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14) 찬란한 햇살이 내 온몸을 포근하게 감싸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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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14) 찬란한 햇살이 내 온몸을 포근하게 감싸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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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14) 찬란한 햇살이 내 온몸을 포근하게 감싸주고

예수님께서 외치셨다 “라자로야, 이리 나와라”
권능에 찬 이 한마디에 죽었던 라자로 일어나 
모든 생명의 주인이며 구원자임을 널리 알려
장차 겪게 될 죽음·부활 미리 사람들에 예시

 

발행일 2011-09-25 [제2763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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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니콜라 다미앵(Nicolas d'Amiens), 라자로의 소생, 1455년경, 유채, 루브르 박물관, 파리, 프랑스.
이 작품에는 죽었던 라자로가 소생하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하느님께서 도와주시다”란 뜻을 지닌 라자로는 이 그림의 주인공이다. 라자로를 다시 살리시는 예수님 양편에는 열두 제자들과 마을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다. 예수님께서는 주변의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느님 아버지께 간절한 기도를 드리신 후 그를 소생시켜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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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수그리스도(부분).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 나서 큰 소리로 외치셨다. ‘라자로야, 이리 나와라.’ 그러자 죽었던 이가 손과 발은 천으로 감기고 얼굴은 수건으로 감싸인 채 나왔다. 예수님께서 사람들에게 ‘그를 풀어 주어 걸어가게 하여라.’하고 말씀하셨다.”(요한 11,43-44)

예수님의 권능에 찬 이 한마디 명령으로 죽었던 라자로가 관 속에서 천천히 일어나고 있다. 예수님의 발치에 있던 한 사람이 라자로의 손을 묶었던 천을 풀어 자유롭게 해 주고 있다. 그 옆에는 라자로의 누이동생인 마르타와 마리아가 이 광경을 지켜보며 손을 벌린 채 놀라워하고 있다. 오른쪽에 있는 제자들과 왼쪽에 있는 마을 사람들도 이 광경을 진지하게 지켜보고 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처럼 모두 친근하게 보인다. 그들은 고요하면서도 차분한 표정을 지으며 라자로가 소생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다. 그의 죽음 앞에서 눈물을 흘리셨던 예수님은 얼굴에 홍조를 띠고 있으며, 소생하여 주님을 바라보는 라자로의 꺼칠한 모습도 낯설지 않다. 어깨를 서로 감싸고 있는 베드로와 제자들, 눈물을 닦거나 코를 막고 있는 마을 사람들도 모두 낯익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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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자로(부분).
죽었던 라자로의 소생을 통하여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이 모든 생명의 주인이며 참된 생명을 주는 구원자임을 널리 알려 주셨다. 또한 이 사건을 통하여 예수님께서는 장차 당신이 겪게 될 죽음과 부활을 미리 사람들에게 예시하여 주셨다. 라자로의 소생과 예수님의 부활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육체적 죽음의 한계를 이겨내며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간직할 수 있게 되었다. 그가 묻혔던 관 주변의 풀들과 무성한 나무들은 예수님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영원한 생명이 주어졌다는 것을 알려준다.

작년 봄, 교구의 중견 사제 연수 중에 동료 사제들과 함께 이스라엘로 성지 순례를 간 적이 있었다. 그때 라자로의 고향인 베타니아에도 방문하였다. 예루살렘 부근의 베타니아에는 라자로 기념 성당과 그의 무덤이 있었다. 좁은 동굴로 들어가 몇 계단을 내려가면 라자로가 묻혔다는 작은 무덤에 다다를 수 있다. 그곳에서 라자로가 겪었던 죽음과 소생의 기쁨을 잠시나마 체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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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드로와 제자들(부분).
우리는 한 명씩 라자로의 무덤으로 내려가 잠시 머물렀다가 다시 무덤 밖으로 빠져 나왔다. 한 명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답답한 무덤에는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둠만이 감싸고 있었다. 그 안에 머문 것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대단히 길게 느껴졌다. 성지 순례 안내자가 등불을 밝혀주며 이제 밖으로 나오라고 재촉하였다. 그 소리가 마치 “라자로야, 이리 나와라”(요한 11,43)고 하시던 예수님의 목소리처럼 크게 들렸다. 동굴 밖으로 나오니 찬란한 햇살이 내 온몸을 포근하게 감싸 주었다. 

정웅모 신부 (서울 장안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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