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35) 포르투갈 파티마의 ‘삼위일체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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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35) 포르투갈 파티마의 ‘삼위일체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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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35) 포르투갈 파티마의 ‘삼위일체 성당’

 

주님 사랑 드러낸 둥근 모습… 주변건물과 조화 이뤄

 

외관, 예수님 사랑 절정인 성체성사 상징

흰색으로 죄 없으시고 승천하신 성모 표현

옛 건물들 가리지 않게 낮은 높이로 지어

 

발행일2017-09-03 [제3060호, 13면]

 

 

 

포르투갈 파티마 성지에 드넓게 펼쳐지는 광장과, 광장 동쪽 끝에 자리한 로사리오 성모 대성당의 야경.

 

프랑스의 루르드, 포르투갈의 파티마, 멕시코의 과달루페는 세계 3대 성모 발현 성지로 꼽힌다. 특히 올해는 성모님께서 파티마에 발현하신지 꼭 100년이 되는 해다. 포르투갈 중부의 작은 도시 파티마 곳곳에는 성모님의 발현과 관련된 기념관과 박물관, 발현을 목격한 아이들의 집도 잘 보존돼 사람들의 신심을 불러일으킨다.

 

1917년 5월 13일부터 10월 13일까지 성모님께서는 매월 13일에 세 아이들, 프란치스코(1908~1919년)와 히야친타 마르투(1910~1920년) 남매, 루치아 도스 산토스(1907~2005년)에게 나타나셨다.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때에 발현하신 성모님께서 주신 메시지의 주된 내용은 세계의 평화와 죄인들의 회개를 위해 기도와 희생 및 보속을 하고, 티 없으신 마리아 성심께 자신을 봉헌하라는 것이었다. 특히 발현 때마다 묵주기도를 바치라고 당부하셨다.

 

파티마 광장에는 성모님께서 나타나셨던 장소에 ‘성모발현 경당’이 있고, 그 안에 평화의 상징으로 왕관을 쓰신 마리아상이 모셔져 있다. 그 외에도 광장 주변에는 순례객들이 기도할 수 있는 여러 경당과 공간이 잘 조성돼 있다. 평화로운 느낌을 주는 드넓은 광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묵주기도를 통해 올리는 기도가 밤낮으로 끝없이 이어진다. 광장 동쪽 끝에는 1954년에 완공된 네오 바로크 양식의 ‘로사리오 성모 대성당’(Santúario de Nossa Senhora de Fátima)이 우뚝 서 있다. 이 성당의 규모는 500여 명이 들어갈 정도로 그리 크지 않지만, 성모님의 생애와 관련된 성화로 장식돼 있다.

 

 

삼위일체 성당은 로사리오 성모 대성당 맞은 편, 광장 서쪽에 세운 현대식 성당이다. 사진은 성당 내부 전경. 

 

세계 각국으로부터 사람들이 계속 몰려들자 교회는 신자들이 보다 편리하게 미사참례를 할 수 있도록 큰 성당을 건축하기 위해 공모전을 열었다. 인도 뉴델리 태생으로 그리스의 저명한 건축가가 된 알렉산드로스 톰바지스의 설계가 1996년 채택돼 2004년 공사가 시작됐다. 새 성당의 이름은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리기 위해 ‘삼위일체 성당’(Basílica da Santíssima Trindade)으로 붙여졌다.

 

이때 성모신심이 돈독했던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 지하의 베드로 사도 무덤에 있던 대리석을 하나 보내 이 성당의 초석으로 삼게 했다. 흰색 돌을 쌓아서 만든 성당의 축복식은 2007년 10월 12일 파티마 성모 발현 90주년 폐막식 때 거행됐다.

 

현대식 새 성당은 로사리오 성모 대성당 맞은 편 광장 서쪽 끝에 세워졌는데, 단순하고 소박하게 만들어졌다. 그러나 기존에 지어진 성모 대성당보다도 훨씬 커서 9000여 명의 신자들이 한 번에 미사에 참례할 수 있으며 장애인들을 위한 자리도 마련돼 있다. 이 성당의 길이는 95m, 폭은 115m, 높이는 20m이다. 또한 이 성당에는 소그룹이 미사를 봉헌하거나 기도할 수 있도록 여러 부속 경당과 고해소도 마련해뒀다.

 

이 성당은 원형 모양이며 자연 채광을 최대한 살려 은은하면서도 소박한 느낌을 준다. 원형은 하느님의 진리가 시작이나 끝도 없이 영원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둥근 성체 모양인 외관은 예수님 사랑의 절정이기도 한 성체성사를 상징하기도 한다. 백색은 성모 마리아께서 세상의 죄에 물들지 않고 탄생하여 참되게 사시다가 온전히 천상에 오르셨다는 것을 나타낸다.

 

성당 내·외부의 성상들은 세계 각국의 예술가들이 만들었는데, 성당 앞에 높이 34m, 폭 17m 규모로 세운 강철 십자고상은 독일 조각가 로베르트 샤드의 작품이다. 성당 입구에는 묵주기도를 자주 바치라는 성모님의 메시지를 보여주는 거대한 묵주가 걸려 있다. 그곳을 따라 들어가면 순백색 제단과 금빛 제단화, 십자고상, 성모상 등과 마주하게 된다.

 

 

 

삼위일체 성당 외부 전경.

 

성당 내부는 완만하게 경사져 제단 부분은 가장 낮은 곳에 배치돼 있다. 그래서 신자들은 부드러운 원형으로 배치된 자리에 앉아 제단을 편안히 바라보며 미사에 참례할 수 있다. 제단의 십자고상에 새겨진 예수님의 얼굴은 우리 주변의 사람처럼 만들어져 친근함을 더해 준다. 제단 벽면을 장식한 금빛 모자이크에는 세상 종말에 주님을 경배하고 찬양하는 성모 마리아와 수많은 성인이 묘사돼 있다. 제단화가 금빛으로 장식된 것은 주님의 가르침이 영원불변한 것이고, 파티마에서 알려주신 성모님의 메시지는 참으로 값지다는 것을 나타낸다.

 

삼위일체 성당은 기존의 로사리오 성모 대성당과 마주보면서도 서로 충돌되지 않고 조화를 이룬다. 옛 건물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게 지어진 이 성당은 광장 주변에 있던 다른 건물을 가리지 않고 오히려 광장을 더욱 포근하게 만들어 준다. 새 성당과 옛 대성당은 각각 광장 끝에 있지만 연인처럼 서로를 바라보며 다가가려는 것처럼 보인다.

 

교회에 건축을 지을 때, 혹은 이미 기존 건물이 있는데 추가로 건축을 할 때, 건축주인 교회 관계자는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교회 안에서 좋은 건축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건축에 대해 깊이 이해하는 건축주와 뛰어난 설계사 그리고 성실한 시공사가 있어야 가능하다.

 

교회나 성지에 건물을 세울 때에는 생각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자연 환경이나 주변과의 조화, 기존 건물과 새 건물과의 상호 관계, 건물의 효율적인 활용과 체계적인 관리 대책 등을 면밀하게 세우고 일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건물을 세우게 되면 좁은 대지는 건물로 포위당하게 되고 나중에 그런 건축물을 정리하는 것은 새로 짓는 것보다도 어려울 것이다.

 

 

 

정웅모 신부 (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 유물 담당)

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 유물 담당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87년 사제품을 받았다. 홍익대와 영국 뉴캐슬대에서 미술사·박물관학을 전공했다. 서울대교구 홍보실장과 성미술 감독, 종로본당 주임, 장안동본당 주임 등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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