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24) 텅 빈 성당 마당에는 꼬마 천사들의 재잘거림이 남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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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24) 텅 빈 성당 마당에는 꼬마 천사들의 재잘거림이 남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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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24) 텅 빈 성당 마당에는 꼬마 천사들의 재잘거림이 남아 있고

예수님과 아이들이 기뻐하는 모습 표현
못마땅해하는 제자들을 뒤로하고
어린아이들을 끌어안아 주신 것은
하느님의 크신 사랑과 자비 드러내

 

발행일 2012-01-22 [제2780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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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밀 놀데(Emil Nolde, 1867-1956), 어린이들을 사랑하시는 예수님, 1910년, 유채, 86.5cmx106.5cm, 현대 미술관, 뉴욕, 미국.
‘어린이를 사랑하시는 예수님’은 독일의 표현주의 화가 에밀 놀데가 그린 것이다. 그는 강렬한 색채와 화법으로 여러 점의 성화를 그렸는데 이것은 그 가운데 하나이다. 놀데는 이 작품에서 예수님과 아이들이 만나 기뻐하는 모습을 화려한 색채와 거친 붓놀림으로 표현하였다. 

어린이를 마주보고 있는 예수님께서 한 아이를 자애로운 모습으로 안아 주고 있다. 예수님의 품에 안긴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그분과 눈맞춤하고 있다. 그 곁에 있던 아이들도 모두 손을 내밀며 예수님께 자신을 안아 달라며 다가가고 있다. 아이들은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예수님을 반기고 있다. 엄마의 품에 안긴 아이도 양팔을 활짝 펼쳐 들고서 예수님께 다가가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편에 있는 제자들은 이 광경을 바라보며 못마땅해하고 있다. 아이들의 해맑은 얼굴과는 달리 그들은 어두운 모습을 하고 있다. 또한 아이들이 입은 붉은색 옷과는 대조적으로 제자들은 어두운 옷을 걸치고 있다. 예수님을 가운데 두고 한 화면에 전혀 다른 두 부류의 사람들이 표현되어 있다.

제자들은 예수님께 어린이들을 데려온 사람들을 꾸짖었는데, 그 모습을 본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아이들을 끌어안고 축복해 주셨다.

“어린이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말고 그냥 놓아두어라. 사실 하느님의 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어린이와 같이 하느님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는 자는 결코 그곳에 들어가지 못한다.”(마르코 10,14-15)

예수님께서 어린이들을 끌어안아 주신 것은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가 어린이처럼 나약한 사람들에게까지 두루 미치고 있음을 보여는 것이다. 예수님을 통해서 드러난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은 그 어떤 사람도 제외시키지 않는다. 예수님의 이 사랑은 모든 사람을 향하여 있으면서도 특별히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 약하고 보잘 것 없는 사람들에게 더욱 쏠렸다.

매 주일 교중 미사 때면 부모를 따라 온 아이들로 유아방이 언제나 비좁다. 그곳에서 뺨에 음식을 붙여가며 간식을 먹는 아이, 집에서 가져온 장난감에 온통 정신을 뺏긴 아이, 힘들게 두 발로 서서 재롱을 떠는 아이, 엄마 품에 안겨 곤히 자는 아이를 보면 마치 천상에서 막 내려온 아기 천사들을 만나는 것 같다.

유아방에 있던 아이들도 미사 중, 성찬 전례 때에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자 대표가 뒤에서 미사 때에 사용할 빵과 포도주를 들고 제단으로 나올 때, 걸음마를 할 수 있는 아이들은 모두 예물 봉헌자 앞에 서서 제단으로 향한다. 어떤 아이들은 재잘거리면서, 또 다른 아이들은 비틀거리면서 제단으로 와서 고개를 까딱인 후 제자리로 돌아간다. 그때 개구쟁이는 손을 쑥 내밀며 “선물 주세요”라고도 하고 의젓한 아이는 “고맙습니다”라며 고개를 숙인다.

매 주일 성당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아이들은 주일마다 우리 성당을 찾아오는 아기 천사들 같다. 아이들의 웅얼거리는 소리도 마치 천사들의 합창처럼 들린다. 아이들의 해맑은 눈과 웃음을 바라보면 왜 예수님께서 그토록 어린이들을 사랑하셨는지 그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분주했던 주일이 지나가고, 모든 신자가 떠난 텅 빈 성당의 마당을 거닐다 보면 낮에 만났던 꼬마 천사들의 재잘거림이 어디선가 들려오는 것 같다. 

정웅모 신부 (서울 장안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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