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50) 이탈리아 라벤나의 ‘성 아폴리나레 누오보 성당’

Pilgrimage News 성지순례 뉴스
홈 > Knowledges > Pilgrimage News
Pilgrimage News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50) 이탈리아 라벤나의 ‘성 아폴리나레 누오보 성당’

관리자 0 2964 0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50) 이탈리아 라벤나의 ‘성 아폴리나레 누오보 성당’

 

성경 내용 생생히 전하는 모자이크로 성당 벽면 장식

 

발행일2017-12-25 [제3075호, 17면]

 

라벤나는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로마니아 지방의 작은 도시지만 아드리아 해에 접하고 있어 육상과 해상 교통의 요지에 속한다. 이런 입지적인 조건 때문에 402년 서로마 제국의 황제 호노리우스(Flavius Honorius, 재위 395~423년)는 라벤나를 서로마 제국의 수도로 정했다. 이곳에서 많은 물자 교역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문화도 발전했다.

 

라벤나에는 ‘갈라 플라치디아 묘당’(본 연재 37회 참조), ‘테오데릭 묘당’, ‘아리우스파 세례당’, ‘성 아폴리나레 인 클라세 성당’, ‘성 아폴리나레 누오보 성당’, ‘성 비탈레 성당’과 같은 유적지들이 잘 보존돼 있어서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이 찾는다. 특히 성당이나 세례당에서는 초기 교회의 건축 양식이나 오래된 미술 작품도 함께 볼 수 있다. 

 

이 도시에는 성 아폴리나레에게 봉헌된 성당이 두 곳 있는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으로 꼽힌다. 성 아폴리나레 인 클라세 성당(Basilica di Santa Appolinare in Classe)과 그곳으로부터 성인의 유해 일부를 옮겨 모신 새로운 성당, 즉 성 아폴리나레 누오보 성당(Basilica di Santa Apollinare Nuovo)이 그곳이다. 이 두 성당은 오래된 역사를 간직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아름다운 모자이크를 소장하고 있어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성 아폴리나레 누오보 성당. 

 

그 가운데서 성 아폴리나레 누오보 성당의 모자이크는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된다. 초기 그리스도교와 비잔틴 양식의 이 성당은 476년에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후인 505년에 동고트(Ostrogoth)의 왕인 테오데릭(Theoderic)이 공사를 시작해 6세기에 완성했다.

 

이 건물은 왕궁의 부속 건물로 건립돼 처음에는 성 마르티노 성당으로 불렸으나 동고트 왕국의 후계자들이 성 아폴리나레 누오보 성당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성당 전면의 원통형 종탑은 9~10세기에 건립됐으며, 흰 대리석 입구 아치는 16세기에 추가돼 단순한 형태의 성당에 아름다움을 더해 준다. 외부는 벽돌이지만 내부에는 고린토 양식의 대리석 기둥이 서 있으며 삼량식의 형태를 보여 준다.

 

내부 벽면에는 예수님과 성인들을 묘사한 모자이크가 빼곡히 장식돼 있다. 예전에는 개인이 성경을 갖는 것이 어려웠고 문맹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성당 안의 모자이크나 그림은 눈으로 보는 성경과 같은 역할을 했다. 모자이크의 화풍이 다른 것으로 보아 최소한 두 명 이상의 작가들이 작업을 했으리라고 여겨진다. 작가들은 벽면의 가장 높은 곳에 예수님의 기적과 비유, 수난과 부활 장면을 묘사했다. 젊은 예수님의 얼굴은 그분 안에 시들지 않는 영원한 생명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성당 벽면에는 ‘옥좌에 앉으신 전능하신 그리스도’나 ‘아기 예수님을 안고 있는 성모님’이 묘사돼 있다.

 

 

성 아폴리나레 누오보 성당 내부의 벽면에 장식된 모자이크. 

 

여러 모자이크 가운데서 ‘아기 예수님께 예물을 봉헌하는 동방박사들’이 눈길을 끈다. 이 작품에는 세 명의 박사들이 예물을 바치는 모습이 생동감 넘치게 표현돼 있다. 전승에 의하면 그들은 메시아별의 인도를 따라 아기 예수님을 만났다고 하는데 가스팔, 멜키올, 발타사르라고 한다. 작품 위에는 세 박사의 이름이 적혀 있다. 페르시안 모자를 쓴 박사들이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손에 들고 아기 예수님께 선물을 드리려 나아가고 있다. 발아래에는 여러 종류의 꽃들이 피어 있고 생명의 야자수가 세 그루 표현돼 있다.

 

 

아기 예수님께 예물을 봉헌하는 동방박사들. 

 

1500여 년 전에 건립된 성 아폴리나레 누오보 성당이 이처럼 온전히 보존되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랜 역사 속에서 여러 차례 사라질 위험을 겪기도 했지만 성당과 그 안에 있는 모자이크 작품은 오늘날까지 전해진다. 제1차 세계대전 때는 성당의 제단 부분까지도 파괴됐으나 다행히 성당 내부의 모자이크는 피해를 면할 수 있었다. 전쟁과 참화 속에서도 성당 안에 있는 모자이크는 퇴색되거나 훼손되지 않고 여전히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보석처럼 빛나는 모자이크는 성 아폴리나레 누오보 성당에서만 볼 수 있지만 교회의 뛰어난 예술품은 그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주변의 성당에서도 모자이크는 아니지만 아름답고 소중한 예술품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단지 우리가 그 예술품의 가치를 알지 못하고 그냥 스쳐 지나가기 때문에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따름이다. 

 

조금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성당이나 수도원, 교회 기관이나 부속 건물을 둘러보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많은 교회 예술품을 만날 수 있다. 이 같은 예술품은 언제나 같은 자리에 서 있으면서도 사람들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말없이 속삭인다. 교회의 예술품이 속삭이는 이야기는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그것을 바라보며 귀를 기울이는 사람만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정웅모 신부 (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 유물 담당)

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87년 사제품을 받았다. 홍익대와 영국 뉴캐슬대에서 미술사·박물관학을 전공했다. 서울대교구 홍보실장과 성미술 감독, 종로본당 주임, 장안동본당 주임 등을 역임한 바 있다.

0 Comments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61 · 끝) 페르난도 보테로의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향해서’

댓글 0 | 조회 1,006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61 · 끝)페르난도보테로의‘제2차바티칸공의회를향해서’20세기교회의변화·쇄신향해담대한발걸음내딛는요한23세-페르난도보테로,‘제2차바티칸공의회를향해서’(1… 더보기
Hot

인기 [세계]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60: 피에트로 카노니카의 베네딕토 15세 교종 기념비

댓글 0 | 조회 1,120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60)피에트로카노니카의‘베네딕토15세교종기념비’국경 · 민족초월해인류애선물한베네딕토15세교종-피에트로카노니카,‘베네딕토15세교종기념비’(1928년),성…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9) 프리드리히 스팀멜의 ‘하느님의 교회를 인도하는 레오 13세’

댓글 0 | 조회 1,144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9)프리드리히스팀멜의‘하느님의교회를인도하는레오13세’‘보편적인권’이라는새로운길로교회를이끌다-프리드리히스팀멜,‘하느님의교회를인도하는레오13세’(1903…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8) 루크 필즈의 ‘노숙자 임시 수용소 입소 허가를 기다리는 지원자들’

댓글 0 | 조회 950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 (58)루크필즈의‘노숙자임시수용소입소허가를기다리는지원자들’‘새로운사태’산업화의그늘,추위와굶주림에시달리는빈민들-루크필즈,‘노숙자임시수용소입소허가를기다리는…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7)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

댓글 0 | 조회 1,258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7)밀레의‘이삭줍는여인들’목가적풍경이면에담겨진19세기농민들의팍팍한삶-밀레,‘이삭줍는여인들(LesGlaneuses)’,1857년,오르세미술관,프랑스파리…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6) 무명화가의 삽화 ‘제1차 바티칸 공의회를 소집한 비오 9세 교황’

댓글 0 | 조회 1,042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6)무명화가의삽화‘제1차바티칸공의회를소집한비오9세교황’세속권력은잃고교황의영적권위를얻은공의회-칼벤징거저,「1873년비오9세교황에관해서」에나오는‘1869…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5) 프란체스코 하예즈의 ‘입맞춤’

댓글 0 | 조회 1,408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5)프란체스코하예즈의‘입맞춤’‘작별키스’에담긴숨은뜻은19세기이탈리아통일의지-프란체스코하예즈,‘키스’(1859년),브레라피나코테크소장,이탈리아밀라노.이…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4) 프란체스코 포데스티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 교의 선포’

댓글 0 | 조회 1,041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4) 프란체스코포데스티의‘복되신동정마리아의원죄없으신잉태교의선포’비오9세교황‘원죄없이잉태되신성모교리’반포하다-프란체스코포데스티,‘복되신동정마리아의원죄없…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3) 필립 자크 반 브리의 ‘로마 공회장을 방문하는 그레고리오 16세’

댓글 0 | 조회 1,048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3) 필립자크반브리의‘로마공회장을방문하는그레고리오16세’로마황제개선문아래극빈촌을찾은교황-필립자크반브리,‘로마공회장을방문하는그레고리오16세’(1832년…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2) 자크 루이 다비드의 ‘나폴레옹의 대관식’

댓글 0 | 조회 1,270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2) 자크루이다비드의‘나폴레옹의대관식’대관식에서직접왕관을쓰는나폴레옹,교황은허수아비일뿐-자크루이다비드,‘나폴레옹의대관식’(1805~1807년),프랑스루…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1) 조셉 셀레스틴 프랑수아의 ‘1801년의 종교협약 비유’

댓글 0 | 조회 950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1)조셉셀레스틴프랑수아의‘1801년의종교협약비유’프랑스혁명정부의기세에밀려불리한조약을맺는교황청-조셉셀레스틴프랑수아,‘1801년의종교협약비유(Allego…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0) 펠리체 자니의 ‘연맹 축제를 위해 성 베드로 광장에 차려진 조국의 제단’

댓글 0 | 조회 986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0)펠리체자니의‘연맹축제를위해성베드로광장에차려진조국의제단’로마까지삼켜버린프랑스혁명의불길-펠리체자니,‘연맹축제를위해성베드로광장에차려진조국의제단’,179…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49) 자크 루이 다비드의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

댓글 0 | 조회 1,072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장면](49)자크루이다비드의‘호라티우스형제의맹세’프랑스혁명의폭풍전야에그린로마영웅사,신고전주의를열다-자크루이다비드,‘호라티우스형제의맹세’(1784년),유화,루브르…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48) 자코모 조볼리의 ‘성 빈센트 드 폴의 설교’

댓글 0 | 조회 1,110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48)자코모조볼리의‘성빈센트드폴의설교’사랑의혁명가,소외된이들에게십자가의빛을비추다-자코모조볼리,‘성빈센트드폴의설교’(1737),룬가라의코르시니궁(Pala…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47) 바치챠의 ‘예수 이름의 승리’

댓글 0 | 조회 1,072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47)바치챠의‘예수이름의승리’예수님이비추는찬란한황금빛이모두에게-바치챠,‘예수이름의승리’(1685년),예수성당내중앙본당천장,이탈리아로마.트렌토공의회는여러… 더보기
Category
State
  • 현재 접속자 70 명
  • 오늘 방문자 1,201 명
  • 어제 방문자 1,891 명
  • 최대 방문자 5,379 명
  • 전체 방문자 1,807,230 명
  • 전체 게시물 1,379 개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