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탄 예수님’
[일요한담] ‘자전거 탄 예수님’ / 손세공
발행일2013-03-03 [제2834호, 22면]
▲ 손세공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의 사임 발표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양떼를 치던 쇠약한 목자가 힘에 겨운 지팡이를 내려놓고 풀밭에 털썩 주저 않아 있는 상상이 피어올랐습니다.
우리들에게 당신의 삶을 통해 말씀 하시고자 하신 메시지는 무엇일까? 신앙의 해를 선포하신 간절한 외침에 답하고 싶어서 교황님께서 쓰신 「나자렛 예수」를 공부하는 자세로 읽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선포하신 신앙의 해를 닫지도 못하시고 사임하신 까닭이 궁금해졌습니다. 다행히 답을 책속에서 찾았습니다. ‘죽음으로부터 예수의 부활’ 편에 이런 구절이 있었습니다. “인간이 먼지로 돌아갔을 때 죽음은 승리한 것이다.” 교황님께서는 우리들이 부활한 죽음을 살 수 있도록 당신의 삶으로 모범을 보여주고 계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황님에게서 배웠던 ‘내려놓음’을 이렇게 훈련해 보았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 한 사람만 겨우 지나갈 좁은 길을 지나야 합니다. 평일미사에 참례 하고 집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그 좁은 길 맞은편에서 자전거를 타고 한 아저씨가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제가 멈추지 않으면 그 좁은 길에서 난처한 상황이 일어날 것 같았습니다. 제가 먼저 빨리 뛰어가면 자전거를 탄 아저씨가 멈추고 기다리겠지 싶었지만 그 좁은 길 입구에서 저는 기다렸습니다. 자전거가 제 앞을 지날 때 그 아저씨가 정중하게 머리를 숙이시며 인사를 했습니다. 앗! 예수님께서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시다니! 행복했습니다. 그분은 분명 자전거를 탄 예수님이었습니다.
저는 아내와 함께 20여 년간 포콜라레 새 가정 운동을 해오며, 각종 가정·생활문제 상담과 특강 등을 하고 있습니다. 저의 행복에는 교황님의 모범이 큰 힘이 되어왔습니다. 퇴임하시더라도 교황님께서 건강하게 지내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제가 행복하게 잘 사는 것도 교황님께 기쁨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손세공(엘디·포콜라레운동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