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7) 피렌체의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

Pilgrimage News 성지순례 뉴스
홈 > Knowledges > Pilgrimage News
Pilgrimage News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7) 피렌체의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

관리자 0 1895 0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7) 피렌체의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

 

소박한 건물 속 인류 문화에 기여할 보물들이…

 

발행일2017-02-19 [제3032호, 14면]

 

 

루카 델라 롭비아의 합창단석과 부조 작품.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Museo dell‘Opera del Duomo)은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Santa Maria del Fiore)의 부속 기관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곳이다. 

 

이 박물관은 성당 뒤편 길가에 자리 잡고 있다. 유럽의 대성당 주변처럼 피렌체 곳곳의 성당 구역에도 기념 상점과 카페가 즐비하다. 박물관을 알리는 표지는 출입구 위에 뮤제오(Museo)라는 표시만 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노란색의 3층 건물이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으로 들어가는 입구다. 

 

출입구는 매우 평범해 보이지만, 아치형 문을 통과해서 안에 들어가면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 및 산 조반니 세례당과 관련된 뛰어난 예술품을 만날 수 있다. 피렌체의 대성당과 세례당만 방문하고는 그곳의 모든 것을 보았다고 말할 수 없다. 대성당을 비롯한 세례당과 관련된 빛나는 예술품은 대부분이 박물관에 전시돼 있기 때문이다.

 

 

■ 르네상스 시대 거장들 작품 눈앞에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에서는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 조각가나 뛰어난 예술가의 작품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다. 안드레아 피사노(Andrea Pisano), 로렌초 기베르티(Lorenzo Ghiberti), 도나텔로(Donatello), 루카 델라 롭비아(Luca della Robbia), 미켈란젤로(Michelangelo) 등의 조각품이 있다. 또 브루넬레스키(Brunelleschi)가 설계한 돔과 관련된 여러 자료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 그 뿐 아니라 대성당 건축과 관련된 설계도와 스케치, 모형과 도구 등이 잘 전시돼 있다.

 

로렌조 기베르티가 조각한 조반니 세례당 동쪽 문, 일명 ‘천국의 문’(1425~1452년)이라 불리는 작품의 원본도 이곳에 보존돼 있다. 아울러 도나텔로가 만든 목조각상 ‘참회하는 마리아 막달레나’(1453~1455년)와 루카 델라 롭비아가 대리석으로 만든 ‘합창단석’(1431~1439년), 그 주변을 장식했던 ‘연주하고 노래하는 아이들’도 볼 수 있다. 미켈란젤로가 자신의 무덤을 장식하기 위해 만든 대리석 조각상 ‘피에타’(1547~1555년)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지금의 이 소박한 건물은 성당의 부속 박물관을 위해 건축된 것이 아니다. 원래는 팔코니에리(Falconieri) 가문의 건물이었는데, 1778년에는 극장으로, 이후에는 다양한 용도로 사용됐다. 피렌체 대성당은 이 건물을 구입해 창고에 보관하던 유물들을 모아 1891년에 박물관으로 개관했다. 그러나 소장품에 비해 박물관이 너무나 협소해 일부만 전시했고, 많은 작품들이 창고에서 잠자게 됐다.

 

박물관을 개관한지 120여 년이 흐른 2012년부터 4년 가까이 대대적인 공사를 진행했다. 기존 건물의 내부를 수리하고 새로운 건물을 지어 2015년 11월 9일 재개관했다. ‘박물관은 살아있다’는 말처럼 이 박물관은 새로운 변화를 거듭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사람들이 더욱 편하게 예술 작품을 관람하고 즐길 수 있도록 박물관 측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모든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의 오른쪽 돔 옆에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이 있다.

 

■ 문화를 통한 복음 선포의 중요한 도구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을 통해 우리는 사적인 평범한 공간이 공적인 문화 공간으로 변모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유럽의 크고 작은 성당이나 경당에는 기념관이나 박물관이 있다. 오래된 성당에는 많은 예술품과 유물이 있는데, 성당의 개·보수나 신축을 할 때 혹은 교회의 전례 양식이 변화될 때 많은 예술품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성당 내·외부의 부속건물에 유물 보관소를 만든 것이 교회 박물관의 시작이다. 또한 교회 외부를 장식하던 조각들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원본을 실내에 보관하기 위해서도 박물관이 절실히 필요했다.

 

유물을 보관할 장소가 없으면 교회의 보물이라 할 수 있는 예술품은 임의로 처리되거나 유실될 수 있다. 유럽의 교회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들이 사용하는 사무공간을 줄여 유물 전시 공간을 확보했다. 교회 유물이나 예술품의 중요성에 대한 의식이 없다면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성당의 유물 전시실을 보면 교회가 오늘날의 사람들에 의해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과거의 수많은 사람의 사랑과 나눔, 기도와 희생을 통해 이루어진 것임을 절로 알게 된다. 또한 교회의 유물 전시 공간은 단순히 과거의 역사적인 것만을 보존하는 것이 아니다. 내일이 되면 오늘도 역사의 한 부분이 된다. 그래서 유럽의 교회에서는 현재의 것도 소중히 여기며 보관해 다음 세대를 위한 유물화 작업에도 정성을 쏟는다. 우리의 일상이 역사라는 의식이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하다.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의 외양은 너무나 평범하지만 그 안에 있는 교회 예술품은 참으로 값지고 빛나는 보물과 같다. 그 유물은 신자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류 문화 발전에도 크게 기여한다. 사람들은 이런 문화와의 만남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더욱 의미 있고 성숙하게 만들 수 있다. 오늘날 사람들의 문화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 우리는 문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

 

유럽교회가 박물관에 큰 관심을 갖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은 박물관이 문화를 통한 복음 선포의 중요한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문화는 간식이 아니라 주식으로 여겨지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문화를 통한 복음 선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사항이 됐다. 박물관은 사람들의 흔적이 묻은 것을 귀히 여기며 그것을 손질하고 전시해 관람자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을 나서면서 우리 성당 곁에도 이처럼 소중한 박물관이 자리 잡게 될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정웅모 신부 (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 유물 담당)

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87년 사제품을 받았다. 홍익대와 영국 뉴캐슬대에서 미술사·박물관학을 전공했다. 서울대교구 홍보실장과 성미술 감독, 장안동본당 주임 등을 역임한 바 있다.

0 Comments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61 · 끝) 페르난도 보테로의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향해서’

댓글 0 | 조회 1,006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61 · 끝)페르난도보테로의‘제2차바티칸공의회를향해서’20세기교회의변화·쇄신향해담대한발걸음내딛는요한23세-페르난도보테로,‘제2차바티칸공의회를향해서’(1… 더보기
Hot

인기 [세계]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60: 피에트로 카노니카의 베네딕토 15세 교종 기념비

댓글 0 | 조회 1,119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60)피에트로카노니카의‘베네딕토15세교종기념비’국경 · 민족초월해인류애선물한베네딕토15세교종-피에트로카노니카,‘베네딕토15세교종기념비’(1928년),성…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9) 프리드리히 스팀멜의 ‘하느님의 교회를 인도하는 레오 13세’

댓글 0 | 조회 1,144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9)프리드리히스팀멜의‘하느님의교회를인도하는레오13세’‘보편적인권’이라는새로운길로교회를이끌다-프리드리히스팀멜,‘하느님의교회를인도하는레오13세’(1903…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8) 루크 필즈의 ‘노숙자 임시 수용소 입소 허가를 기다리는 지원자들’

댓글 0 | 조회 950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 (58)루크필즈의‘노숙자임시수용소입소허가를기다리는지원자들’‘새로운사태’산업화의그늘,추위와굶주림에시달리는빈민들-루크필즈,‘노숙자임시수용소입소허가를기다리는…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7)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

댓글 0 | 조회 1,257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7)밀레의‘이삭줍는여인들’목가적풍경이면에담겨진19세기농민들의팍팍한삶-밀레,‘이삭줍는여인들(LesGlaneuses)’,1857년,오르세미술관,프랑스파리…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6) 무명화가의 삽화 ‘제1차 바티칸 공의회를 소집한 비오 9세 교황’

댓글 0 | 조회 1,042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6)무명화가의삽화‘제1차바티칸공의회를소집한비오9세교황’세속권력은잃고교황의영적권위를얻은공의회-칼벤징거저,「1873년비오9세교황에관해서」에나오는‘1869…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5) 프란체스코 하예즈의 ‘입맞춤’

댓글 0 | 조회 1,407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5)프란체스코하예즈의‘입맞춤’‘작별키스’에담긴숨은뜻은19세기이탈리아통일의지-프란체스코하예즈,‘키스’(1859년),브레라피나코테크소장,이탈리아밀라노.이…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4) 프란체스코 포데스티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 교의 선포’

댓글 0 | 조회 1,041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4) 프란체스코포데스티의‘복되신동정마리아의원죄없으신잉태교의선포’비오9세교황‘원죄없이잉태되신성모교리’반포하다-프란체스코포데스티,‘복되신동정마리아의원죄없…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3) 필립 자크 반 브리의 ‘로마 공회장을 방문하는 그레고리오 16세’

댓글 0 | 조회 1,047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3) 필립자크반브리의‘로마공회장을방문하는그레고리오16세’로마황제개선문아래극빈촌을찾은교황-필립자크반브리,‘로마공회장을방문하는그레고리오16세’(1832년…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2) 자크 루이 다비드의 ‘나폴레옹의 대관식’

댓글 0 | 조회 1,269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2) 자크루이다비드의‘나폴레옹의대관식’대관식에서직접왕관을쓰는나폴레옹,교황은허수아비일뿐-자크루이다비드,‘나폴레옹의대관식’(1805~1807년),프랑스루…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1) 조셉 셀레스틴 프랑수아의 ‘1801년의 종교협약 비유’

댓글 0 | 조회 950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1)조셉셀레스틴프랑수아의‘1801년의종교협약비유’프랑스혁명정부의기세에밀려불리한조약을맺는교황청-조셉셀레스틴프랑수아,‘1801년의종교협약비유(Allego…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0) 펠리체 자니의 ‘연맹 축제를 위해 성 베드로 광장에 차려진 조국의 제단’

댓글 0 | 조회 986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0)펠리체자니의‘연맹축제를위해성베드로광장에차려진조국의제단’로마까지삼켜버린프랑스혁명의불길-펠리체자니,‘연맹축제를위해성베드로광장에차려진조국의제단’,179…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49) 자크 루이 다비드의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

댓글 0 | 조회 1,072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장면](49)자크루이다비드의‘호라티우스형제의맹세’프랑스혁명의폭풍전야에그린로마영웅사,신고전주의를열다-자크루이다비드,‘호라티우스형제의맹세’(1784년),유화,루브르…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48) 자코모 조볼리의 ‘성 빈센트 드 폴의 설교’

댓글 0 | 조회 1,110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48)자코모조볼리의‘성빈센트드폴의설교’사랑의혁명가,소외된이들에게십자가의빛을비추다-자코모조볼리,‘성빈센트드폴의설교’(1737),룬가라의코르시니궁(Pala…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47) 바치챠의 ‘예수 이름의 승리’

댓글 0 | 조회 1,072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47)바치챠의‘예수이름의승리’예수님이비추는찬란한황금빛이모두에게-바치챠,‘예수이름의승리’(1685년),예수성당내중앙본당천장,이탈리아로마.트렌토공의회는여러… 더보기
Category
State
  • 현재 접속자 62 명
  • 오늘 방문자 1,087 명
  • 어제 방문자 1,891 명
  • 최대 방문자 5,379 명
  • 전체 방문자 1,807,116 명
  • 전체 게시물 1,379 개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