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교회가 간다Ⅱ] 24.중국 (3)희망의 빛 ‘스자좡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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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교회가 간다Ⅱ] 24.중국 (3)희망의 빛 ‘스자좡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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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교회가 간다Ⅱ] 24.중국 (3)희망의 빛 ‘스자좡교구’

발행일2006-11-26 [제25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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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출판·복지 등 각 분야서 ‘두각’ 

복음화율 가장 높지만 비공식교회 어려움 적잖아

종교신문 ‘신더’(信德) 발행…갈라진 교회 하나로 

한순간 울컥하며 눈물을 쏟을 뻔했다. 중국에서 처음으로 성대하게 봉헌되는 미사를 접한 탓도, 장엄한 미사 분위기 때문만도 아니었다. 미사가 시작되기 오래 전부터 성당을 찾아 무릎을 꿇고 주님과 만나고 있는 수많은 젊음들, 바로 그들로 인해 눈시울 뜨뜻해지는 체험이었다. 

이방인으로서 조금은 두려운 마음으로 참례한 스자좡(石家庄)교구 주교좌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성당에서의 주일미사. 미사는 저녁 준비가 한창일 법한 오후 6시30분에 시작됐다. 고단한 일터에서 막 돌아온 듯한 젊은이와 나뭇가지를 대충 깎아 만든 지팡이에 온 몸을 의지해 성당을 찾은 장애인, 성경에 푹 빠진 앳된 소녀, 사람 좋은 인상이 그만인 젊은 병사까지…. 미사는 그런 이들이 자리를 가득 메운 가운데 이어졌다. 입당한 사제는 성수채를 들고 신자석을 돌며 성수를 뿌리는 예식으로 미사의 시작을 알렸다. 향을 사르며 제대 주위를 도는 주례사제의 모습도 이채롭게 다가왔다. 가끔씩 성당 안을 뛰어다니는 아이도 미사의 한 부분이라는 느낌일 뿐 미사의 감동을 사그라지게 하지는 못했다.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는 중국어로 진행되는 미사 속에서 가끔 ‘아멘’이라는 말마디만으로 함께 하면서도 가슴은 점점 충만돼 갔다. 숱하게 무릎을 꿇었다 일어서길 반복하면서도 진지한 모습을 잃지 않는 신자들의 모습이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저들에게 신앙은, 하느님은 어떤 존재일까?’ 

허베이성의 성도(省都)인 스자좡에 보금자리를 튼 스자좡교구(교구장 장타오란 주교)에서 맞은 주일은 중국 교회를 새롭게 보게 하기에 충분했다. 

중국의 23개 성(省)은 물론 5개 자치구, 4개 직할시, 2개 특별자치구를 통틀어 복음화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허베이성에 위치한 성당과 신자들은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색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스자좡교구를 비롯해 2004년 말 현재 14만명이 넘는 신자로 가장 많은 신자를 보유한 장자커우(張家口)교구, ‘수도 베이징의 남대문’이라고 불리는 바오딩(保定)교구, 셴셴(獻縣)교구, 탕산(唐山)교구, 청더(承德)교구, 한단(邯鄲)교구 등 성 내에 9개 교구가 있는 허베이성에는 중국 전체 가톨릭신자의 10%가 넘는 150만명의 신자들이 신앙의 여정을 걸어오고 있다. 

이 지역은 공식교회보다 비공식교회를 통해 신앙 활동을 하는 신자가 더 많아 고단한 중국 교회 신자들의 신앙의 역정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 지난 1995년 5월에는 500명이 넘는 공안국 요원과 정부 관리들로 구성된 공작조가 허베이성 일대에 파견돼 비공식교회 신자들에게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특히 비공식교회 신자가 가장 많은 바오딩교구의 경우는 성당이 파괴당해 신자들이 공터에 제대를 설치해놓고 미사를 봉헌하기도 하는 등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스자좡교구의 역정 

허베이성 지역은 마태오 리치와 함께 베이징에 온 예수회 디에고 데 판토하(Diego de Pantoja.1571∼1618) 신부와 페레이라(Ferreira) 신부가 1604년 바오딩(保定)을 중심으로 선교에 나섬으로써 신앙의 씨앗이 뿌려졌다. 

이후 스자좡지역 등으로 선교가 확대되면서 튼튼한 신앙의 전통이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당시 선교사들은 가난한 이들에게 교리를 가르칠 때 식사를 제공해 많은 사람을 입교시켰다. 

1917년 7월에 큰 비가 와 허베이성 대부분이 물에 잠겨 수많은 익사자가 발생하자 가톨릭교회는 1700여구의 시신을 수습하는가 하면 그 해에 대기근이 들고 전염병이 돌자 이재민 지원에 나서 적잖은 도움을 주기도 했다. 이 같은 교회의 활동에 힘입어 1919년 스자좡대목구(당시는 정딩대목구)는 7만875명의 신자를 필두로 외국인 신부 20명, 중국인 신부 40명, 대신학생 17명, 소신학생 112명에 성당 86곳, 소성당 및 공소가 550개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다. 이러한 대사회 활동의 전통은 오늘날에도 면면히 이어져 스자좡교구의 사회사목은 교육 사업을 필두로 각종 연구 및 출판 사업, 사회복지, 사회 개발 등 다양한 영역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하지만 스자좡대목구는 베이징에서 그리 멀지 않은 관계로 중앙정치의 변동이나 국제 정세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1937년 중일전쟁이 일어나자 스자좡지역은 일본군에 점령당해 병참기지 역할을 해야 했다. 

이 때문에 교회도 당시 대목구장이던 스라벤 주교를 비롯한 20여명의 성직자가 살해당하는 등 큰 입해를 입기도 했다. 이러한 교회 외적인 문제로 1946년 정식 교구로 승격된 스자좡교구의 교세는 1948년 당시 5만2000여명의 신자를 대상으로 69명의 사제(외국인 16명, 중국인 53명)가 사목할 정도로 위축되고 말았다. 

신앙의 샘 ‘신더사’ 

스자좡시 북쪽 외곽의 우키로(57路)는 스좌좡교구에서는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는 곳이다. 교구는 물론 중국 교회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신더사(信德社)와 신더문화연구소를 비롯해 교구의 사회복지센터 역할을 하고 있는 베이팡 진더(北方進德), 허베이성천주교신철학원(대신학교) 등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활력을 찾아가고 있는 스자좡교구의 진원지라 할 수 있는 신더사(주임 장스쟝 신부)는 상하이교구의 광계사와 함께 중국 교회에 정신적 자양분을 공급해주는 저수지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1991년 4월에 창립돼 올해로 설립 15주년을 맞은 신더사는 그해 9월 1일부터 격주간으로 ‘신더(信德.Faith)’라는 신문을 발행하며 단절 상태에 놓여 있던 각 지역 교회들을 잇는 중요한 몫을 해오고 있다. 5만부 이상 발행되는 ‘신더’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땅에 흩어져있는 신자들을 하나로 묶는 중국 교회 유일의 전국지이기도 하다. 총 8면의 타블로이드판형에 전면 컬러로 발행되는 신더에는 중국 교회의 소식뿐 아니라 교황청을 비롯한 세계 교회의 소식이 비중있게 다뤄지기도 해 보편교회와의 소통에도 남다른 역량을 기울이고 있는 면면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교세를 바탕으로 성경을 비롯한 전례서, 묵상집, 교리서, 성인전 등을 발행해 신자들의 기본적인 신앙생활을 이끄는가 하면 해외의 각종 논문과 유명 저서들을 번역해 소개하는 등 신자들의 신앙을 살찌우는데 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신더사의 설립자이기도 한 장스쟝 신부(張士江.42)는 “신더는 갈라진 교회를 묶는 교량 역할을 자신의 중요한 소명으로 삼고 있다”면서 “중국 사회에 복음을 전하고 봉사하기 위해 다양한 모색을 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모색의 결과는 다양한 사회 참여로 나타났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지난 1997년에 설립된 천주교사회복지센터 ‘베이팡 진더’다. 베이팡 진더는 사회복지를 목적으로 한 중국 교회 최초의 비정부기구(NGO)로 중국 정부에 전국단위 단체로 정식 등록돼 활발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진더는 국내외에서 모금한 자선기금을 바탕으로 교육 부문의 사회발전계획 실행을 돕는 사업을 비롯해 재난 구호활동, 보건, 빈곤 추방, 장애인복지, 교회 운영 프로그램 지원 등 다양한 영역을 개척해오고 있다. 이런 활동을 통해 진더는 지금까지 6500명이 넘는 학생들을 위한 장학기금을 조성한 것을 비롯해 20개의 초등학교를 짓고 전국에서 일어난 35건의 재난 피해자를 돕는 성과를 남기기도 했다. 

또한 베이팡 진더는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에이즈 문제, 노인 문제 등 중국 사회의 갖가지 문제에 재빨리 대처해 교회 안팎으로부터 호평을 얻으며 선교에도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진더의 지원으로 작은자매회가 운영하고 있는 천주교진더노인요양원은 스페인교회 등 외부로부터의 후원을 바탕으로 질 높은 서비스를 선보여 멀리 산동지역이나 산시성 등지의 노인복지시설 직원들까지 찾는 등 단골 연수코스가 되고 있다. 

신더사 바로 옆에 위치한 신철학원도 허베이성은 물론 중국 교회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지난 1984년 12월 스자좡교구 교구청에서 처음 문을 열어 1997년 지금의 자리로 옮긴 신학교는 160여명의 신학생이 성소의 길을 걸으며 중국 교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못자리가 되고 있다.



사진설명

▶미사 전 일찌감치 성당을 찾은 젊은이들이 많이 눈에 띄는 스자좡교구 주교좌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성당 모습. 신자들의 열성을 볼 수 있다.

▶신더사 자료실에서 자료 정리를 하고 있는 연구원들.

▶진더노인요양원에서 연수 중인 복지시설 관계자들.

서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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