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4) 바티칸 박물관- 시스티나 경당 / ‘천지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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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4) 바티칸 박물관- 시스티나 경당 / ‘천지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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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4) 바티칸 박물관- 시스티나 경당 / ‘천지창조’

 

세상의 시작과 끝… 장엄하게 펼쳐진 성경 세계

 

발행일2017-01-22 [제3029호, 13면]

 

 

삐냐 정원에서 바라본 바티칸 박물관의 건출물과 조형물 

 

바티칸 박물관은 오래된 여러 건물로 이뤄져 있어, 입구를 통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마치 미로처럼 복잡한 느낌을 준다. 박물관의 안내지도나 음성 가이드를 참고해도 자신이 방문하길 원하는 전시관을 찾기란 쉽지 않다. 박물관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잘 모르겠거나 헛갈려 하는 방문자에게 넓은 정원은 이정표 같은 역할을 한다.

 

삐냐(Pigna) 정원은 바티칸 박물관에서 가장 큰 정원이다. 직사각형 모양의 정원 둘레 건물 벽감(壁龕)에는 여러 조각 입상이 전시돼 있다. 그 가운데서도 눈에 띄는 것은 정원 한가운데 놓인 황동 ‘지구의’와 청동의 ‘솔방울’이다. 1990년에 제작된 ‘지구의’는 아르날도 포모도로(Arnaldo Pomodoro)의 작품이며, 그 뒤엔 4m 높이의 솔방울이 전시돼 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삐냐 정원을 솔방울 정원이라고 부른다. ‘지구의’가 이 정원의 한복판에 놓인 것은 바티칸 박물관에 소장된 빼어난 예술품이 지구의 축소판과 같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다.

 

바티칸 박물관에 세계 각국의 빼어난 유물이 전시된 것처럼, 삐냐 정원에서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모인 사람들이 서로 자연스럽게 만난다. 박물관의 오래된 유물이 매개가 되어 살아있는 사람들이 서로 만나 사귄다. 바로 이곳에서 인종과 국적, 종교와 사상, 나이와 계층을 뛰어넘어 모든 이가 한자리에 모인다. 수많은 사람을 하나로 모으는 문화나 예술의 힘이 얼마나 큰가를 이 정원에서 실감할 수 있다.

 

이곳은 단순히 하나의 작은 박물관이 아니라 인류의 보고가 총집합된 종합 박물관이다. 그리스도교 유물만이 아니라 고대 이집트나 그리스의 유물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소장품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

 

 

‘천지창조’, 미켈란젤로, 1508~1512년, 프레스코화, 시스티나 경당.


그 많은 소장품 가운데서 가장 유명한 작품은 이 박물관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 시스티나 경당(Cappella Sistina)에 있다. 그 작품은 미켈란젤로(Michelangelo, 1475~1564년)가 혼신의 힘을 다해 그린 ‘천지창조’(1508~1512년)와 ‘최후의 심판’(1534~1541년) 프레스코 벽화다.

 

시스티나 경당은 박물관 입구에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어서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방문객 인파를 따라가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 경당에 다다르게 된다. 이 건물은 교황 식스토 4세(1471~1484년 재위)의 지시로 1475~1482년에 건립됐으며, 교황의 이름을 따서 시스티나 경당이라 불린다. 지금도 교황 선거와 같은 특별한 경우에 이곳을 사용한다.

 

이 경당의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상징적인 의미는 크다. 시스티나 경당은 커다란 직사각형의 창고처럼 매우 단순해 보인다. 그러나 이 건축물은 구약성경에 묘사된 솔로몬의 성전 치수와 똑같이 제작됐다(1열왕 6,1-38). 길이 40.23m, 폭 13.41m, 높이 30m의 단순한 장방형 평면의 벽돌조이며, 좌우 상단에 6개의 아치형 창문이 있다. 천장은 반원형이며 내부는 제단 부분과 회중석, 성가대석으로 나눠져 있다.

 

이 시스티나 경당의 바로 옆에 거대하면서도 아름다운 성 베드로 대성당이 자리 잡고 있다. 시스티나 경당의 문을 나서면 성 베드로 대성당의 입구와 만나게 된다. 시스티나 경당을 솔로몬 시대의 성전과 같은 규모로 지어서, 구약의 성당과 신약의 성당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알려준다.

 

시스티나 경당 안에 원래부터 미켈란젤로의 벽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경당이 완공되자 교황 식스토 4세는 좌우 벽면에 보티첼리(Botticelli, 1445~1510년), 기를란다요(Ghirlandajo, 1449~1494년) 등 피렌체와 움브리아의 대표적 화가들에게 성경을 주제로 한 12점의 벽화를 제작하게 했다. 천장은 황금빛 별이 반짝이는 푸른 하늘로 묘사됐고, 벽에는 ‘모세의 생애’, ‘예수의 생애’, ‘성모 승천’ 등이 그려졌다.

 

이곳의 천장 그림은 1508년에 교항 율리오 2세(1503~1513년 재위)가 미켈란젤로에게 의뢰해, 1512년에 완성된 것이다. 원래 별이 있던 천장 그림을 지우고 미켈란젤로는 ‘빛과 어둠의 분리’부터 ‘술 취한 노아’까지 창세기의 주요 장면들을 프레스코화로 그렸다.

 

또한 미켈란젤로는 1534년에 교황 바오로 3세(1534~1549년 재위)로부터 제단화 제작을 주문받고 7년간 작업에 매달려, 1541년에 ‘최후의 심판’을 완성하였다.

 

시스티나 경당의 천장화는 창세기의 주요 내용을 보여주고, 제단화는 요한 묵시록에 나오는 예수님의 최후 심판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벽면에는 미켈란젤로 이전에 다른 화가들이 그린 성경의 주요 장면과 예언자, 역대 교황 그림이 있다.

 

시스티나 경당은 언제나 수많은 사람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이 경당에서 성화들을 둘러보면 우리는 마치 장엄한 성경의 세계에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모든 그림이 하늘과 땅에서 살아 움직이며 다가오는 듯하다. 하느님에 의해서 창조된 온 우주와 세상의 시작을 생각하고 장차 주님에 의해 이루어질 최후 심판과 세상의 완성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잊고 살았던 자신을 바라보기도 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때는 하느님의 영원한 시간에서 바라보면 한순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지금의 이때를 선물로 주셨고 때가 되면 우리의 삶을 거두어 심판하여 선한 사람들에게는 영생을, 악한 자들에게는 영벌을 주실 것이다. 시스티나 경당의 성화를 바라보면 세상과 물질로만 향하던 우리의 삶을 성찰하게 되고 하느님께 대한 신앙 안에서 더욱 참된 삶을 가꾸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정웅모 신부 (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 유물 담당)

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87년 사제품을 받았다. 홍익대와 영국 뉴캐슬대에서 미술사·박물관학을 전공했다. 서울대교구 홍보실장과 성미술 감독, 장안동본당 주임 등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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