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13) 매미 한 마리를 잡아 성모상 앞의 작은 나뭇가지에 붙여 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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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13) 매미 한 마리를 잡아 성모상 앞의 작은 나뭇가지에 붙여 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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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13) 매미 한 마리를 잡아 성모상 앞의 작은 나뭇가지에 붙여 놓고

메시아 탄생 알리는 황금색 별 빛나
하나의 작품 세 부분으로 제작
삼위일체 하느님의 일생 표현
성모 마리아 삶 아름답게 묘사

 

발행일 2011-09-04 [제2761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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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트르 드 라 세인트 파렌떼(Maitre de la Sainte Parente′), 동박 박사들의 경배, 성전 봉헌, 그리스도와 마리아의 재회, 1480년경, 루브르 박물관, 파리, 프랑스.
이 성화에는 성모 마리아와 관련된 삶이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다. 이것은 하나의 작품이지만 세 부분으로 나누어 제작되었다. 교회 미술에서 세 폭의 그림 양식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이나 성모 마리아의 일생을 표현하는데 즐겨 사용되었다. 이 그림은 독일의 쾰른 지방에 있던 분도 수도원 경당을 장식하던 것이었지만 지금은 박물관에서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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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방 박사들의 경배(부분).

왼쪽에는 동방 박사들로부터 경배를 받는 성모자가 묘사되어 있고, 가운데는 아기 예수를 성전에 봉헌하는 장면이 나타나 있다. 오른쪽에는 천상에서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가 반갑게 재회하는 모습이 표현되어 있다. 세 부분의 주제는 각각 다르지만 같은 황금빛 하늘과 천사들의 묘사를 통하여 하나의 작품으로서 통일성을 유지하고 있다.

동방 박사들이 예수님께 예물을 드리는 동안 위에는 메시아의 탄생을 알리는 황금색 별이 빛나고 있다. 성모 마리아의 긴 머리카락은 동정녀의 상태에서 성령으로 아기 예수를 잉태하여 낳으셨다는 것을 나타낸다. 아기 예수를 성전에 봉헌하는 장면에서 마리아는 제물로 사용할 비둘기 두 마리를 손에 들고 있으며 위에는 성부 하느님께서 이들을 축복해 주고 있다. 그리스도와 성모님의 재회 장면에서 모자는 서로 손을 어루만지며 조용한 가운데서 한없는 기쁨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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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전 봉헌(부분).
이 작품에는 언제나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따라 살았던 성모 마리아의 깊은 신앙이 잘 표현되어 있다. 동정녀의 몸으로 구세주의 탄생 예고를 듣고서 하느님의 뜻을 묵묵히 받아들인 마리아, 율법의 규정에 따라서 아기 예수를 성전에 봉헌한 성모님, 이 지상의 생활을 마치고 천상에서 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랑하는 아들 예수님을 만나는 모습이 단아하면서도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다. 

오래전, 서울의 중심가 본당에서 사목할 때 있었던 일이다. 지금처럼 무더운 여름날 아침에 할머니 한 분이 성당 마당에 세워진 성모상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그분은 성모상 앞에서 기도하지 않고 주변의 작은 나뭇가지들을 손으로 잡고 무엇인가 열심히 찾고 있었다. 할머니는 나뭇가지 사이에서 한 마리의 매미를 찾고 있다며 이렇게 말하였다.

“무더운 여름에도 쉬지 못하고 언제나 한자리에 서 계시는 성모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요. 그래서 어제 저녁에 매미 한 마리를 잡아 성모상 앞의 작은 나뭇가지에 붙여 놓았어요. 성모님께서 매미 소리를 들으시며 좀 쉬셨으면 해서요. 그런데 오늘 아침에 와보니 매미가 어디로 날아갔는지 보이지가 않네요. 매미가 밤새 노래를 불러주었으면 성모님께서 참 즐거우셨을 텐데….” 할머니는 사라진 매미를 찾지 못하여 안타까워하며 어디 가서 또 다른 매미를 잡을 수 있을지 걱정하며 자리를 떠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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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스도와 마리아의 재회(부분).
미사 집전이나 모임을 위해 하루에도 수없이 성모상 앞을 오가면서도 성모님께서 힘드시겠다는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성모님께서 언제나 그 자리에 계시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것이다. 그러나 그해 여름 매미를 찾던 할머니를 만나면서 성모상 앞을 오갈 때면 언제나 손을 모으고 우리의 구원을 위해 기도하시는 성모님께 대한 고마움이 자리 잡기 시작하였다. 지금 창밖에는 가는 여름을 아쉬워하는 매미들의 합창 소리가 쉼 없이 들려온다. 매미들의 소리를 들으면 지난날 성모 마리아를 살아있는 신앙의 어머니로 공경하던 할머니의 소박한 모습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정웅모 신부 (서울 장안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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