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3) 사제는 물가에 서 있는 어린아이 같다

Pilgrimage News 성지순례 뉴스
홈 > Knowledges > Pilgrimage News
Pilgrimage News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3) 사제는 물가에 서 있는 어린아이 같다

관리자 0 1982 0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3) 사제는 물가에 서 있는 어린아이 같다

아들의 한평생 고행의 삶 내다보시다
소년 예수 앞날 걱정하는 성모님의 슬픔 담겨있어
근심하던 어머니 떠올라

 

발행일 2011-05-15 [제2746호, 18면] 

3232235521_6DLBmhAc_ca456a80c71dd3705c0412aeddf50b706ba8b6e6.jpg
 ▲ 성모자(부분), 사우스워크 대성당, 런던, 영국
영국 런던의 템스 강변에는 유적지와 교회, 공공 건물과 공동 주택이 아름답게 서 있다. 템스 강 남쪽에는 런던에서 가장 오래된 고딕성당, 사우스워크 대성당이 견고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1212년에 세워진 대성당에는 여러 세기에 걸쳐서 제작된 다양한 유리화가 장식되어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대성당 제단의 뒤편에는 성모 마리아께 봉헌된 작은 경당이 있고 이곳에는 성모자상과 영국인이 존경하는 여러 성인상이 유리화로 장식되어 있다.

이 유리화의 가장 중심에는 성모 마리아와 소년 예수의 모습이 담겨 있다. 소박한 의자에 앉은 성모님은 한 손으로 예수의 어깨를 감싸고 슬픔에 젖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다. 마리아는 앞으로 소년 예수가 걸어야 할 길이 결코 평탄하지 않다는 것을 미리 내다보는 듯하다. 천사 가브리엘의 전갈을 듣고서 하느님을 품에 받아들인 마리아의 겉옷은 하늘처럼 푸른 빛깔로 물들어 있고 소년 예수는 어머니의 푸른 옷 안에서 보호를 받고 있다.

원죄 없이 태어나신 예수님은 순백의 통옷을 입고 한 손에 나무 자를 들고 서 있다. 이는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들이시면서 동시에 목수였던 양부 요셉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예수가 들고 있는 삼각형 나무 자는 그분이 삼위일체이신 하느님 가운데 한 분, 즉 성자라는 것을 드러낸다. 예수님의 후광에 붉은 십자가 문양이 새겨진 것은 장차 그분이 인류의 구원을 위해 십자가 위에서 자신을 희생 제물로 봉헌한 것을 뜻한다. 소년 예수는 자신에게 맡겨진 구원의 사명을 알고 있는 것처럼 맑은 눈으로 정면을 바라보며 한 손을 들어 사람들에게 강복하고 있다. 성모자를 감싼 이중의 원형과 그 안의 장식은 영원한 생명의 빛이 이들에게서 발산됨을 알려준다.

이 유리화 앞에서, 특히 소년 예수를 내려다보는 성모 마리아의 눈을 보면 나는 처음으로 수단 입었던 때를 떠올리곤 한다. 대신학교 4학년 때 독서직을 받기 위해 수단을 준비하여 집으로 간 적이 있었다. 작은방에서 수단을 입은 후, 그 어엿한 모습을 어머니께 보여주기 위해 거실로 들어갔다. 수단 입은 모습을 보고 어머니께서 대단히 기뻐하시리라 기대했는데 오히려 어머니의 눈에는 안쓰러움과 슬픔이 교차하고 있었다. 그때는 어머니께서 왜 그런 표정을 지으셨는지 제대로 깨닫지 못했다.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에서야 어머니의 그 눈빛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시에도 연세가 많았던 어머니는 한평생 검은 수단을 입고 지낼 막내아들을 측은한 마음으로 바라보셨을 것이다. 수단을 처음으로 입고 철없이 좋아하는 아들과는 달리 어머니는 그 고행의 옷을 입고서 한평생 걸어야 할 아들의 고단한 삶을 미리 내다보셨으리라. 사제는 물가에 서있는 어린아이 같다며 아들 신부를 위해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묵주를 손에서 놓지 않으셨던 어머니, 그 어머니는 지금 천상의 어느 곳에 머무시며 철없는 아들 신부를 위해 어떤 기도를 바치고 계실까? 

3232235521_ay6nkgOj_f50c3e77bd05df17f61bb777b01edef23981e7f8.jpg
 ▲ 성모자와 성인상(전체),사우스워크 대성당, 런던, 영국

정웅모 신부 (서울 장안동본당 주임)

0 Comments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61 · 끝) 페르난도 보테로의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향해서’

댓글 0 | 조회 1,015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61 · 끝)페르난도보테로의‘제2차바티칸공의회를향해서’20세기교회의변화·쇄신향해담대한발걸음내딛는요한23세-페르난도보테로,‘제2차바티칸공의회를향해서’(1… 더보기
Hot

인기 [세계]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60: 피에트로 카노니카의 베네딕토 15세 교종 기념비

댓글 0 | 조회 1,134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60)피에트로카노니카의‘베네딕토15세교종기념비’국경 · 민족초월해인류애선물한베네딕토15세교종-피에트로카노니카,‘베네딕토15세교종기념비’(1928년),성…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9) 프리드리히 스팀멜의 ‘하느님의 교회를 인도하는 레오 13세’

댓글 0 | 조회 1,153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9)프리드리히스팀멜의‘하느님의교회를인도하는레오13세’‘보편적인권’이라는새로운길로교회를이끌다-프리드리히스팀멜,‘하느님의교회를인도하는레오13세’(1903…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8) 루크 필즈의 ‘노숙자 임시 수용소 입소 허가를 기다리는 지원자들’

댓글 0 | 조회 955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 (58)루크필즈의‘노숙자임시수용소입소허가를기다리는지원자들’‘새로운사태’산업화의그늘,추위와굶주림에시달리는빈민들-루크필즈,‘노숙자임시수용소입소허가를기다리는…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7)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

댓글 0 | 조회 1,275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7)밀레의‘이삭줍는여인들’목가적풍경이면에담겨진19세기농민들의팍팍한삶-밀레,‘이삭줍는여인들(LesGlaneuses)’,1857년,오르세미술관,프랑스파리…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6) 무명화가의 삽화 ‘제1차 바티칸 공의회를 소집한 비오 9세 교황’

댓글 0 | 조회 1,050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6)무명화가의삽화‘제1차바티칸공의회를소집한비오9세교황’세속권력은잃고교황의영적권위를얻은공의회-칼벤징거저,「1873년비오9세교황에관해서」에나오는‘1869…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5) 프란체스코 하예즈의 ‘입맞춤’

댓글 0 | 조회 1,421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5)프란체스코하예즈의‘입맞춤’‘작별키스’에담긴숨은뜻은19세기이탈리아통일의지-프란체스코하예즈,‘키스’(1859년),브레라피나코테크소장,이탈리아밀라노.이…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4) 프란체스코 포데스티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 교의 선포’

댓글 0 | 조회 1,048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4) 프란체스코포데스티의‘복되신동정마리아의원죄없으신잉태교의선포’비오9세교황‘원죄없이잉태되신성모교리’반포하다-프란체스코포데스티,‘복되신동정마리아의원죄없…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3) 필립 자크 반 브리의 ‘로마 공회장을 방문하는 그레고리오 16세’

댓글 0 | 조회 1,063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3) 필립자크반브리의‘로마공회장을방문하는그레고리오16세’로마황제개선문아래극빈촌을찾은교황-필립자크반브리,‘로마공회장을방문하는그레고리오16세’(1832년…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2) 자크 루이 다비드의 ‘나폴레옹의 대관식’

댓글 0 | 조회 1,283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2) 자크루이다비드의‘나폴레옹의대관식’대관식에서직접왕관을쓰는나폴레옹,교황은허수아비일뿐-자크루이다비드,‘나폴레옹의대관식’(1805~1807년),프랑스루…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1) 조셉 셀레스틴 프랑수아의 ‘1801년의 종교협약 비유’

댓글 0 | 조회 961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1)조셉셀레스틴프랑수아의‘1801년의종교협약비유’프랑스혁명정부의기세에밀려불리한조약을맺는교황청-조셉셀레스틴프랑수아,‘1801년의종교협약비유(Allego…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0) 펠리체 자니의 ‘연맹 축제를 위해 성 베드로 광장에 차려진 조국의 제단’

댓글 0 | 조회 994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0)펠리체자니의‘연맹축제를위해성베드로광장에차려진조국의제단’로마까지삼켜버린프랑스혁명의불길-펠리체자니,‘연맹축제를위해성베드로광장에차려진조국의제단’,179…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49) 자크 루이 다비드의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

댓글 0 | 조회 1,077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장면](49)자크루이다비드의‘호라티우스형제의맹세’프랑스혁명의폭풍전야에그린로마영웅사,신고전주의를열다-자크루이다비드,‘호라티우스형제의맹세’(1784년),유화,루브르…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48) 자코모 조볼리의 ‘성 빈센트 드 폴의 설교’

댓글 0 | 조회 1,125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48)자코모조볼리의‘성빈센트드폴의설교’사랑의혁명가,소외된이들에게십자가의빛을비추다-자코모조볼리,‘성빈센트드폴의설교’(1737),룬가라의코르시니궁(Pala…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47) 바치챠의 ‘예수 이름의 승리’

댓글 0 | 조회 1,082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47)바치챠의‘예수이름의승리’예수님이비추는찬란한황금빛이모두에게-바치챠,‘예수이름의승리’(1685년),예수성당내중앙본당천장,이탈리아로마.트렌토공의회는여러… 더보기
Category
State
  • 현재 접속자 72 명
  • 오늘 방문자 1,086 명
  • 어제 방문자 2,171 명
  • 최대 방문자 5,379 명
  • 전체 방문자 1,813,110 명
  • 전체 게시물 1,379 개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