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21) 무심히 오가던 그 자리에 아기 예수가 누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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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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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9 16:58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21) 무심히 오가던 그 자리에 아기 예수가 누워 있었다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 빛이 세상에 오셨다”
‘갓 태어난 아기 예수상’은
성 마르티노 성당의 입구
직사각형 돌위에 새겨져
발행일 2011-12-25 [제2776호, 18면]
‘갓 태어난 아기 예수상’은 성 마르티노 성당의 입구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성당은 런던의 가장 중심가인 트라팔가 광장과 내셔널 갤러리와 인접해 있다.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수많은 사람이 광장의 분수대에서 휴식을 취하고 갤러리에서 아름다운 미술품을 감상하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또한 성 마르티노 성당에서는 미사뿐 만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교회 음악회를 개최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거룩함으로 채워주고 있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단순하게 묘사한 이 조각상은 성당의 내부가 아니라 입구에 설치되어 지나가는 사람들이 누구나 볼 수 있게 하였다. 그러나 아기 예수의 모습은 약 1.5m 높이의 직사각형 돌 위에 새겨져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눈에 쉽게 띄지 않는다. 조각상 곁에 설치된 작은 발판을 딛고 서야만 비로소 아무것도 입지 않은 아기 예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작품의 네 면 둘레에는 요한복음 1장에 나오는 ‘말씀 찬미가’ 가운데 1절과 14절의 다음 말씀이 새겨져 있다. “한 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그리고 대리석 위에는 탯줄도 자르지 않은 아기 예수가 곤히 잠자는 모습이 조각되어 있다. 그의 곁에는 성모 마리아도 양부인 요셉도 보이지 않고 그 흔한 소나 나귀도 보이지 않는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천사도 없고 반짝이는 별도 없이 그저 외롭게 홀로 누워 있다.
아기 예수는 수많은 신자가 드나드는 성당의 입구에, 세계 각국의 사람이 오가는 미술관과 광장 앞에 누워있지만 무심한 사람들은 그를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치곤 한다. 일찍이 요한 복음사가가 말한 것처럼 오늘날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한다.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 빛이 세상에 왔다. 그분께서 세상에 계셨고 세상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지만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그분께서 당신 땅에 오셨지만 그분의 백성은 그분을 맞아들이지 않았다.”(요한 1,9-11)
‘갓 태어난 아기 예수상’이 있는 성 마르티노 성당은 나에게 있어서 매우 친근한 장소였다. 몇 년 전에 박물관과 관련된 공부를 하기 위해 영국의 작은 도시에 머물면서 방학 때면 자주 런던의 여러 미술관과 박물관을 방문하곤 했다. 그때 가장 자주 들렀던 곳이 내셔널 갤러리였고 그 곁에 있는 성 마르티노 성당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주 이 성당을 드나들면서도 바로 입구에 있던 이 돌에 새겨진 아기 예수를 보지 못하였다. 왜 사람들이 성당 입구에 불편하게 이처럼 큰 돌덩어리를 그대로 두었을까 하는 생각만 하였다.
귀국을 앞둔 성탄 시기에, 나는 다시 런던의 여러 미술관과 박물관, 기념관과 성당 등을 방문하며 여러 자료들을 챙겼다. 화려한 성탄 불빛이 상가와 거리를 장식하였고, 광장의 분수대도 야간 조명을 받으며 아름답게 물을 뿜어내고 있었다. 시내의 중심가는 성탄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였다. 나는 트라팔가 광장의 분수대를 뒤로 하고 그 옆에 있는 성 마르티노 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성당 입구에 있는 직사각형의 돌기둥이 눈에 들어 왔다. 돌기둥에 붙어 있는 작은 발판을 딛고 조각상 윗면을 보니 그곳에 갓 태어난 아기가 누워 있었다. 그렇게 무심히 자주 오가던 그 자리에 아기 예수가 오랫동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단순하게 묘사한 이 조각상은 성당의 내부가 아니라 입구에 설치되어 지나가는 사람들이 누구나 볼 수 있게 하였다. 그러나 아기 예수의 모습은 약 1.5m 높이의 직사각형 돌 위에 새겨져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눈에 쉽게 띄지 않는다. 조각상 곁에 설치된 작은 발판을 딛고 서야만 비로소 아무것도 입지 않은 아기 예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작품의 네 면 둘레에는 요한복음 1장에 나오는 ‘말씀 찬미가’ 가운데 1절과 14절의 다음 말씀이 새겨져 있다. “한 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그리고 대리석 위에는 탯줄도 자르지 않은 아기 예수가 곤히 잠자는 모습이 조각되어 있다. 그의 곁에는 성모 마리아도 양부인 요셉도 보이지 않고 그 흔한 소나 나귀도 보이지 않는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천사도 없고 반짝이는 별도 없이 그저 외롭게 홀로 누워 있다.
아기 예수는 수많은 신자가 드나드는 성당의 입구에, 세계 각국의 사람이 오가는 미술관과 광장 앞에 누워있지만 무심한 사람들은 그를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치곤 한다. 일찍이 요한 복음사가가 말한 것처럼 오늘날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한다.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 빛이 세상에 왔다. 그분께서 세상에 계셨고 세상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지만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그분께서 당신 땅에 오셨지만 그분의 백성은 그분을 맞아들이지 않았다.”(요한 1,9-11)
‘갓 태어난 아기 예수상’이 있는 성 마르티노 성당은 나에게 있어서 매우 친근한 장소였다. 몇 년 전에 박물관과 관련된 공부를 하기 위해 영국의 작은 도시에 머물면서 방학 때면 자주 런던의 여러 미술관과 박물관을 방문하곤 했다. 그때 가장 자주 들렀던 곳이 내셔널 갤러리였고 그 곁에 있는 성 마르티노 성당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주 이 성당을 드나들면서도 바로 입구에 있던 이 돌에 새겨진 아기 예수를 보지 못하였다. 왜 사람들이 성당 입구에 불편하게 이처럼 큰 돌덩어리를 그대로 두었을까 하는 생각만 하였다.
귀국을 앞둔 성탄 시기에, 나는 다시 런던의 여러 미술관과 박물관, 기념관과 성당 등을 방문하며 여러 자료들을 챙겼다. 화려한 성탄 불빛이 상가와 거리를 장식하였고, 광장의 분수대도 야간 조명을 받으며 아름답게 물을 뿜어내고 있었다. 시내의 중심가는 성탄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였다. 나는 트라팔가 광장의 분수대를 뒤로 하고 그 옆에 있는 성 마르티노 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성당 입구에 있는 직사각형의 돌기둥이 눈에 들어 왔다. 돌기둥에 붙어 있는 작은 발판을 딛고 조각상 윗면을 보니 그곳에 갓 태어난 아기가 누워 있었다. 그렇게 무심히 자주 오가던 그 자리에 아기 예수가 오랫동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 갓 태어난 아기 예수상, 대리석, 성 마르티노 성당, 런던, 영국.
▲ 아기 예수 조각상 전경.
▲ 방문객이 갓 태어난 아기 예수상을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