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43) 피터르 브뤼헬의 ‘일곱 가지 자비의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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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43) 피터르 브뤼헬의 ‘일곱 가지 자비의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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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43) 피터르 브뤼헬의 ‘일곱 가지 자비의 행위’


목마른 이에게 마실 것을, 헐벗은 이에게 입을 것을… 사랑을 행하여라

 

 

피터르 브뤼헬, ‘일곱 가지 자비의 행위’(1616), 개인 소장, 벨기에.

 

 

325년 콘스탄티누스가 소집한 니케아 공의회 이후 트렌토 공의회까지 모두 19번의 공의회가 있었다. 그리고 이후 500년간 두 번, 제1ㆍ2차 바티칸 공의회가 열렸다. 트렌토 공의회는 이것만 봐도 얼마나 교회 생활에 중요한 전환점이었는지 알 수가 있다. 여기서 잠시 당시 공의회의 성격을 알기 위해 첫 번째(가장 먼저 사도들이 소집한 예루살렘 공의회는 일단 빼기로 하자) 공의회인 ‘니케아 공의회’로 돌아가 보기로 한다.

 

콘스탄티누스는 313년, 밀라노 칙령으로 제국 내에서 모든 종교를 허용하는 ‘종교 관용령’을 선포했다. 아직 사분 통치가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동로마의 리키니우스와 공동명의로 선포했다. 그러나 우리는 콘스탄티누스의 업적으로만 알고 있다. 이것은 이후 리키니우스보다 콘스탄티누스가 훨씬 칙령의 내용을 잘 실천했기 때문이다. 과거 동로마의 디오클레티우스와 콘스탄티우스(콘스탄티누스의 아버지), 서로마의 막시미아누스와 막센티우스, 이후 갈레리우스와 리키니우스 등과도 전혀 다른, 친(親)그리스도교 정책을 폈는데, 그것은 개인적인 신앙심 때문이라기보다는 제국 내에서 이미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그리스도인을 모두 죽이는 게 대수가 아니라는, 나름의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오히려 제국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중요한 동력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공인된 지 얼마 안 된 그리스도교 내에서 이단이 발생했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사제 아리우스가 그리스도의 신성에 반대했고 그에 동조하는 사제들이 늘어나면서 문제가 커지기 시작했다. 황제는 긴장했다. 그리스도교로 제국을 하나로 통합하려고 했는데, 제국을 분열시킬 위험 요소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황제는 공의회를 소집해 아리우스를 파문하고 ‘니케아 신경’에 아리우스가 반대한 내용을 모두 담아 신앙고백 기도로 발표하고 회의를 종료했다. 이것이 중요한 것은 이후, 가톨릭교회에서 진행한 18번의 공의회에 어떤 식으로든 황제들의 개입이 있었고, 공의회 결정 사항이 그만큼 국가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트렌토 공의회, 사목 전 분야에 걸쳐 개혁 단행

 

다시 트렌토로 돌아와서, 종교 개혁에 대한 응답으로 시작한 공의회지만 개혁자들의 공격을 모두 받고, 시대가 무르익은 다음에야 공의회는 소집되었다. 그것도 샤를 5세와 프랑수아 1세가 대립하는 가운데서, 역사상 어떤 공의회보다 광범위한 차원에서 작업을 진행했다. 그때까지 각종 의혹으로, 혹은 ‘신비’로 밀쳐두었던 불분명한 교리들까지 명확하고 분명하게 했고, 사목의 전 분야에 걸쳐 개혁을 단행했다. 그중 오늘 우리 주제와 관련한 한 가지만 들면, “라틴어 성경(불가타)과 사도들과 교부들의 신앙과 행실에 관한 전승을 모두 수용”했다.

 

당시 유럽은 루터 이전 한 세기 전부터 일부 개혁가들에 의해 불가타의 자국어 번역이 있었다. 루터도 개혁과 동시에 불가타의 독일어 번역과 자의적인 해석으로 논란을 자초했다. 이에 트렌토 공의회는 불가타를 가톨릭교회의 정경으로 선포하고, 미사용 전례 텍스트에 불가타 성경 구절을 체계적으로 배치해 논란을 정리했다. 신앙과 행실에 관한 가르침도 그리스도께서 직접 말씀하셨고, 성령에 의해 사도들과 교부들이 실천했으며, 가톨릭교회 안에서 항시 보존되어 온 것으로서 이를 존경하고 애정으로 받아들인다고 천명했다. 우리의 주제 ‘자비의 행위들’은 정확하게 여기에 속한다.

 

이것만 보더라도 트렌토 공의회의 결정 사항이 얼마나 루터의 ‘오직 성경, 오직 은총, 오직 믿음’이라는 주장에서 멀어졌는지를 알 수 있다. 공의회는 루터를 의식해서 일부러 반대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교회가 걸어야 할 방향을 결정한 것이다. 일각에서 말하는 ‘트렌토 공의회의 결정 사항이 결국 반(反) 프로테스탄티즘’이라는 표현은 마치 공의회가 ‘반(反) 루터’나 ‘반(反) 종교 개혁’의 차원에서 결론을 끌어낸 것처럼 보여,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본다.

 

가톨릭교회는 루터가 ‘오직 성경’에서 말하는 것처럼, 성경 ‘만’이라는 문자주의가 아니라, 성경에서 가르치는 바를 ‘행동’하라고 가르친다. 여기에 대해 루터는 “행위가 아닌 ‘오직 믿음’으로 구원받는다”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교회는 ‘믿음’에 행위가 따르지 않으면 그것은 죽은 믿음이라며, 믿음이 생명력을 얻으려면 ‘선한 행실’, ‘사랑의 행위’가 동반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사례는 루터의 나머지 ‘오직 시리즈’와 개혁가들이 없앤 성사들과 관련하여 얼마든지, 한도 끝도 없이 이야기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가톨릭교회의 이런 가르침이 공의회에서 ‘결정’한 것이라기보다는 복음서에서 예수님이 가르친 핵심 내용이었고, 교회 전통으로 사도 시대부터 내려오던 것이었다는 점이다. 중세기 교회가 권력층에 있을 때, 그것을 잘못 사용하거나 남용하여 개혁이 요구된 바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폐기해야 했던 것은 아니었다. 공의회는 그것을 확인하고 재천명한 것이다.

 

 

14가지 자비의 행위

 

트렌토 공의회를 기점으로, ‘영성가’들이 대거 출현하면서 이런 가르침이 전면으로 부상하기 시작했고, 소위 ‘공의회 예술가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에 의해 그것이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기 시작했다. 예컨대, 그리스도인이 실천해야 하는 자비의 행위로, 14가지를 언급했다. ‘7가지 육체적인 자비의 행위’와 ‘7가지 영적인 자비의 행위’가 그것이다. 글을 모르는 신자들이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매우 쉽고 간략하게 가르쳤다.

 

일곱 가지 육체적 자비의 행위는 ① 배고픈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는 것 ② 목마른 사람에게 마실 것을 주는 것 ③ 헐벗은 사람에게 입을 것을 주는 것 ④ 감옥에 갇힌 사람을 방문하는 것 ⑤ 순례자에게 잠자리를 제공하는 것 ⑥ 병자를 돌보는 것 ⑦ 죽은 사람을 묻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일곱 가지 영적인 자비의 행위는 ① (신앙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에게 조언하는 것 ② 무지한 사람을 가르치는 것 ③ 죄인을 질책하는 것 ④ 슬퍼하는 사람을 위로하는 것 ⑤ 상처 입은 사람을 용서하는 것 ⑥ 괴롭히는 사람을 인내로 견디는 것 ⑦ 산 사람이나 죽은 사람을 위해 하느님께 기도하는 것이다.

 

 

불과 지옥의 화가

 

소개하는 작품은 브뤼헬(Pieter Brueghel il Giovane, 1564~1638)이 그린 ‘일곱 가지 자비의 행위’(1616)다. 여기선 ‘육체적인 자비’의 행위들을 표현했다. 벨기에의 한 개인이 소장하고 있다.

 

피터르 브뤼헬은 아버지 피터르(1525?~1569)와 동생 얀(1568~1625)도 화가인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5살에 부친이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그의 이름과 재능만 물려받고, 직접 그림을 배우지는 못했다. 하지만 일찌감치 재능을 인정받아 21살 때부터 눈에 띄는 예술가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버지와 같은 화풍의 그림을 그리며 아버지의 그림들을 베껴 충실한 모방가 중 한 사람이었다. 그때부터 안트베르펜의 성 루카 길드의 마에스트로가 되었다. 화가들의 조합이나 단체의 이름 또는 주보로 성 루카를 많이 드는데, 이는 루카가 의사라서 인물 묘사를 세심하게, 마치 그림을 보듯이 했기 때문이라는 설과 루카가 화가였다는 설 때문이다.

 

브뤼헬은 점차 아버지의 화풍에서 진일보하여 특징적인 작품들을 선보였는데, 그것이 ‘불과 지옥의 화가’라는 별명이 되기도 한 ‘불과 지옥’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다. 1638년 안트베르펜에서 사망했다.

 

 

그림 속으로

 

작품은 중세기 ‘가난한 이들의 성경(Biblia pauperum)’을 연상시킬 만큼 간결하고, 쉽다. 왼쪽 위에서부터, 2층의 건물 위는 감옥이다. 계단에도 간수가 있고, 기둥 뒤에도 간수가 앉아 있다. 왼쪽 끝에 두 사람이 ‘감옥에 갇힌 다른 두 사람을 방문’한다. 건물 아래는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주고’ 있다. 드럼통에서 물을 받아 가고 있는 사람도 있다. 앞에는 ‘배고픈 사람들에게 빵을 나누어 주고’ 있다. 그 옆, 오른쪽 앞에는 ‘헐벗은 사람들에게 옷을 나누어 주고’ 있다. 오른쪽 첫 번째 집에는 ‘병자를 방문하는 사람’이 있고, 방문객의 손에는 성합이 들려 있다. 그 뒷집에는 주인이 나와서 ‘순례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전체 그림의 배경 저 멀리에는 두 사람이 ‘죽은 사람을 묻고’ 있다.

 

같은 주제의 작품으로, 1606/1607년 카라바조가 그린 제단화에서부터 안토니오 카노바의 조각 부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흥미로운 작품들이 많이 있다. 독자들이 찾아서 보기를 권한다.

 

[가톨릭평화신문, 2021년 6월 6일, 김혜경(세레나,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상임연구원, 이탈리아 피렌체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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