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교회 복음화 길] 붓다의 나라 태국, 그 안의 가톨릭교회(3·끝) 태국 치앙마이교구의 성장
소수 민족 삶의 질 향상에 주력… 청년 신자 급격히 증가
[창간 31주년 특별기획 / 아시아 교회 복음화 길을 따라서] 붓다의 나라 태국, 그 안의 가톨릭교회(3·끝) 태국 치앙마이교구의 성장
▲ 송콘 성지 축제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영성체를 하고 있다. 태국 따레-농상대교구는 매년 10월과 12월 송콘에서 순교한 복자 7위의 순교정신을 기리는 축제를 연다. 태국 방콕한인본당 평신도협의회 김동수 회장 제공 |
▲ 치앙마이교구 주교좌 예수성심대성당(Sacred heart cathedral) 내부. 예수성심성당은 교구 청소년사목의 중심지이면서 동시에 아름다운 실내 구조로 잘 알려져 있다. |
▲ 치앙마이교구 청년사목 활동 사진. 치앙마이교구 내 가톨릭 신자의 약 70%는 고산족인 카렌족이다. 이들 대부분은 태국 내의 차별로 제대로 된 교육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치앙마이교구는 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복음의 기쁨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우기를 앞둔 태국의 4월. 한낮에는 섭씨 40℃를 오르내리는 무더운 날씨가 이어진다. 그러나 이런 찜통더위도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웃음소리만큼은 막을 수 없는 모양이다. 그늘진 처마 밑과 조그마한 실내 놀이터가 웃고 떠드는 아이들로 북적거린다. 여느 유치원과 다를 바 없어 보이는 풍경이다. 독특한 점이 있다면 이 유치원은 태국 치앙마이교구가 설립한 곳이고 주교좌성당이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이다. 성당 게시판에는 어림잡아 스무 명은 넘어 보이는 어린아이와 청년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모두 세례를 받으려고 예비신자 교리교육을 시작했음을 알리는 게시물이다. 청년 신자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태국 치앙마이교구의 일면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치앙마이교구의 청년 사목
태국 북부에 위치한 치앙마이교구는 1959년 11월 설정된 이래 줄곧 가파른 교세 성장을 보여왔다. 설정 초기 수백 명에 불과하던 신자 수는 1980년대 후반 1만 7500여 명으로 늘어났고, 현재는 약 6만 6000여 명(2015년 조사 기준)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지역 인구 600만 명의 약 1.1%에 불과한 수치지만 신자 유입 속도 저하와 노령화로 고민에 빠진 세계 가톨릭교회에서 치앙마이교구가 보여주는 빠른 복음화율은 고무적이다. 치앙마이교구에는 현재 1만여 명의 예비신자가 세례를 준비하고 있다.
치앙마이교구의 성장은 청소년 선교에서 비롯했다. 특히 태국 북부 지역에 거주하는 고산족인 아카족과 카렌족의 젊은이들이 가톨릭교회에 호감을 보이며 빠르게 신앙을 받아들이고 있다. 소수 민족인 아카족과 카렌족은 태국 내에서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받고 있다. 기초 교육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고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려워 많은 사람이 마약 밀매 등 위험한 일에 손을 대기도 한다.
어렵기만 한 이들의 삶에 가톨릭교회가 손을 내밀었다. 치앙마이교구는 이들을 위해 학교를 세워 배움의 기회를 제공했고, 마약 퇴치 운동과 직업 교육을 펼쳐 고산족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헌신은 고산족 젊은 층 사이에 가톨릭교회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하는 효과를 불러왔다. 치앙마이교구의 예비신자 1만여 명 가운데 70~80%가 카렌족 청년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치앙마이교구장 비라 아르퐁드라타나 주교는 “고산족을 대상으로 한 선교는 태국 내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라며 “우리 교구가 고산족들의 전통문화를 인정하며 교회에 대한 친밀도를 높인 것 역시 선교에 대한 거부감을 줄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치앙마이교구는 가톨릭 학교를 통해 고산족 청년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을 충족시켜주며 이들에게 복음을 듣는 즐거움을 전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왓송콘을 통해 본 순교성지 사목
태국 따레농상대교구(교구장 참니언 산티숙니란 대주교)도 최근 빠른 성장으로 주목받는 교구 중 하나이다. 특히 따레농상대교구는 태국 내 유일한 순교성지인 왓송콘(Wat Songkhon)을 통한 사목 활동으로 유명하다.
송콘에서는 10월과 12월에 순교자들을 기리는 축제가 열린다. 축제 동안 참여자들은 순교자들의 유해가 모셔진 순교지인 삭신 숲까지 촛불을 들고 행진하며 순교자들의 정신을 기린다. 이 기간에는 약 1만여 명의 태국 청소년들이 몰려온다.
따레농상대교구 성지 담당 위랏 나린나락 신부는 “축제 기간에는 왓송콘 앞 공터에 축제 참가자들이 설치한 텐트가 가득 찰 정도로 많은 순례자가 찾는다”며 “이들은 가톨릭과 개신교, 불교 등 다양한 종교를 가진 청소년들로 이런 성지를 통한 사목은 타종교인들에게 가톨릭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교회 정신을 알리는 창구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태국 교회가 넘어야 할 산
하지만 태국 교회의 앞날이 마냥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특히 사목해야 할 사제가 부족한 것은 가장 큰 문제다. 치앙마이교구의 경우 신자 수는 예비신자를 포함해 8만여 명에 달하지만 이를 사목할 신부는 100명도 되지 않는다. 평신도 교리교사도 턱없이 부족하다.
아르퐁드라타나 주교는 “신자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들의 사목을 담당할 인력이 부족하고 사제를 희망하는 신학생도 적어 고민”이라며 “우선 기성 신자들을 재교육해 가정과 신앙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교리를 습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가톨릭교회가 아직도 태국에서 외래 종교로 취급받는 분위기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이 때문에 태국 교회는 신학생을 모집하기조차 어렵다. 또 태국의 주류 민족인 타이족에 대한 선교가 법적으로 금지되는 등 공공연한 차별 또한 존재한다. 심지어 가톨릭 신자가 불교도와 결혼을 하려면 신앙을 포기하고 불교로 개종해야 하는 불문율도 존재한다.
산티숙니란 대주교는 “태국 내에는 가톨릭 신자를 보며 ‘왜 서양 종교를 믿느냐’며 의아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아직도 존재한다”며 “우리 교회는 직접적인 선교 활동 외에도 축제와 교육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가톨릭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태국=장현민 기자 mem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