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소년국 청년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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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소년국 청년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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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 끝에 주님 계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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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엔 카미노(부디 좋은 길을 가세요)!" 야고보 사도가 묻힌 스페인 북서부 산티아고를 향해 끊임없이 발걸음을 옮기는 청년들 모습.


야고보 사도가 묻혀 있는 스페인 북서부 산티아고를 향해 끊임없이 걸었던 청년들.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청년부(담당 우창원 신부)가 주최한 '2009 청년 봉사자를 위한 성지순례'(8월 16~27일)에 참가한 청년들이 11박 12일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을 향해 하루 평균 25㎞씩 걸었던 청년들은 사리아, 포르토마린, 팔라스 데 레이, 아르주아, 페드로자 등 총 113㎞로 구성된 순례코스를 도보로 완주했다. 청년들은 그 곳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 

성지순례에 참가한 이지용(데보라, 32, 서울 화곡6동본당)씨의 순례기를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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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용(데보라, 32)

 
2009년 8월 27일 목요일 오후 2시 30분 인천공항 도착. 지난 열흘간 참 많이 가까워진 우리 1조 조원들과 기념사진을 찍는다. 정말 내가 그 길을 걸었던 것일까? 무거운 몸이지만 마음만은 가벼워진 지금의 내가 나에게 말한다. 참 잘 다녀왔다고. 참으로 감사한 시간이었다고.

지난 몇 년 간 바쁜 내 일상에서 꿈꾸던 하나의 장면이 있다. 바다 보다는 푸른 숲이 좋아 그 속에서 마음 편히 쉬어 보고 싶다는 상상, 그 상상은 곧 기도가 됐고 주님은 나의 기도를 산티아고 순례길을 통해 이뤄 주셨다.

노란색 화살표를 따라 시작된 순례의 길. 사리아의 이른 새벽,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자신 있는 첫걸음을 떼었다. 하지만 오후가 될수록 그 자신감은 가방의 무게로 인한 어깨 통증으로 무너졌다. 결국 첫째 날 목적지 포르토마린에 도착해서 배낭에 있는 물건들을 삼분의 이 정도 덜어내야 했다.

다시 시작된 새벽, 눈처럼 내리는 별을 보며 걷기 시작했고 오후가 가까워질수록 무더위가 몰려왔다. 더위 속에서 함께 걷던 우리 조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기도하며 뒤쪽에서 걸어갔다. 늘 남들보다 앞서가야 한다는 생각, 언젠가부터 이러한 생각들이 날 힘들게 했고 여유 없는 나를 만들었다. 하지만 순례의 길에서 만큼은 제일 뒤에서 마음 편히 여유로운 꼴찌를 즐기고 있었다.

순례 셋째 날, 순례 기간 중 가장 긴 27㎞를 걸었던 날, 전날 저녁부터 회색으로 흐려져 있던 하늘은 그림처럼 펼쳐지는 카미노의 길에 반가운 비를 선물로 줬다. 빗길 속 빨간 처마 밑에서 마셨던 커피 한잔처럼 주님께서는 촉촉한 비로 내 마음 속의 무더위와 길 위의 무더위를 모두 식혀 주셨다. 

넷째 날은 내게 가장 힘든 날이었다. 지치고 아픈 몸은 밤새 뒤척이게 했고 산티아고로 향하는 마음만을 강하게 붙잡은 채 그렇게 새벽이 밝았다. 산티아고로 향하던 마지막 날, 육체적 고통으로 인해 지팡이에 온 몸을 의지한 채 오직 주님께 대한 기도를 읊조리며 땅만 보고 걸어 나갔다. 하지만 고개를 드니 내 곁에는 함께 걸어주고 힘을 주는 따뜻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주님이 계셨다.

길 위에 넘어진 승희를 위해 진심으로 함께 아파하시던 1조의 예수님, 아픈 조원들을 챙기다가 가장 꼴찌로 길을 떠난 용수 형제님의 예수님, 분명 혼자서 걸어가도 벅차고 힘든 순례길인데 힘들어하는 동생의 손을 힘차게 잡아 준 현미 언니의 예수님. 숲에서, 아스팔트에서, 알베르게(순례자 숙소)에서 그리고 매일 함께 기도했던 미사 중의 찬양 속에도 언제나 우리 곁에 계셨던 주님.

산티아고를 향해 걸으며 그리고 다시 서울로 돌아와 내 일상의 여러 길들을 걸으며 알게 됐다.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기적 같은 곳, 바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하지만 이 기적의 땅은 그리 먼 곳에 있지 않았다. 

바로 여기, 내가 손을 내밀고 또 내 손을 잡아주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 그리고 평범한 나의 일상 속에 이미 산티아고는 존재하고 있었다. 

감사의 길, 축복의 길, 추억의 길 산티아고. 분명 난 그 길을 걸었다. 그리고 지금도 세상을 향해 그리고 주님을 향해 걷고 있다.

"부엔 카미노(부디 좋은 길을 가세요)! 고마운 나의 친구들! 사랑하는 나의 예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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