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30) 마음속에는 어느새 신비로운 물결이 출렁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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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30) 마음속에는 어느새 신비로운 물결이 출렁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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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30) 마음속에는 어느새 신비로운 물결이 출렁거리고

예수님의 부활 나비 형상으로 표현
나비의 일생 예수님 삶·죽음·부활 상징
27마리 노랑·파랑·초록색 나비들은
우리와 함께 머물고 계신 주님 나타내

 

발행일2012-04-08 [제2790호, 21면]

제천 의림동성당 내부의 제단 맞은편에는 돌로 제작된 커다란 세례대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세례대의 양쪽에는 격자무늬의 세로 창문이 있고 그곳에는 마르크(Br. Marc, 1931~ ) 수사의 유리화 ‘부활’이 장식되어 있다. 예수님의 부활을 상징하는 이 작품은 구상이 아니라 추상으로 단순하게 제작됐지만 아름다운 빛을 내며 신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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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림동성당 세례대 전경.
스위스 출신으로 떼제(Taize) 공동체에 속해 있는 그는 오랫동안 우리나라에 머물면서 30여 곳의 성당과 수도원에 아름다운 유리화를 제작했다. 의림동성당에는 유리화 ‘부활’ 뿐 아니라 ‘하느님의 어린양’, ‘세 천사’, ‘오 주여 우리 주 예수’와 같은 작품들이 장식되어 있다. 특히 그는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과 문화에 깊은 관심을 갖고 그것을 자신의 작품 속에 담아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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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르크(Br. Marc, 1931~ ) 수사, ‘부활’, 유리화, 2004년, 의림동성당, 제천, 충북.
이 성당의 주 출입구는 양쪽에 있으며 그곳을 통해 성당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돌로 만들어진 세례대와 그 뒤에 있는 유리화이다. 유리화 ‘부활’은 세례대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다. 견고한 세례대와 오래된 마룻바닥, 그리고 아름다운 유리화와 바닥에 반사된 빛나는 색채를 바라보면 마음속에는 어느새 신비로운 물결이 출렁이기 시작한다. 

마르크 수사는 예수님의 부활을 나비 형상으로 단순하게 표현했다. 오래전부터 나비는 예수님과 인간의 부활을 표현하기 위해 성화에 즐겨 사용됐다. 애벌레, 번데기, 나비로 표현되는 나비의 일생은 예수님의 삶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상징한다. 각 창문에 새겨진 27마리의 노랑, 파랑, 초록색 나비들은 부활하신 주님께서 오늘날 우리들 곁에 다양한 모습으로 함께 머물고 계심을 나타낸다. 특히 성당 마룻바닥에 새겨진 유리화의 그림자는 주님께서 신자들의 마음을 곱게 물들이시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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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례대의 부활 유리화 부분.
본당 사목 중에 세례성사를 집전할 때면 고정된 세례대가 없어 접시를 새영세자의 이마에 갖다 대고 물을 조금 부어 준다. 참으로 고귀한 세례성사가 세례대도 없이 이루어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그래서 성인 세례식이나 유아 세례식을 베풀 때면 제대로 된 세례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지극 정성으로 만든 세례대가 성당 안에 있으면 신자들은 그것을 보며 자신의 세례 때를 회상하고 나아가 자신이 바로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을 자주 자각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래전부터 세례 성사는 그리스도교에 입문하는 성사로 매우 중요하게 여겨졌다. 또한 세례가 베풀어지는 세례대도 모든 성당에 마련됐고 그 위치는 제단을 마주 보는 성당의 입구에 자리 잡았다. 이것은 세례성사가 모든 성사의 기본이 되고 그리스도교 신앙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알려 준다. 세례를 받은 신자는 비로소 그리스도교 신앙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 제단 가까이 나아가 주님의 성체와 성혈을 모시며 부활하신 주님과 영적으로 일치를 이루게 된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성당에서 세례대는 이런 저런 이유로 사라지고 있다.

의림동성당의 세례대와 유리화 ‘부활’을 바라보면서 기억도 못하는 나의 유아세례 때를 상상해 보았다. 어머니는 내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읍내에 있는 성당으로 데려 가 선교사 신부님을 통하여 유아세례를 받게 하셨다. 부활하신 예수님과 나와의 첫 번째 인연은 시골 본당의 작은 세례대에서 맺어졌다.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나는 다시 제천에 있는 작은 성당의 세례대와 유리화 ‘부활’ 앞에 서 있다. 단순한 세례대와 아름다운 유리화를 바라보면서 오래전 유아세례 때를 회상하면서 그 시절의 사람들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정웅모 신부 (서울 장안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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