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47) 오스트리아 수도에 있는 ‘빈 박물관’

Pilgrimage News 성지순례 뉴스
홈 > Knowledges > Pilgrimage News
Pilgrimage News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47) 오스트리아 수도에 있는 ‘빈 박물관’

관리자 0 2553 0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47) 오스트리아 수도에 있는 ‘빈 박물관’

 

시간 속에 스러져가는 예술품에 새 숨결 불어넣는 곳

 

발행일2017-12-03 [제3072호, 13면]

 

 

빈 박물관 전경과 출입구. 

 

문화와 예술의 도시 오스트리아 빈에는 특색 있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많다. 그 가운데서 빈 미술사 박물관이나 자연사 박물관은 규모도 크고 작품도 많아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러나 크고 유명한 미술관이나 박물관만 방문하면 작지만 알찬 문화 기관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빈 도심에서 멀지 않은 칼스플라츠 구역에 ‘빈 박물관’(Wein Museum)이 있다. 이 박물관의 외관은 단순하고 소박하지만 편리하게 설계된 건물이다. 

 

특히 연로하거나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수월하게 드나들 수 있도록 곳곳에 세심한 배려를 담아냈다. 휠체어 통로나 계단 손잡이는 말할 것도 없고 모든 계단 끝부분에도 노란색 칠을 해 사람들이 헛발을 딛지 않도록 했다. 

 

빈 박물관은 신석기 시대부터 20세기 중반까지 도시의 오랜 역사와 관련된 유물과 문화재, 회화와 조각, 가구와 의류 등 다양한 예술품을 전시하고 있다. 특히 이곳엔 오스트리아 출신의 유명한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Gustave Klimt,1862-1918년)나 에곤 쉴레(Egon Schiele,1890-1918년)의 작품이 다수 소장돼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빈 박물관에 전시된 슈테판 성당의 조각상들. 

 

이 박물관은 1887년 ‘빈 역사박물관’이란 이름으로 시청 안에 있었지만 1959년에 칼스플라츠에 구역으로 이전해 새롭게 문을 열었다. 2000년에는 건물 마당을 지붕으로 덮어 카페 등 휴식 공간을 확충했고 이곳에서 다양한 행사를 열 수 있게 됐다. 

 

특히 빈 박물관에는 그리스도교와 관련된 뛰어난 성화와 유리화, 조각과 성상이 잘 전시돼 있다. 교회의 미술품과 일반 예술품이 한 건물 안에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편리하게 둘을 비교하면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교회의 예술품은 빈의 성당이나 수도원으로부터 왔는데, 대부분은 빈 중심에 있는 슈테판 대성당(Stephansdom)으로부터 왔다. 

 

슈테판 성당처럼 오래된 건물은 전쟁이나 화재로 훼손되는 경우가 많았다. 성당이 파괴되면 건물 내·외부를 장식하던 많은 성상이나 유리화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기 마련이다. 이런 성물은 버려지기 쉬운데, 슈테판 성당과 빈의 문화 책임자들이 이런 것들을 모아 박물관의 수장고에 보관했다. 이 예술품 가운데서 일부가 전시돼 관람자들을 맞이한다. 

 

그 작품들은 성당의 본래 자리를 떠나 박물관에 전시돼 있지만 또 다른 생명을 유지해 나간다. 때로는 값진 성물의 자연적인 훼손을 막고 더욱 잘 보존하기 위해 원작품을 박물관에 보관하며 전시하는 경우도 있다. 원래 있던 자리에는 모조품을 두지만 그것도 너무나 정교하게 만들어져 일반 사람들이 원형과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빈 박물관에는 수많은 조각상이 있는데 관람자의 눈높이에 전시돼 작품의 세부적인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를 품은 성 안나 상’이다. 이 상도 처음에는 성당의 다른 조각들처럼 채색돼 매우 화려했으나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색이 벗겨졌다.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 안나 상. 

 

이 상에서 안나는 한손으로 사랑스러운 마리아를 안고 있으며 다른 손으로는 아기 예수를 품어 주고 있다. 하늘을 쳐다보는 안나의 눈길에서 하느님께 대한 그녀의 신앙이 얼마나 깊은지를 엿볼 수 있다. 안나와 마리아 그리고 예수는 품어주고 맞잡은 손으로 연결돼 있다. 하느님께 대한 신앙은 한 사람에게서 그치지 않고 사랑하는 가족을 통해서 끊임없이 이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원래 이 작품은 슈테판 성당 벽을 장식하고 있었을 것이다. 재질이 석회암이기 때문에 눈이나 비바람에 약해서 세월이 흐르면서 형태가 점점 무디어졌다. 이제는 박물관에 잘 보존돼 더 이상 부식되지 않게 되었다. 만일에 박물관이 없었다면 이처럼 소중한 유물은 이미 오래전에 훼손돼 사라졌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 교회에서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한국교회가 소장한 예술품이나 유물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이런 문화 예술품을 잘 보존하고 전시하기 위해 문화 공간이 참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만들기 위해 크고 새로운 건물을 당장에 지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사용하는 건물을 살펴보고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공간이 있다면 그곳을 먼저 활용할 수 있다. 혹은 현재 사무 공간의 효율성을 검토해서 낭비되는 공간을 줄이고 대신에 그곳에 먼저 수장고를 만들 수도 있다. 수장고에 있는 작품을 순환해서 전시하면 좁은 전시 공간의 문제도 조금은 해소할 수 있다.

 

박물관은 단순히 유물을 전시하는 곳이 아니라 만남과 기억 그리고 성숙의 공간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곳에 있는 유물이나 예술품을 통해 앞서 살았던 사람들을 만나고 기억하며 자신의 삶을 성숙시킬 수 있다. 

 

이런 만남과 기억은 우리의 삶을 더욱 성숙시켜 주고 이를 통해서 사회 전체를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정웅모 신부 (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 유물 담당)

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87년 사제품을 받았다. 홍익대와 영국 뉴캐슬대에서 미술사·박물관학을 전공했다. 서울대교구 홍보실장과 성미술 감독, 종로본당 주임, 장안동본당 주임 등을 역임한 바 있다.

 

0 Comments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61 · 끝) 페르난도 보테로의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향해서’

댓글 0 | 조회 1,015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61 · 끝)페르난도보테로의‘제2차바티칸공의회를향해서’20세기교회의변화·쇄신향해담대한발걸음내딛는요한23세-페르난도보테로,‘제2차바티칸공의회를향해서’(1… 더보기
Hot

인기 [세계]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60: 피에트로 카노니카의 베네딕토 15세 교종 기념비

댓글 0 | 조회 1,134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60)피에트로카노니카의‘베네딕토15세교종기념비’국경 · 민족초월해인류애선물한베네딕토15세교종-피에트로카노니카,‘베네딕토15세교종기념비’(1928년),성…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9) 프리드리히 스팀멜의 ‘하느님의 교회를 인도하는 레오 13세’

댓글 0 | 조회 1,153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9)프리드리히스팀멜의‘하느님의교회를인도하는레오13세’‘보편적인권’이라는새로운길로교회를이끌다-프리드리히스팀멜,‘하느님의교회를인도하는레오13세’(1903…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8) 루크 필즈의 ‘노숙자 임시 수용소 입소 허가를 기다리는 지원자들’

댓글 0 | 조회 955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 (58)루크필즈의‘노숙자임시수용소입소허가를기다리는지원자들’‘새로운사태’산업화의그늘,추위와굶주림에시달리는빈민들-루크필즈,‘노숙자임시수용소입소허가를기다리는…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7)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

댓글 0 | 조회 1,275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7)밀레의‘이삭줍는여인들’목가적풍경이면에담겨진19세기농민들의팍팍한삶-밀레,‘이삭줍는여인들(LesGlaneuses)’,1857년,오르세미술관,프랑스파리…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6) 무명화가의 삽화 ‘제1차 바티칸 공의회를 소집한 비오 9세 교황’

댓글 0 | 조회 1,049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6)무명화가의삽화‘제1차바티칸공의회를소집한비오9세교황’세속권력은잃고교황의영적권위를얻은공의회-칼벤징거저,「1873년비오9세교황에관해서」에나오는‘1869…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5) 프란체스코 하예즈의 ‘입맞춤’

댓글 0 | 조회 1,421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5)프란체스코하예즈의‘입맞춤’‘작별키스’에담긴숨은뜻은19세기이탈리아통일의지-프란체스코하예즈,‘키스’(1859년),브레라피나코테크소장,이탈리아밀라노.이…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4) 프란체스코 포데스티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 교의 선포’

댓글 0 | 조회 1,047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4) 프란체스코포데스티의‘복되신동정마리아의원죄없으신잉태교의선포’비오9세교황‘원죄없이잉태되신성모교리’반포하다-프란체스코포데스티,‘복되신동정마리아의원죄없…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3) 필립 자크 반 브리의 ‘로마 공회장을 방문하는 그레고리오 16세’

댓글 0 | 조회 1,062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3) 필립자크반브리의‘로마공회장을방문하는그레고리오16세’로마황제개선문아래극빈촌을찾은교황-필립자크반브리,‘로마공회장을방문하는그레고리오16세’(1832년…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2) 자크 루이 다비드의 ‘나폴레옹의 대관식’

댓글 0 | 조회 1,283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2) 자크루이다비드의‘나폴레옹의대관식’대관식에서직접왕관을쓰는나폴레옹,교황은허수아비일뿐-자크루이다비드,‘나폴레옹의대관식’(1805~1807년),프랑스루…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1) 조셉 셀레스틴 프랑수아의 ‘1801년의 종교협약 비유’

댓글 0 | 조회 960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1)조셉셀레스틴프랑수아의‘1801년의종교협약비유’프랑스혁명정부의기세에밀려불리한조약을맺는교황청-조셉셀레스틴프랑수아,‘1801년의종교협약비유(Allego…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0) 펠리체 자니의 ‘연맹 축제를 위해 성 베드로 광장에 차려진 조국의 제단’

댓글 0 | 조회 994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0)펠리체자니의‘연맹축제를위해성베드로광장에차려진조국의제단’로마까지삼켜버린프랑스혁명의불길-펠리체자니,‘연맹축제를위해성베드로광장에차려진조국의제단’,179…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49) 자크 루이 다비드의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

댓글 0 | 조회 1,076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장면](49)자크루이다비드의‘호라티우스형제의맹세’프랑스혁명의폭풍전야에그린로마영웅사,신고전주의를열다-자크루이다비드,‘호라티우스형제의맹세’(1784년),유화,루브르…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48) 자코모 조볼리의 ‘성 빈센트 드 폴의 설교’

댓글 0 | 조회 1,124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48)자코모조볼리의‘성빈센트드폴의설교’사랑의혁명가,소외된이들에게십자가의빛을비추다-자코모조볼리,‘성빈센트드폴의설교’(1737),룬가라의코르시니궁(Pala…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47) 바치챠의 ‘예수 이름의 승리’

댓글 0 | 조회 1,081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47)바치챠의‘예수이름의승리’예수님이비추는찬란한황금빛이모두에게-바치챠,‘예수이름의승리’(1685년),예수성당내중앙본당천장,이탈리아로마.트렌토공의회는여러… 더보기
Category
State
  • 현재 접속자 175 명
  • 오늘 방문자 977 명
  • 어제 방문자 2,171 명
  • 최대 방문자 5,379 명
  • 전체 방문자 1,813,001 명
  • 전체 게시물 1,379 개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