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 데 산티아고 순례기 1편- 르 퓌 앙블레
LG V30과 함께한 까미노 데 산티아고 순례기 1편- 르 퓌 앙블레
까미노 프란세스(Camino Frances)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대중적인 순례길이다.
프랑스 남부의 국경 마을인 생장 피에르 포르(St Jean Pied de Port)에서 예수의 12제자 중 성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 북서쪽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 델라(Santiago de Compostella)까지 800킬로미터를 걸어가는 길이다.
중세 시대부터 가톨릭 성지 순례길로 잘 알려진 까미노 프란세스, 즉 프랑스 루트는 현재 순례자들은 물론, 도보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도 가장 인기 있는 스페인의 순례 길이다.
그러나 스페인에만 순례 길이 있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지정되어 있는 여러 루트의 순례 길이 있다.
그중 하나가 프랑스 남부 소도시 르 퓌 앙블레(Le Puy En Velay)에서 꽁끄(Conques)로 이어지는 GR65 일명 르 퓌 (Le Puy) 길이다.
특히 중세 시대에는 유럽 전 지역의 순례자들이 르 퓌 앙블레로 집결한 후 스페인 산티아고로 향하는 출발지였다고 한다.
나는 이번 순례길이 처음이었다. 나 또한 처음 경험하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 델라로 향하는 첫걸음은 역사적인 의미가 충만한 순례의 첫 출발지인 르 퓌 앙블레로 정했다.
<까미노 프란세스와 프랑스의 세계문화 유산 지도로 지도에 표기되어있는 오렌지 라인과 선은 산티아고 데 콤포스 델라로 가는 길을 표시해 놓은 것이다. >
르 퓌 앙블레 (Le Puy En Velay)에서 순례를 시작하면 생장 피에르 포르 (St Jean Pied de Port)까지 800킬로, 다시 생장 피에르 포르에서 도착점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 델라(Santiago de Compostella)까지 800킬로를 더하면 총 1,600킬로미터이다.
<르 퓌 앙블레 도시 전경>
까미노 프란세스를 걷기 위해 우리나라 순례자들은 대부분 적게는 3~4개월 혹은 6개월 이상 준비한 후 단숨에 걷는 반면, 유럽인들은 평생에 걸쳐 순례길의 거리를 조금씩 늘려간다고 한다.
나도 그들처럼 훗날을 기약하면서 20일 동안 300킬로만을 걷고, 나머지 대부분의 도시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목적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 델라까지 1,600킬로 전부를 완주 아닌 완주를 했다. 이동 중에 경험한 프랑스와 스페인의 찬란한 문화유산, 축제, 새로운 음식, 친절한 사람들은 순례길에서 만나는 또 다른 기쁨이었다.
<파리에서 구입 한 르퓌 (Le Puy) 행 기차 표.> 파리 시내에서 르 퓌 앙블레로 가는 길은 조금 험란하다. 파리 리옹(Paris Gare de Lyon) 역에서 테제베(TGV)로 리옹 파르 디유(Gare de Lyon Part Dieu) 역까지 2시간, 환승한 후 상테티엔(St Etienne Chatea)까지는 약 40분이 소요된다.
<프랑스 순례길 GR65 길 안내 사인> 이곳에서 세 번째 기차로 갈아타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다. 마을버스로 환승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남아있다.
<르 퓌 앙블레 도시 전경>
프랑스 중남부 오베르뉴 오트 루아르(Auvergne Haute Loire) 지방의 르 퓌 앙블레는 화산이 도시의 모양을 만들었고, 폭발하면서 만들어진 세 개의 바위산이 있다. 교회가 있는 생 미셀 데 귈(Saint Michel d’ Aiguilhe), 노트르담 드 프랑스(Notre Dame de France) 동상이 있는 코르네이유(corneille), 그리고 노트르담 뒤 퓌 (Notre Dame de Puy) 대성당이 있는 아니스 산이다.
<생 미셀 데 귈 교회 입구>
첫 번째 바위산 생 미셀 데 귈에는 82미터 뾰족한 용암 위에 천년의 세월을 간직한 교회가 있다.
10세기경 르 퓌 대주교인 고칼 테스크가 산티아고 데 콤포스 델라 순례를 마치고 돌아온 후 건축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생 미셀 데 귈 교회로 올라가는 길>
바위산 정상에 위치한 생 미셀 데 귈 교회를 가기 위해서는 268개의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야 한다.
교회 내부는 좁고 어둡지만, 낡은 창문과 빛바랜 벽화가 천년을 훌쩍 넘긴 세월의 무게와 신비감을 더해 준다.
<노트르담 드 프랑스 동상>
또 다른 바위산 코르네이유에는 노트르담 드 프랑스 동상이 있다. 1856년 크림 전쟁(Crimean War)에서 승리한 프랑스가 러시아에서 가져온 213개의 대포를 녹여만든 성모 마리아 동상이다.
<노트르담 드 프랑스 동상에서 바라본 르 퓌 시내>
<노트르담 드 프랑스 동상에서 바라본 르 퓌 시내>
비좁은 성모상 내부를 나선형 철 사다리를 타고 끝까지 올라가면 중세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르 퓌 시내를 볼 수 있는 특권을 누릴 수 있다.
<르 퓌 시내 중세의 골목과 건물들>
르 퓌 시내 전경을 바라보며 굽이굽이 바위산을 내려오면 돌문화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중세의 골목들을 만날 수 있다.
아주 비슷하지만 전부 다른 크고 작은 돌로 만들어져있다.
<르 퓌 시내 중세의 골목과 건물들> 화산으로 인해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도시는 얼핏 봐도 수백 년은 훌쩍 넘어 보이는 건물들로 가득하다. 도로와 상점, 가정집 등 온통 돌 세상이다. 르 퓌 시민은 대부분 문화제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르퓌의 건물에는 건축된 시기가 붙어있다.>
르 퓌의 미로 같은 골목을 따라가다 보면 세 번째 아니스 바위산 위에 아름다운 노트르담 뒤 퓌 대성당이 보인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대성당은 산티아고 데 콤포스 델라 순례길의 출발지이다.
<검은 성모상의 모습>
12세기 오베르뉴 지역을 대표하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대성당은 검은 성모상과 함께 피에타 상 앞에 있는 커다란 검은 돌판이 유명하다.
만지면 병이 낫는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오래전부터 내려오고 있었다. 그냥 지나치기는 아주 어렵다. 꼭 만져봐야 한다.
<당뗄이 르 퓌의 특산품임을 알 수 있는 거리 풍경>
르 퓌 앙블레의 골목 탐험이 끝나갈 무렵 순례길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 맛 집을 찾아 나섰다.
르 퓌 앙블레의 특산품은 크게 두 개가 있다. 하나는 이 지역의 주요 산업인 손으로 짠 레이스 땅뗄(Dentelle)이다.
15세기 경부터 이 지역의 사제들과 귀족들의 의상 제작을 위해 발달한 순백의 당뗄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인기상품이다.
실제로 르 퓌 시내를 걷다 보면 온통 흰색 옷으로 장식되어 있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당뗄이 르 퓌의 특산품임을 알 수 있는 거리 풍경>
당뗄에 뒤지지 않는 퓌 렌즈콩(Lentilles Vertes du puy) 역시 이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품이다.
우리에게도 건강식으로 잘 알려진 렌틸콩이다. 밤에는 매우 춥고 낮에는 온도가 높은 기후와 지질 영향으로 100년 넘게 재배된 렌틸콩은 프랑스에서는 처음으로 AOC(원산지 표기 인증제)를 받은 특별한 콩이다.
프랑스에서 인증받은 콩 맛이 궁금해졌다. 중세의 골몰에 모여있는 작은 식당들은 아마도 우리나라의 백반집인 듯했다.
역시 렌틸콩 요리가 주메뉴였다. 콩 맛은 부드럽고 달콤했다. 특별하게 느낀 점은 콩은 그냥 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