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31) 내 곁에 머물렀던 성자 같은 한 사제를 그리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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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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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4 12:49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31) 내 곁에 머물렀던 성자 같은 한 사제를 그리워하며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밀알 하나에서 많은 밀 맺게 된 것 표현
이 작품 보면 밀알과 같은 삶을 가꾸다
선종한 도요안 신부의 삶·영성 생각나
작품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은 서울 대치2동성당의 제단 가까이에 있는 유리창에 장식돼 있다. 이 성당의 복도와 계단, 입구와 내부에는 신약과 구약의 주요 주제를 표현한 작가 최영심(1946~)의 아름다운 유리화들이 많이 있다. 이 작품들을 바라보면 신·구약 성서의 세계 안으로 깊이 들어가 그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대치2동성당 내부의 오른쪽 벽에는 3개의 커다란 창문이 있다. 이 창문에는 ‘치유 받은 나병환자 열 사람’, ‘간음한 여인을 용서하시는 예수님’,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이 장식돼 있다. 그 가운데서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의 하단 그림은 땅에 묻힌 하나의 밀알에서 많은 밀이 맺게 된 것을 표현한다. 그리고 상단 그림은 예수님의 희생적인 죽음을 통해서 인류 구원을 위한 영원한 생명나무가 자라게 됐다는 것을 나타낸다.
예수님께서는 구원을 이루시기 위해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후, 장차 당신이 겪게 될 수난과 죽음이 갖는 의미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요한 12,24-25)
이 작품을 보면 하나의 밀알과 같은 삶을 가꾸다가 일 년여 전 세상을 떠나 하느님 아버지 품에 안기신 선교사제 도요안(Fr.Jack F.Trisolini, 1937~2010) 신부님이 생각난다. 신부님을 처음으로 만난 것은 1990년대 초 종로성당에 사목할 때였다. 당시 종로성당의 3, 4층에 있던 노동사목회관에서 노동사목위원회 일을 하시던 신부님과 함께 일한 적이 있었다.
도 신부님은 미국 뉴저지(New Jersey)에서 태어나셨지만 1959년 우리나라에 오셨다. 그리고 반백년 동안 이 땅에 살면서 불우한 청소년들과 국내외의 가난한 노동자들을 끌어안고 깊이 사랑해 주셨다. 항상 겸손한 자세로 자신을 낮추고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작은 사람들의 목소리조차 크게 들으셨던 신부님이셨다. 이처럼 마음이 깊고 너그러운 그 신부님과 7년 동안 같은 건물에 머물며 함께 지냈다는 것은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장안동성당에 부임한 후, 도 신부님을 한 번 초청하고 싶었지만 이런 저런 일 때문에 자꾸 뒤로 미루어졌다. 그러다가 어렵게 일정이 서로 맞아 초청하는 날까지 다 정했는데, 성당 방문을 눈앞에 두고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다. 우리 성당을 방문하기로 한 바로 그날 나는 명동성당에서 봉헌된 신부님의 장례미사에 참례했다. 미사가 끝난 후에도 신부님의 몸은 장지로 떠나지 않고 곧장 병원차에 실려 성모병원으로 향했다. 한평생 동안 노동자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모든 것을 내어 주시고 자신의 몸까지도 아낌없이 기증하셨기 때문이다.
도 신부님께서 하느님의 품에 안기신지 꼭 일 년이 되던 지난 2011년 11월 22일, 그분과 함께 일했던 노동위원회 신부님들과 직원들이 정성을 다해 사진첩 ‘도요안’을 출판했다. 출생부터 선종까지 귀한 사진과 자료들을 가득 담은 소중한 사진첩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나는 다시 신부님을 만나고 있다. 마치 엠마오의 제자들이 예수님을 떠나보낸 후에야 그분을 제대로 알아보고 그리워한 것처럼, 나도 내 곁에 머물렀던 성자 같은 한 사제를 그리워하며 사진첩을 한 장씩 넘기고 있다.
대치2동성당 내부의 오른쪽 벽에는 3개의 커다란 창문이 있다. 이 창문에는 ‘치유 받은 나병환자 열 사람’, ‘간음한 여인을 용서하시는 예수님’,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이 장식돼 있다. 그 가운데서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의 하단 그림은 땅에 묻힌 하나의 밀알에서 많은 밀이 맺게 된 것을 표현한다. 그리고 상단 그림은 예수님의 희생적인 죽음을 통해서 인류 구원을 위한 영원한 생명나무가 자라게 됐다는 것을 나타낸다.
▲ 최영심(1946~ ),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유리화, 1992년, 대치 2동성당, 서울.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요한 12,24-25)
이 작품을 보면 하나의 밀알과 같은 삶을 가꾸다가 일 년여 전 세상을 떠나 하느님 아버지 품에 안기신 선교사제 도요안(Fr.Jack F.Trisolini, 1937~2010) 신부님이 생각난다. 신부님을 처음으로 만난 것은 1990년대 초 종로성당에 사목할 때였다. 당시 종로성당의 3, 4층에 있던 노동사목회관에서 노동사목위원회 일을 하시던 신부님과 함께 일한 적이 있었다.
도 신부님은 미국 뉴저지(New Jersey)에서 태어나셨지만 1959년 우리나라에 오셨다. 그리고 반백년 동안 이 땅에 살면서 불우한 청소년들과 국내외의 가난한 노동자들을 끌어안고 깊이 사랑해 주셨다. 항상 겸손한 자세로 자신을 낮추고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작은 사람들의 목소리조차 크게 들으셨던 신부님이셨다. 이처럼 마음이 깊고 너그러운 그 신부님과 7년 동안 같은 건물에 머물며 함께 지냈다는 것은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장안동성당에 부임한 후, 도 신부님을 한 번 초청하고 싶었지만 이런 저런 일 때문에 자꾸 뒤로 미루어졌다. 그러다가 어렵게 일정이 서로 맞아 초청하는 날까지 다 정했는데, 성당 방문을 눈앞에 두고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다. 우리 성당을 방문하기로 한 바로 그날 나는 명동성당에서 봉헌된 신부님의 장례미사에 참례했다. 미사가 끝난 후에도 신부님의 몸은 장지로 떠나지 않고 곧장 병원차에 실려 성모병원으로 향했다. 한평생 동안 노동자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모든 것을 내어 주시고 자신의 몸까지도 아낌없이 기증하셨기 때문이다.
도 신부님께서 하느님의 품에 안기신지 꼭 일 년이 되던 지난 2011년 11월 22일, 그분과 함께 일했던 노동위원회 신부님들과 직원들이 정성을 다해 사진첩 ‘도요안’을 출판했다. 출생부터 선종까지 귀한 사진과 자료들을 가득 담은 소중한 사진첩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나는 다시 신부님을 만나고 있다. 마치 엠마오의 제자들이 예수님을 떠나보낸 후에야 그분을 제대로 알아보고 그리워한 것처럼, 나도 내 곁에 머물렀던 성자 같은 한 사제를 그리워하며 사진첩을 한 장씩 넘기고 있다.
▲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