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의 발걸음 따라 900㎞ 웨딩마치 -정현우·이혜민 부부 관면 혼배 후 산티아고로, 42일 걸으며 ‘땀의 결혼식’

Pilgrimage News 성지순례 뉴스
홈 > Knowledges > Pilgrimage News
Pilgrimage News

순례자의 발걸음 따라 900㎞ 웨딩마치 -정현우·이혜민 부부 관면 혼배 후 산티아고로, 42일 걸으며 ‘땀의 결혼식’

관리자 0 3788 0

정현우·이혜민 부부 관면 혼배 후 산티아고로, 42일 걸으며 ‘땀의 결혼식’

 

3232235521_1Y6vJe4j_bdd4ad817cd4d5fcf5dd47614e2e3bf2ef594b27.jpg
▲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면사포와 나비넥타이를 하고 웨딩 촬영을 한 정현우·이혜민씨 부부. 이혜민씨 제공




화려한 웨딩드레스도, 고가의 결혼반지도, 잘 차려입은 하객들도 없었다. 등산복 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배낭을 멘 이들 앞에는 아득하고도 아름다운 길만이 펼쳐져 있을 뿐. 가파른 오르막길과 평평한 길, 내리막길을 42일간 걸으며 둘은 ‘땀의 결혼식’을 올렸다. 

정현우(루카, 31, 수원교구 수리동본당)ㆍ이혜민(30)씨 부부는 지난 3월 ‘세상에서 가장 긴 900㎞ 웨딩마치’를 올렸다. 오랜 세월 수많은 순례자의 발걸음이 새겨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서다. 

“오랫동안 서로 둘만 의지한 채 걸어보면 무언가를 느끼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아내)

웹디자이너였던 남편과 그래픽디자인 기획 편집일을 했던 아내는 6년 동안 연애를 하면서 결혼을 결심했고, 의미 있는 결혼식을 위해 용기를 냈다. 남편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로 한 것. 양가 부모를 설득하고, 직장까지 그만둔 둘은 성당에서 관면 혼배를 한 후 작은 면사포와 나비넥타이를 챙겨 스페인행 비행기에 올랐다.

“각자 8㎏, 10㎏의 배낭을 메고 걸었는데, 첫날부터 너무 힘들었습니다. 피레네 산맥을 오르는데 눈도 많이 쌓여 있고, 대관령처럼 구불구불한 길에 한쪽은 낭떠러지이고, 차는 쌩쌩 달리는데 끝이 안 보이는 거예요.”(남편)

둘은 비바람을 맞으며 매일 20~30㎞씩 걷고 또 걸었다. 다퉜거나 지쳤을 때는 끈적이는 땀과 거친 숨만이 둘의 유일한 대화였다. 그러나 새의 지저귐과 무지개, 밤하늘의 쏟아지는 별은 두 사람의 혼인을 축복해 주는 듯했다. 주례자와 하객, 축가가 없는 둘만의 결혼이었지만, 순례길에서 만난 여행자들은 축가를 불러 주고, 주례에 버금가는 축복을 건넸다. 

“루르드 성지에서부터 순례를 하고 있다는 한 가톨릭 신자에게 ‘우리는 결혼식 중’이라고 소개하자, 성수를 꺼내 축복의 기도를 해주셨어요. 힘들 때마다 많은 천사를 만났어요.”(아내) 

둘은 반쯤 걸었을까. ‘고통을 덜어 주시고 지혜와 인내, 용기를 달라’고 기도했다. 이혜민씨는 체력이 달려 발목과 무릎에 통증을 호소했고, 중간에 주저앉기도 했다. 순례길 결혼 행진을 하며 서로를 사랑하고 함께 꿈꾸며 살게 해달라는 기도도 잊지 않았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100㎞ 남겨 놓은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하자, 남편은 배낭 깊숙한 곳에 숨겨둔 목걸이 하나를 꺼냈다. 함께 같은 길을 걷던 호주 청년이 기타로 축하 연주를 해 줬고, 인도에서 온 아저씨의 박수 속에서 정씨는 아내에게 프러포즈를 했다.

“매일 20~30㎞를 걷다 보니 당장은 결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길은 언젠가 끝난다는 걸 배우게 됐어요. 방향만 잃지 않고 꾸준히 걷다 보면, 저희가 이루고 싶은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아내)

정씨는 “앞으로 결혼 생활에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산티아고를 걸었던 경험을 기억하면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부부는 결혼 행진 과정을 페이스북(facebook.com/900km)을 통해 사진과 이야기를 공유했고, 많은 젊은이에게 용기를 줬다. 부부는 한국에 돌아와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세상에서 가장 긴 결혼 행진」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

0 Comments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61 · 끝) 페르난도 보테로의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향해서’

댓글 0 | 조회 1,005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61 · 끝)페르난도보테로의‘제2차바티칸공의회를향해서’20세기교회의변화·쇄신향해담대한발걸음내딛는요한23세-페르난도보테로,‘제2차바티칸공의회를향해서’(1… 더보기
Hot

인기 [세계]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60: 피에트로 카노니카의 베네딕토 15세 교종 기념비

댓글 0 | 조회 1,119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60)피에트로카노니카의‘베네딕토15세교종기념비’국경 · 민족초월해인류애선물한베네딕토15세교종-피에트로카노니카,‘베네딕토15세교종기념비’(1928년),성…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9) 프리드리히 스팀멜의 ‘하느님의 교회를 인도하는 레오 13세’

댓글 0 | 조회 1,144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9)프리드리히스팀멜의‘하느님의교회를인도하는레오13세’‘보편적인권’이라는새로운길로교회를이끌다-프리드리히스팀멜,‘하느님의교회를인도하는레오13세’(1903…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8) 루크 필즈의 ‘노숙자 임시 수용소 입소 허가를 기다리는 지원자들’

댓글 0 | 조회 950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 (58)루크필즈의‘노숙자임시수용소입소허가를기다리는지원자들’‘새로운사태’산업화의그늘,추위와굶주림에시달리는빈민들-루크필즈,‘노숙자임시수용소입소허가를기다리는…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7)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

댓글 0 | 조회 1,257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7)밀레의‘이삭줍는여인들’목가적풍경이면에담겨진19세기농민들의팍팍한삶-밀레,‘이삭줍는여인들(LesGlaneuses)’,1857년,오르세미술관,프랑스파리…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6) 무명화가의 삽화 ‘제1차 바티칸 공의회를 소집한 비오 9세 교황’

댓글 0 | 조회 1,042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6)무명화가의삽화‘제1차바티칸공의회를소집한비오9세교황’세속권력은잃고교황의영적권위를얻은공의회-칼벤징거저,「1873년비오9세교황에관해서」에나오는‘1869…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5) 프란체스코 하예즈의 ‘입맞춤’

댓글 0 | 조회 1,406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5)프란체스코하예즈의‘입맞춤’‘작별키스’에담긴숨은뜻은19세기이탈리아통일의지-프란체스코하예즈,‘키스’(1859년),브레라피나코테크소장,이탈리아밀라노.이…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4) 프란체스코 포데스티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 교의 선포’

댓글 0 | 조회 1,041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4) 프란체스코포데스티의‘복되신동정마리아의원죄없으신잉태교의선포’비오9세교황‘원죄없이잉태되신성모교리’반포하다-프란체스코포데스티,‘복되신동정마리아의원죄없…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3) 필립 자크 반 브리의 ‘로마 공회장을 방문하는 그레고리오 16세’

댓글 0 | 조회 1,047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3) 필립자크반브리의‘로마공회장을방문하는그레고리오16세’로마황제개선문아래극빈촌을찾은교황-필립자크반브리,‘로마공회장을방문하는그레고리오16세’(1832년…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2) 자크 루이 다비드의 ‘나폴레옹의 대관식’

댓글 0 | 조회 1,269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2) 자크루이다비드의‘나폴레옹의대관식’대관식에서직접왕관을쓰는나폴레옹,교황은허수아비일뿐-자크루이다비드,‘나폴레옹의대관식’(1805~1807년),프랑스루…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1) 조셉 셀레스틴 프랑수아의 ‘1801년의 종교협약 비유’

댓글 0 | 조회 950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1)조셉셀레스틴프랑수아의‘1801년의종교협약비유’프랑스혁명정부의기세에밀려불리한조약을맺는교황청-조셉셀레스틴프랑수아,‘1801년의종교협약비유(Allego…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0) 펠리체 자니의 ‘연맹 축제를 위해 성 베드로 광장에 차려진 조국의 제단’

댓글 0 | 조회 986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0)펠리체자니의‘연맹축제를위해성베드로광장에차려진조국의제단’로마까지삼켜버린프랑스혁명의불길-펠리체자니,‘연맹축제를위해성베드로광장에차려진조국의제단’,179…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49) 자크 루이 다비드의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

댓글 0 | 조회 1,072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장면](49)자크루이다비드의‘호라티우스형제의맹세’프랑스혁명의폭풍전야에그린로마영웅사,신고전주의를열다-자크루이다비드,‘호라티우스형제의맹세’(1784년),유화,루브르…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48) 자코모 조볼리의 ‘성 빈센트 드 폴의 설교’

댓글 0 | 조회 1,110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48)자코모조볼리의‘성빈센트드폴의설교’사랑의혁명가,소외된이들에게십자가의빛을비추다-자코모조볼리,‘성빈센트드폴의설교’(1737),룬가라의코르시니궁(Pala…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47) 바치챠의 ‘예수 이름의 승리’

댓글 0 | 조회 1,072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47)바치챠의‘예수이름의승리’예수님이비추는찬란한황금빛이모두에게-바치챠,‘예수이름의승리’(1685년),예수성당내중앙본당천장,이탈리아로마.트렌토공의회는여러… 더보기
Category
State
  • 현재 접속자 74 명
  • 오늘 방문자 1,052 명
  • 어제 방문자 1,891 명
  • 최대 방문자 5,379 명
  • 전체 방문자 1,807,081 명
  • 전체 게시물 1,379 개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