이탈을 한다.
이건 이대흠시인이 말한 '아름다운 위반'이다.
38숨길은 가능한 38라인을 따라야 하는 제약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굳이 그 라인을 따를 필요가 없는 법이다.
때로는 옆 길로 가면 더 멋진 길이 펼쳐질 것이라고 짐작되면 위반을 해도 좋다.
38숨길 표지판과 다른 방향, 성질을 잔뜩 부리고 서 있는 언덕으로 향한다고 하니
모두들 실실~~웃으며 꼼짝을 안 한다.
아마 속으로는 "저 인간이 우리에게 공갈을 쳐!! 안 속지, 암~ 안 속아!"
"정말이야 저쪽으로 가면 바다도 보이고 길이 정말 멋져!!"
모두들 합창이나 하듯.. "가 봤어"
"아니... 그냥 감으로 느끼는 거야~~"
그때
앞장서 업힐을 하시는 초록지기 님.
모두들 꼼짝을 못하고 그 뒤를 따르는데...
결과는
이 길은 대치리에서 잔교리로 가는 38숨길이 아니라 하광정리로 가는 샛길이다.
일단 거친 언덕을 올라서면 보상이라도 받듯이 멋진 길이 펼쳐진다.
특히 아래로 펼쳐지는 동해와 산줄기들의 꿈틀거림은 압권이다.
이제 언덕만 내려가면 동해바다...바다와 식사, 두런두런 기분까지 좋아진다.
38숨길을 벗어나 잠시 위반한 이 길, 강추합니다. ㅎ
역시 감으로 잡아 올린 멋진 길 하나 발견했다.
38숨길을 벗어나 잠시 위반한 이 길, 강추합니다. ㅎ
잔교리마을로 내려서기 전... 보너스로 맛?있는 송림길 다운.
송림길 다운이 끝나면 나타나는 잔교리 들녘
입에선 "햐~좋다"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38평화마을 버스 승강장.
길가에 평화를 배달하는 우체부.
지금은 가을을 배달하러 나오신 모양이다.
하천 북쪽은 북한 땅... 빨간색 조형물.
남쪽은 남한 땅... 파란색 조형물, 함께 평화를 낚다.
실제 38선과 겹치는 이 하천을 두고 한때는 마을이 남북으로 나뉘었다고 한다 그래서 하천 이름도 38선천이다.
잔교리에서 7번 국도 38선교를 빠져나오면 빨간 기사문항 등대가 보인다.
해변엔 시퍼런 동해가 세차게 일렁인다.
이 해변은 파도가 좋아 서핑객들이 손에 꼽는 장소다.
38숨길의 마무리는 38선 표지석에서... 이제 산(山) 라이딩은 끝
그럼.. 바다(海)로 향하자.
파도치는 동해를 가슴에 앉고~
기사문항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하륜과 조준이 장기를 두었다는 하조대로 향한다.
하조대 해변만 보았지 정작 하조대로 들어가 본 사람이 없단다.
관광지라는 선입견이 컸던 모양이다.
물론, 일파님이야 바로 여기서 군 생활을 한 애증의 장소이지만...ㅎ
우리는 하조대 하얀 등대로 향한다.
오늘따라 유난히 푸른 바다...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
오늘 바다는 격정적이다.
나 동해바다에 왔다. 가슴이 시원하다.
현실이 감성이나 상상력을 압도해 버릴 때,
그저 '정확하게 말하는 것' 이상의 표현은 할 수 없는 법이다.
동해를 배경으로...
파도야~어쩌란 말이냐... ㅎ
하조대 등대에서...
해당화의 마지막 몸부림.
어릴 적 해변가로 소풍을 가면 그 메마른 모래사장에 해당화가 곱게 피곤했다.
생명력이 무척이나 강한... 해당화 그리고 순정.
하조대 해변 전망대에서...
이제 해파랑자전거길을 따라 달린다.
이처럼 이쁜 송림 사이로 길이 나 있기도 하고...
도로 옆을 따라 달리기도 한다. 동호해변을 지나며...
우리는 해파랑자전거길을 벗어나 오산리 선사유적지에 잠시 들렸다.
유적지 주변엔 석호인 쌍호가 갈대가 무성한 습지로 변했다.
동해안에 있는 신석기시대 선사주거지.
안나 님이 부름을 받고 움집 안으로 들어간다.
신석기시대는 모계사회였던가? 아무튼 4인방 회의.
여기서 오늘 라이딩을 이쯤에서 종료하자고 결정했단다.
아무튼 결정은 결정이니 양양으로 복귀하기로 한다.
그러나 적어도 라이딩 거리는 적당히 채워야 할 게 아닌가.
강원소방항공대로 오르는 송림길이 참 좋다.
그냥 가면 섭섭하니 길을 약간 꼬아서, 언덕 하나 넘어주고... ㅎ
양양남대천 다리를 건너 양양군청으로 복귀...오늘 라이딩 끝.
한계령을 넘어오느라 출발을 너무 늦게 하고, 바다 구경에 시간을 보낸 탓에
오후 코스를 뭉텅뭉텅 잘라먹었지만...
이 가을의 초입에서 멋진 분들과 느긋이 즐기는 기술을 덤으로 얻었다. / 느긋함의 미학.
양양에 왔으니...양양정통시장 안에 있는 송이 닭강정 집으로
맛있는 닭강정, 달콤한 닭강정, 고소한 닭강장
한 입 하실래요?
아니 맛있는 가을 한 입 하실래요?
작성자 :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