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72)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예르미타시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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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72)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예르미타시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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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폭 성화는 한 편 강론과 같아

궁전을 박물관으로… 전시작 300만점 넘어
인근엔 성 이사악 성당과 유적지도 자리해



러시아 최고의 박물관이자 세계 제3대 박물관 중 하나로 꼽히는 예르미타시를 네바강 강변에서 바라본 모습.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시다. 모스크바가 정치와 경제의 중심지라면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다. 이 도시의 명칭은 ‘성 베드로의 도시’란 뜻과 이곳에 도시를 세운 표트르(Pyotr) 대제의 이름에서 따왔다. 한때 러시아의 수도였던 이곳에는 아름다운 정교회 성당과 유적지, 미술관과 박물관을 비롯한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다. 유네스코는 1990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역사 지구와 관련 기념물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고,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하며 러시아의 문화와 역사를 배우고 즐긴다.

핀란드만으로 네바강이 흐르는 이 지역은 원래 습지였다. 표트르 대제는 유럽 순방을 통해 서유럽 문화에 매혹돼, 유럽과 활발한 교류를 위해 이곳을 교두보로 삼고자 1703년부터 신도시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1712년에는 수도를 모스크바에서 이곳으로 이전할 정도였다.

도시 곳곳에는 여러 강이 흐르고 있어서 사람들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북유럽의 베니스라고도 부른다. 바다와 인접한 이곳에 도시를 만든 것은 내륙에 위치한 모스크바보다도 해로와 육로를 통해 유럽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교통의 요충지였기 때문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여러 문화 기관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곳은 1764년에 설립된 국립 예르미타시 박물관(Hermitage Museum)이다. 이 박물관은 문화에 큰 관심을 갖고 예술품을 수집했던 예카테리나 2세 때부터 시작됐다. 원래 예카테리나는 독일 귀족 가문 출신이었는데 표트르 3세와 결혼했고, 후에 황제가 됐다. 그녀는 유럽의 문화를 도입해서 러시아를 문화 강대국으로 만들려는 야망을 갖고 있었다. 이를 위해 예카테리나 2세는 200여점의 명화를 구입했고 겨울궁전 옆에 예르미타시(프랑스어로 ‘은자의 집’이란 뜻)라는 별채를 건립했다. 초기에는 황제와 왕실 가족 그리고 귀족들 일부만이 소장된 작품을 은밀히 보며 즐긴다는 뜻으로 예르미타시로 불렀다. 그러나 1852년부터는 박물관을 개방해 일반인들도 소장품을 보며 자신들의 문화에 대한 긍지를 갖고 즐기게 됐다.
 

겨울궁전 안 회화전시실.
네바강 강변에 있는 이 박물관은 황실 거주지였던 겨울궁전, 소 예르미타시, 구 예르미타시, 신 예르미타시, 극장 예르미타시와 별관으로 이뤄져 있다. 박물관 가운데서 가장 규모가 큰 겨울궁전에는 왕실의 모습과 그곳에서 사용했던 가구, 집기 비품들이 잘 전시돼 있다. 여러 미술품이나 조각 작품도 곳곳에 전시돼 있다

예르미타시 박물관의 여러 건물에는 러시아 작품 뿐 아니라 유럽 각국에서 수집한 회화를 비롯해 많은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궁전 광장의 맞은편에는 군인들이 사용하는 참모 본부 건물이 있는데, 그 가운데 일부는 박물관의 별관으로 사용 중이다. 별관에는 파블로 피카소나 앙리 마티스 등이 그린 20세기 유럽의 미술품이 전시돼 있다. 이처럼 예르미타시 박물관은 여러 부속 건물로 구성돼 있다.

또한 박물관 가까이에는 유럽에서 세 번째로 큰 성 이사악 성당(St Issac’s Cathedral)과 여러 유적지가 자리해 이들은 함께 복합 문화 지역을 형성하고 있다.

이 박물관의 수많은 소장품 가운데서 사람들로부터 가장 큰 관심과 사랑을 받는 작품은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렘브란트(Rembrandt Harmensz van Rijn, 1606~1669년)의 ‘돌아온 탕자’(1668년경, 262x205cm)다. 신 예르미타시 2층 254번 방은 렘브란트 특별 전시실이며 이곳에서 사람들은 매우 특별하고도 소중한 작품을 만나게 된다. 혹독한 겨울을 제외한 날씨가 좋은 계절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보기 위해 장사진을 이룬다.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조차도 쉽지 않아 멀리서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정도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예르미타시 박물관 렘브란트 전시실에서 관람객들이 ‘돌아온 탕자’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렘브란트는 생애 말년, 자신도 탕자처럼 어려움에 처했던 시기에 루카 복음(15,11~32)에 나오는 탕자의 비유를 한 폭의 작품으로 남겼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이 비유는 복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하느님 아버지의 한없이 큰사랑과 용서를 통해 죄 많았던 탕자는 새로 태어나 구원을 얻게 된다.

‘돌아온 탕자’를 보면 한 점의 성화가 갖는 힘이 얼마나 큰가를 알 수 있다. 렘브란트는 이 그림을 통해서 세계의 모든 사람에게 하느님의 사랑과 용서를 알려주고 있으며, 성화를 통한 그의 강론은 수백 년이 흐른 지금도 끝없이 이어진다. 그가 그림으로 표현한 강론을 보고 듣기 위해 오늘날에도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작품 앞으로 모여든다.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영국 런던의 대영 박물관에 이어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러시아 예르미타시 박물관에는 렘브란트의 작품 외에도 그리스도교와 관련된 수많은 성화가 곳곳에 전시돼 있다. 1050개의 방에 있는 300만 점 이상의 작품을 제대로 보려면 수백 번을 드나들어도 모자랄 것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세상의 삶에 몰입하면서 신앙에 대해서는 점점 무관심한 상태로 살고 있다. 유아 세례자나 예비신자 수의 급감, 성직·수도자 지망생의 감소, 주일 미사 참례자 감소와 냉담교우 증가 등은 비단 유럽 교회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어느새 한국교회에서도 이런 문제들이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신앙에 무관심한 시대에 어떻게 복음을 전해야 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

현대인들은 종교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도 종교의 부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문화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따라서 교회도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에 걸맞은 문화 사목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 앞에 모여든 세계 각국의 수많은 사람을 보면서 오늘날 효과적으로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서는 문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거듭 하게 됐다.

정웅모 신부 (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 유물 담당)
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87년 사제품을 받았다. 홍익대와 영국 뉴캐슬대에서 미술사·박물관학을 전공했다. 서울대교구 홍보실장과 성미술 감독, 종로본당 주임, 장안동본당 주임 등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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