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34)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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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34)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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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34)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대성당’

 

금빛 모자이크와 찬란한 장식으로 꾸며진 ‘황금 성당’

 

발행일2017-08-27 [제3059호, 14면]

 

 

 

산 마르코 대성당과 종탑, 광장과 두칼레 궁전.

 

이탈리아 북동부에 자리한 베네치아는 물과 예술의 도시로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기차를 타고 바다를 가로질러 베네치아 역에 내리면 육지에서 보지 못했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좁은 골목길과 출렁이는 물결, 사람과 짐을 분주히 실어 나르는 작은 배 곤돌라, 골목을 돌면 나타나는 정겨운 집들과 오래된 건물, 아담한 상가와 고풍스런 성당이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다. 

 

베네치아에서는 집에서도 창문을 열거나 혹은 문 밖을 나서기만 하면 어디서든지 푸른 물을 마주치게 된다. 출렁이는 물결과 그 위에 쏟아지는 햇빛, 갈색의 지붕과 흰 대리석 건물은 이 도시를 더욱 빛내준다. 지중해에 위치한 이 도시는 오래 전부터 주변 국가들과 상거래를 활발히 하며 부를 쌓았고, 사람들은 집이나 저택을 아름답게 꾸미며 크고 작은 성당을 건축했다. 이를 위해 많은 예술가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며, 회화에서 독특한 베네치아 화풍을 만들었다. 덕분에 르네상스 시대에 활동했던 유명 화가 티치아노(Tiziano, 1485(?)~1576년), 틴토레토(Tintoretto, 1519~1594년) 등의 작품을 성당이나 미술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광장에서 바라본 산 마르코 대성당의 정면. 

 

베네치아에는 여러 미술관과 공예품 전시관이 있어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또한 도시 곳곳에는 여러 성당이 있어서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그 가운데 가장 웅장하면서도 대표적인 곳이 ‘산 마르코 대성당’(Basilica Cattedrale Patriarcale di San Marco)이다. 이 성당은 내부에 장식된 금빛 모자이크와 찬란한 장식 때문에 ‘황금 성당’이라고도 불린다. 이곳의 제단에는 알렉산드리아로부터 온 것으로 여겨지는 베네치아 수호성인 마르코의 유해가 모셔져 있다. 

 

산 마르코 대성당의 공사는 978년에 시작돼 1092년에 마쳤는데, 이탈리아 특유의 비잔틴 양식으로 완성됐다. 성당의 길이는 76.5m, 폭은 62.5m이며 돔의 외부 높이는 43m이다. 서양과 동양의 건축 양식이 결합된 이 대성당의 모델은 바로 터키 이스탄불의 ‘하기아 소피아 대성당’이라고 한다. 그리스 십자가 형태의 평면도를 바탕으로 건립된 성당의 각 지점에는 파의 씨방 모양을 본뜬 지붕이 다섯 개 있으며, 주변 첨탑은 성인상으로 장식돼 있다. 

 

대성당 입구는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장식됐고, 내외부는 화려한 모자이크로 꾸며졌다. 모자이크는 지붕의 창문으로부터 쏟아지는 빛을 받으며 황금색으로 빛난다. 이 빛을 통해 성당 내부는 세상의 물적 공간이 아닌 천상의 영적 공간으로 변화된다. 성당 전체를 장식한 모자이크의 주제는 천지창조부터 성령강림까지 구세사의 중요한 대목에서 따온 것으로, 작품들을 살펴보면 성경 전체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산 마르코 대성당의 제단쪽 내부와 모자이크 장식. 

 

제단화의 뒷면에는 예수님과 제자들이 보석으로 장식된 황금 벽면 ‘팔라 도로’(Pala d’Oro)가 있다. 또 대성당의 부속 박물관에는 오랜 세월 동안 수집된 예술품과 교회의 유물이 잘 전시돼 성당 전체를 더욱 풍요롭게 해 준다. 

 

대성당 앞의 광장에는 벽돌과 대리석으로 꾸며진 98.6m의 높다란 종탑이 있다. 이 탑은 19세기에 만들어졌으나, 1902년에 허물어지자 1912년에 새로 건립됐다. 베네치아 어디에서든지 볼 수 있는 종탑은 성당의 위치를 알려줄 뿐 아니라 길을 잃었을 때 다시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도 한다. 우리가 인생의 여정에서 길을 잃고 헤맬 때 땅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고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대성당 바로 옆, 15세기에 건립된 총독 거주지인 두칼레 궁전(Palazzo Ducale)은 박물관으로 사용 중이다. 

 

종탑 왼쪽에는 넓은 직사각형의 산 마르코 광장이 있는데 공공기관의 사무실과 숙소, 도서관과 고고학 미술관 등으로 둘러싸여 아늑한 느낌을 준다. 이 광장도 성당 못지않게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다. 산 마르코 대성당이 세계 각국의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것은 성당뿐 아니라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편안한 광장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도시에 있는 성당들이 광장이나 마당을 갖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대부분의 성당에는 작은 마당이 있는데, 그곳을 잘 손질하면 신자나 주민들이 잠시 쉬며 삶을 재충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즈음에는 성당의 작은 마당조차도 주차장으로 꾸며 사람들의 자리는 점점 줄어든다. 몸이 불편하거나 연로한 분을 모시고 미사에 참례할 경우에는 자동차를 성당에 가져와도 좋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 성당에 차를 몰고 오는 것은 많은 사람의 휴식 공간을 빼앗는 것이고 신자나 주민들에게도 여러 불편과 고통을 안겨줄 수 있다. 성당 마당은 주차 공간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위한 장소라는 생각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한 대의 자동차도 없는 산 마르코 대성당의 드넓은 광장에서 사람들은 편하게 거닐며 삶의 여유와 활력을 되찾는다.

 

 

정웅모 신부 (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 유물 담당)

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87년 사제품을 받았다. 홍익대와 영국 뉴캐슬대에서 미술사·박물관학을 전공했다. 서울대교구 홍보실장과 성미술 감독, 종로본당 주임, 장안동본당 주임 등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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