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64) 스페인 오비에도의 ‘산 미겔 데 리요 성당과 산타 마리아 델 나랑코 궁전’

Pilgrimage News 성지순례 뉴스
홈 > Knowledges > Pilgrimage News
Pilgrimage News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64) 스페인 오비에도의 ‘산 미겔 데 리요 성당과 산타 마리아 델 나랑코 궁전’

관리자 0 2907 0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64) 스페인 오비에도의 ‘산 미겔 데 리요 성당과 산타 마리아 델 나랑코 궁전’

 

천년의 세월이 온전히 숨쉬는 곳… 군더더기는 없었다

아치형 문·밧줄 모양이 특징인 로마네스크 이전 양식 건축물
원형의 1/3 남았지만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산 미겔 성당’
두 건물 주변 작은 안내 표지판만 있을 뿐 부속 건물 등 없어

발행일2018-07-22 [제3104호, 18면]

산 미겔 데 리요 성당.

스페인 북부의 오비에도(Oviedo)는 해발 232m에 있는데, 인구는 20여 만 명 규모의 도시다. 이 도시는 산티아고로 가는 길목에 있어서 많은 순례객들이 방문한다. 비옥한 대지에서 풍부한 곡물이 생산되며 아스투리아스의 주도이자 문화와 상업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도시 중심에 위치한 ‘산 살바도르 대성당’(Cathedral de San Salvedor)은 13~18세기에 고딕과 바로크 양식이 혼합된 모습으로 건립됐다. 성당 내부에는 뛰어난 성화, 역대 아스투리아스 왕들의 묘와 유물도 함께 소장돼 있다. 대성당 뒤에 자리한 옛 수도원에는 고고학 박물관이 있다. 그곳에는 오비에도의 선사 시대와 로마 시대, 로마네스크 시대의 보물들이 전시돼 있다.

오비에도 주변에서는 로마네스크 이전 양식의 건축물을 볼 수 있는데, 이런 양식은 8-10세기에 번성했다.

아스투리아스 왕국의 알폰소 2세(791-842)는 이 도시를 침략한 이슬람교도들을 격퇴한 후 도시의 재건과 확장을 위해 많은 힘을 기울였다. 유럽이 이슬람교도들의 침략으로 황폐해진 때에도 8세기의 아스투리아스 왕국은 프레-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알려진 독특한 건축을 선보였다. 이 양식의 특징으로는 주로 직선으로 구성된 외관과 로마식 아치, 반원형의 둥근 천장을 꼽을 수 있다.

로마네스크 이전 양식의 대표적인 건물은 오비에도 중심부에서 북서쪽으로 3㎞ 떨어진 나랑코(Naranco) 산에서 볼 수 있다. 이곳에는 두 개의 작은 건물이 가까운 거리에 자리한다. 하나는 ‘산 미겔 데 리요 성당’(San Miguel de Lillo)이고 다른 하나는 ‘산타 마리아 델 나랑코 궁전’(Palacio de Santa Maria del Naranco)이다. 모두 라미로 1세(Ramiro I, 842-850) 때 건축됐는데 아스투리아스 예술의 정수를 보여 준다.

산 미겔 성당은 848년에 건립됐다. 원래의 모습은 11~12세기에 무너지고 오늘날에는 성당 입구가 있는 서쪽 부분만 남아 있다. 현존하는 건물은 원래 성당의 1/3에 불과하다. 비록 건물의 일부만 남아 있지만 이 성당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보호를 받고 있다. 남은 건물만으로도 원래의 성당이 얼마나 아름다웠을지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산타 마리아 델 나랑코 궁전.

산 미겔 성당에서 가까운 곳에 산타 마리아 델 나랑코 궁전이 있다. 9세기에 라미로 1세가 여름을 지내기 위해 지은 2층 별장형 궁전이다. 아치형 문 양식과 함께 기둥에 밧줄 모양의 장식은 프레-로마네스크 양식을 잘 보여 준다.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산타 마리아 궁전의 외형은 직사각형 모양으로 매우 단순하지만, 간결하면서도 우아하다. 황금비율의 구조를 갖추고 있어서 더욱 아름다운 느낌을 준다.

건물 앞쪽의 트인 회랑에서는 야외 풍경을 감상할 수 있고 이곳을 통해 빛이 풍부하게 들어와 실내를 밝혀준다. 궁전의 규모는 작지만 웅장한 느낌을 주어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과 비교하는 사람도 있다. 산타 마리아 궁전은 나랑코 산 위에 건립됐지만 후에 스페인과 유럽의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 건축에 큰 영향을 미쳤다.

산 미겔 성당과 산타 마리아 궁전이 건립된 지 100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이처럼 원형이 잘 보존된 것은 놀라운 일이다. 가장 중요한 건물이 돋보이도록 나무와 잡초를 제거하고 주변만 정비했을 뿐이다. 건물 주변에는 작은 안내 표지판만 있을 뿐 이곳을 관리하기 위한 부속 건물이나 다른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두 건물의 내부는 특별한 시간에 개방하면서 건물을 잘 보존하고 있다. 외부 정원은 언제나 개방돼 있어서 사람들이 건물과 주변을 둘러 볼 수 있다. 외부를 크게 장식하지 않았는데도 단조롭지 않고 우아한 모습을 보여주며 사람들의 마음도 차분하게 가라앉혀 준다.

산타 마리아 델 나랑코 궁전 2층 회랑.
산 미겔 성당과 산타 마리아 궁전처럼 아름답고 실용적이며 튼튼한 건물을 짓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런 건물을 잘 보존하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다. 나아가 그처럼 소중한 건물을 잘 활용하며 후대에 까지 물려주는 것은 가장 어려운 일이다.

오늘날 우리 교회에서도 소중한 유산이나 유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를 잘 보존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유산을 잘 보존하기 위해 주변에 지은 부속 건물이 원형을 가리거나 훼손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유산 가까이에 편의시설 등을 빼곡히 지으면 유산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지고 생명력을 잃게 된다.

유산의 원형은 사라지고 둘레에 어지러운 건물만 남아 있다면 참으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가능하면 유산의 원형을 잘 보존하고 건물 주변을 비어 둠으로써 그것이 돋보이게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유산 보존 뿐 아니라 성당이나 성지의 성물도 꼭 있어야 할 자리에 적절하게 배치돼야 한다. 때로는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성상이나 성화가 놓여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 지나친 것보다는 조금 부족한 것이 더 나을 때가 있다. 이 말은 교회에서 성상이나 성화를 설치할 때도 해당된다.

이제 우리의 신앙 선조들이 물려준 보물 같은 유산을 어떻게 보존하고 관리하고 활용할 것인지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가 됐다. 나랑코 산에 있는 산 미겔 성당이나 산타 마리아 궁전을 보면 더욱 이런 생각이 든다.

정웅모 신부(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유물 담당)
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87년 사제품을 받았다. 홍익대와 영국 뉴캐슬대에서 미술사·박물관학을 전공했다. 서울대교구 홍보실장과 성미술 감독, 종로본당 주임, 장안동본당 주임 등을 역임한 바 있다.

0 Comments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61 · 끝) 페르난도 보테로의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향해서’

댓글 0 | 조회 1,014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61 · 끝)페르난도보테로의‘제2차바티칸공의회를향해서’20세기교회의변화·쇄신향해담대한발걸음내딛는요한23세-페르난도보테로,‘제2차바티칸공의회를향해서’(1… 더보기
Hot

인기 [세계]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60: 피에트로 카노니카의 베네딕토 15세 교종 기념비

댓글 0 | 조회 1,131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60)피에트로카노니카의‘베네딕토15세교종기념비’국경 · 민족초월해인류애선물한베네딕토15세교종-피에트로카노니카,‘베네딕토15세교종기념비’(1928년),성…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9) 프리드리히 스팀멜의 ‘하느님의 교회를 인도하는 레오 13세’

댓글 0 | 조회 1,152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9)프리드리히스팀멜의‘하느님의교회를인도하는레오13세’‘보편적인권’이라는새로운길로교회를이끌다-프리드리히스팀멜,‘하느님의교회를인도하는레오13세’(1903…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8) 루크 필즈의 ‘노숙자 임시 수용소 입소 허가를 기다리는 지원자들’

댓글 0 | 조회 955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 (58)루크필즈의‘노숙자임시수용소입소허가를기다리는지원자들’‘새로운사태’산업화의그늘,추위와굶주림에시달리는빈민들-루크필즈,‘노숙자임시수용소입소허가를기다리는…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7)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

댓글 0 | 조회 1,274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7)밀레의‘이삭줍는여인들’목가적풍경이면에담겨진19세기농민들의팍팍한삶-밀레,‘이삭줍는여인들(LesGlaneuses)’,1857년,오르세미술관,프랑스파리…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6) 무명화가의 삽화 ‘제1차 바티칸 공의회를 소집한 비오 9세 교황’

댓글 0 | 조회 1,048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6)무명화가의삽화‘제1차바티칸공의회를소집한비오9세교황’세속권력은잃고교황의영적권위를얻은공의회-칼벤징거저,「1873년비오9세교황에관해서」에나오는‘1869…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5) 프란체스코 하예즈의 ‘입맞춤’

댓글 0 | 조회 1,419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5)프란체스코하예즈의‘입맞춤’‘작별키스’에담긴숨은뜻은19세기이탈리아통일의지-프란체스코하예즈,‘키스’(1859년),브레라피나코테크소장,이탈리아밀라노.이…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4) 프란체스코 포데스티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 교의 선포’

댓글 0 | 조회 1,045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4) 프란체스코포데스티의‘복되신동정마리아의원죄없으신잉태교의선포’비오9세교황‘원죄없이잉태되신성모교리’반포하다-프란체스코포데스티,‘복되신동정마리아의원죄없…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3) 필립 자크 반 브리의 ‘로마 공회장을 방문하는 그레고리오 16세’

댓글 0 | 조회 1,059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3) 필립자크반브리의‘로마공회장을방문하는그레고리오16세’로마황제개선문아래극빈촌을찾은교황-필립자크반브리,‘로마공회장을방문하는그레고리오16세’(1832년…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2) 자크 루이 다비드의 ‘나폴레옹의 대관식’

댓글 0 | 조회 1,280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2) 자크루이다비드의‘나폴레옹의대관식’대관식에서직접왕관을쓰는나폴레옹,교황은허수아비일뿐-자크루이다비드,‘나폴레옹의대관식’(1805~1807년),프랑스루…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1) 조셉 셀레스틴 프랑수아의 ‘1801년의 종교협약 비유’

댓글 0 | 조회 954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1)조셉셀레스틴프랑수아의‘1801년의종교협약비유’프랑스혁명정부의기세에밀려불리한조약을맺는교황청-조셉셀레스틴프랑수아,‘1801년의종교협약비유(Allego…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0) 펠리체 자니의 ‘연맹 축제를 위해 성 베드로 광장에 차려진 조국의 제단’

댓글 0 | 조회 992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0)펠리체자니의‘연맹축제를위해성베드로광장에차려진조국의제단’로마까지삼켜버린프랑스혁명의불길-펠리체자니,‘연맹축제를위해성베드로광장에차려진조국의제단’,179…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49) 자크 루이 다비드의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

댓글 0 | 조회 1,075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장면](49)자크루이다비드의‘호라티우스형제의맹세’프랑스혁명의폭풍전야에그린로마영웅사,신고전주의를열다-자크루이다비드,‘호라티우스형제의맹세’(1784년),유화,루브르…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48) 자코모 조볼리의 ‘성 빈센트 드 폴의 설교’

댓글 0 | 조회 1,121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48)자코모조볼리의‘성빈센트드폴의설교’사랑의혁명가,소외된이들에게십자가의빛을비추다-자코모조볼리,‘성빈센트드폴의설교’(1737),룬가라의코르시니궁(Pala…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47) 바치챠의 ‘예수 이름의 승리’

댓글 0 | 조회 1,080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47)바치챠의‘예수이름의승리’예수님이비추는찬란한황금빛이모두에게-바치챠,‘예수이름의승리’(1685년),예수성당내중앙본당천장,이탈리아로마.트렌토공의회는여러… 더보기
Category
State
  • 현재 접속자 189 명
  • 오늘 방문자 1,481 명
  • 어제 방문자 1,780 명
  • 최대 방문자 5,379 명
  • 전체 방문자 1,811,334 명
  • 전체 게시물 1,379 개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