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40) 체코 프라하의 ‘성 비투스 대성당’

Pilgrimage News 성지순례 뉴스
홈 > Knowledges > Pilgrimage News
Pilgrimage News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40) 체코 프라하의 ‘성 비투스 대성당’

관리자 0 2543 0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40) 체코 프라하의 ‘성 비투스 대성당’

 

585년만에 완성돼 다양한 건축 양식과 성물 공존

 

발행일2017-10-15 [제3065호, 13면]

 

 

성 비투스 대성당의 남쪽 전경과 출입문. 

 

고색창연한 프라하는 매력적인 도시로서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언제나 붐빈다. 또한 프라하 성처럼 오래된 역사를 간직한 건물들은 사람들을 끊임없이 불러 모은다. 성의 주인은 세월 속에 수없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많은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준다. 이 성은 블타바(Vltava) 강 서쪽 언덕 위에 있는데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중세시대의 성이다. 

 

성 안의 건물 중에서 아주 유명한 것이 ‘성 비투스(Saint Vitus) 대성당’이다. 우뚝 솟은 성당은 프라하 성의 중앙에 위치하며 아름다움을 뽐낸다. 프라하의 주교좌성당이면서 체코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이 성당의 길이는 124m, 폭은 60m, 종탑은 96.5m에 이른다.

 

원래 이곳에는 930년경에 지어진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이 있었다. 신성 로마 제국으로부터 받은 초대교회 순교자 성 비투스의 유해를 보관하기 위해 성당을 건축했지만 후에 낡고 좁아 허물어버렸다. 1344년 카를 4세 때 프랑스 출신의 마티아 오브 아라(Matthias of Arras·1290경~1352년)의 설계로 새 성당의 공사가 시작됐다. 그의 사후에는 페테르 파를러(Peter Parler·1333~1399년)가 추가로 설계해 공사를 진행했으며, 그의 아들과 여러 건축가들이 성당 건립에 헌신했다. 

 

그러나 프라하의 다리 공사와 다른 성당 건축, 얀 후스(Jan Hus·1372~1415년)의 종교개혁 때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1541년에 발생한 대화재와 재정난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585년이 흐른 1929년에 성당은 비로소 완성됐다. 오랫동안 공사가 진행됐기 때문에 비투스 성당에서는 다양한 건축 양식을 살펴볼 수 있다. 거대한 성당의 외관은 고딕이지만 곳곳에서 후기 고딕과 르네상스, 바로크와 신 고딕 양식도 만날 수 있다. 성당 건축 뿐 아니라 내부를 장식한 다양한 성물과 유리화를 통해서도 성당의 장구한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성당의 남쪽 출입문은 ‘황금문’으로 불리는데, 입구 위 벽면에 ‘최후 심판’ 모습이 황금색 모자이크로 장식돼 있기 때문이다. 신자들은 성당을 드나들 때 이 그림을 보면서 자신이 맞이할 최후 심판을 생각하며 하루하루의 삶을 가다듬었을 것이다. 황금문은 대관식 행사 등이 있을 때 각국의 왕들이 드나들던 문이었는데 오늘날에는 성당을 찾는 사람들의 문으로 사용되고 있다.

 

 

대성당 내부와 제단 모습. 

 

성당 안에는 체코에서 존경받는 성인 얀 네포무츠키(St. Jan Nepomuc ký·1340~1393년)의 무덤이 있다. 성인의 유해는 은으로 만든 화려한 관 안에 잘 모셔져 있다. 성인은 궁정 사제였는데 불륜의 의심을 받던 왕비의 고해성사 내용을 알려달라는 왕의 요구를 거부했다. 그는 온갖 고문을 당한 끝에 순교했고 시신은 블타바 강에 던져졌지만, 후에 성인이 되어 공경 받게 됐다. 또한 성당과 지하에는 카를 4세를 비롯한 왕들과 주교들의 무덤이 있으며 2011년에 개관한 성당 외부의 보물실에는 진귀한 교회의 유물이 잘 전시돼 있다. 

 

 

알폰소 마리아 무하의 유리화 ‘성 치릴로와 메토디오’. 

 

특히 비투스 성당은 오랜 세월에 걸쳐서 제작된 아름다운 유리화로 유명하다. 성당에서는 전통적인 유리화부터 아르누보 양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양식의 유리화를 볼 수 있다. 그 가운데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알폰스 마리아 무하(Alfons Maria Mucha·1860~1939년)의 작품이다. 체코 출신의 아르 누보 화가인 그는 포스터를 비롯해서 많은 장식 미술을 남겼다. 

 

성당 북쪽 창문에 있는 무하의 유리화는 ‘성 치릴로와 메토디오’(St. Cyrillus et Methodius)이다. 두 성인들은 형제로서, 유럽 동남부의 슬라브 민족에게 복음을 전한 사도로 불린다. 작가는 슬라브인에게 복음을 전한 두 성인들의 선교와 사랑을 아름다운 선과 장식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에게 신비로운 느낌을 갖게 해준다. 성당이 완공되기 직전에 독특한 기법으로 만들어진 이 유리화는 오늘날 많은 사람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다양한 유리화를 통해서 들어오는 빛은 성당 내부의 기둥 다발을 비추며 성당을 성스러운 공간으로 변화시킨다.

 

대부분의 유럽 성당은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에 걸쳐서 건립됐다. 그 가운데서도 성 비투스 성당의 건축기간은 다른 곳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길었다. 이 성당은 내·외부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600여 년 동안 건축된 성당으로도 유명하다. 수많은 사람이 오랜 세월에 걸쳐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들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비투스 성당의 수명은 수백 년을 넘어 계속 이어질 것이다. 

 

성 비투스 대성당과 비교해 보면 우리의 성당 건축 기간은 십 년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참으로 짧다. 성당의 건축 기간이 짧다보니 세심히 계획하고 점검하며 보완해야 할 것을 놓치는 일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 때로는 참으로 중요한 것을 놓치고도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성당을 지을 때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건물과 함께 그 안을 장식할 성물도 한꺼번에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성당 건축의 시간과 재정이 충분하지 않은데도 모든 것을 다 갖추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라고 할 수 있다. 성당의 전례에 필수적인 성물만 먼저 갖추고 유리화나 성화같은 것은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천천히 채워도 될 것이다. 아름답고 성스러운 성당이나 성물은 언제나 충분한 시간 속에서 수많은 사람의 정성과 기도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정웅모 신부 (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 유물 담당)

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87년 사제품을 받았다. 홍익대와 영국 뉴캐슬대에서 미술사·박물관학을 전공했다. 서울대교구 홍보실장과 성미술 감독, 종로본당 주임, 장안동본당 주임 등을 역임한 바 있다.

 

0 Comments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61 · 끝) 페르난도 보테로의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향해서’

댓글 0 | 조회 1,007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61 · 끝)페르난도보테로의‘제2차바티칸공의회를향해서’20세기교회의변화·쇄신향해담대한발걸음내딛는요한23세-페르난도보테로,‘제2차바티칸공의회를향해서’(1… 더보기
Hot

인기 [세계]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60: 피에트로 카노니카의 베네딕토 15세 교종 기념비

댓글 0 | 조회 1,120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60)피에트로카노니카의‘베네딕토15세교종기념비’국경 · 민족초월해인류애선물한베네딕토15세교종-피에트로카노니카,‘베네딕토15세교종기념비’(1928년),성…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9) 프리드리히 스팀멜의 ‘하느님의 교회를 인도하는 레오 13세’

댓글 0 | 조회 1,144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9)프리드리히스팀멜의‘하느님의교회를인도하는레오13세’‘보편적인권’이라는새로운길로교회를이끌다-프리드리히스팀멜,‘하느님의교회를인도하는레오13세’(1903…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8) 루크 필즈의 ‘노숙자 임시 수용소 입소 허가를 기다리는 지원자들’

댓글 0 | 조회 950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 (58)루크필즈의‘노숙자임시수용소입소허가를기다리는지원자들’‘새로운사태’산업화의그늘,추위와굶주림에시달리는빈민들-루크필즈,‘노숙자임시수용소입소허가를기다리는…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7)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

댓글 0 | 조회 1,258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7)밀레의‘이삭줍는여인들’목가적풍경이면에담겨진19세기농민들의팍팍한삶-밀레,‘이삭줍는여인들(LesGlaneuses)’,1857년,오르세미술관,프랑스파리…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6) 무명화가의 삽화 ‘제1차 바티칸 공의회를 소집한 비오 9세 교황’

댓글 0 | 조회 1,042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6)무명화가의삽화‘제1차바티칸공의회를소집한비오9세교황’세속권력은잃고교황의영적권위를얻은공의회-칼벤징거저,「1873년비오9세교황에관해서」에나오는‘1869…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5) 프란체스코 하예즈의 ‘입맞춤’

댓글 0 | 조회 1,410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5)프란체스코하예즈의‘입맞춤’‘작별키스’에담긴숨은뜻은19세기이탈리아통일의지-프란체스코하예즈,‘키스’(1859년),브레라피나코테크소장,이탈리아밀라노.이…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4) 프란체스코 포데스티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 교의 선포’

댓글 0 | 조회 1,042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4) 프란체스코포데스티의‘복되신동정마리아의원죄없으신잉태교의선포’비오9세교황‘원죄없이잉태되신성모교리’반포하다-프란체스코포데스티,‘복되신동정마리아의원죄없…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3) 필립 자크 반 브리의 ‘로마 공회장을 방문하는 그레고리오 16세’

댓글 0 | 조회 1,048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3) 필립자크반브리의‘로마공회장을방문하는그레고리오16세’로마황제개선문아래극빈촌을찾은교황-필립자크반브리,‘로마공회장을방문하는그레고리오16세’(1832년…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2) 자크 루이 다비드의 ‘나폴레옹의 대관식’

댓글 0 | 조회 1,271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2) 자크루이다비드의‘나폴레옹의대관식’대관식에서직접왕관을쓰는나폴레옹,교황은허수아비일뿐-자크루이다비드,‘나폴레옹의대관식’(1805~1807년),프랑스루…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1) 조셉 셀레스틴 프랑수아의 ‘1801년의 종교협약 비유’

댓글 0 | 조회 951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1)조셉셀레스틴프랑수아의‘1801년의종교협약비유’프랑스혁명정부의기세에밀려불리한조약을맺는교황청-조셉셀레스틴프랑수아,‘1801년의종교협약비유(Allego…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0) 펠리체 자니의 ‘연맹 축제를 위해 성 베드로 광장에 차려진 조국의 제단’

댓글 0 | 조회 987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0)펠리체자니의‘연맹축제를위해성베드로광장에차려진조국의제단’로마까지삼켜버린프랑스혁명의불길-펠리체자니,‘연맹축제를위해성베드로광장에차려진조국의제단’,179…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49) 자크 루이 다비드의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

댓글 0 | 조회 1,072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장면](49)자크루이다비드의‘호라티우스형제의맹세’프랑스혁명의폭풍전야에그린로마영웅사,신고전주의를열다-자크루이다비드,‘호라티우스형제의맹세’(1784년),유화,루브르…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48) 자코모 조볼리의 ‘성 빈센트 드 폴의 설교’

댓글 0 | 조회 1,110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48)자코모조볼리의‘성빈센트드폴의설교’사랑의혁명가,소외된이들에게십자가의빛을비추다-자코모조볼리,‘성빈센트드폴의설교’(1737),룬가라의코르시니궁(Pala…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47) 바치챠의 ‘예수 이름의 승리’

댓글 0 | 조회 1,072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47)바치챠의‘예수이름의승리’예수님이비추는찬란한황금빛이모두에게-바치챠,‘예수이름의승리’(1685년),예수성당내중앙본당천장,이탈리아로마.트렌토공의회는여러… 더보기
Category
State
  • 현재 접속자 43 명
  • 오늘 방문자 1,515 명
  • 어제 방문자 1,891 명
  • 최대 방문자 5,379 명
  • 전체 방문자 1,807,544 명
  • 전체 게시물 1,379 개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