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새해. 연일 계속 되는 추위에 몸도 마음도 꽁꽁 얼 지경이다. '찬바람이 싸늘하게 두 뺨을 스치면’생각나는 국민간식이 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만두와 찐빵이다.1970~80년대 정취가 남아있는 강화읍에 지역 주민들이‘엄지척’하는 만두, 찐빵가게가 있다.‘강화정통만두’다.
30년간 기본부터 착실하게 익히고 배운 솜씨
'강화정통만두’변영수 사장은 본디 서울사람이었다. 고등학생 때 제과점에 재료를 납품하던 옆집 아저씨 작업장을 자주 놀러갔는데, 그게 인연이 되어 졸업 후에는 본격적으로 제과점에서 근무 하게 되었다. 벌써 30년 전 이야기다. 고소하고 달콤한 팥소는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팥을 삶고, 눌어붙지 않게 계속 저어 주는 노력을 요한다. 청년 제빵사 시절, 기본부터 착실하게 배우고 익혔던 원칙은 30년째 한결같다.
빵이 어느 정도 손에 익을 무렵, 지인들은 솜씨 좋은 변사장에게 만두도 함께 해보면 어떻겠냐고 권유 한다. 손재주가 좋았던 변 사장은 만두도 금방 배웠다. 그는 80년대 중반에 강화도로 터전을 옮겨 찐빵과 만두를 만들었다. 최근에‘생활의 달인’에 출연하여 유명해진‘정통분식’사장과 인연 덕분이었다. 평생 식당을 운영하신‘정통분식’사장은 색다른 맛을 창조하는 남다른 능력의 소유자였다. 변 사장은‘정통분식’사장과 고로케 속 레시피를 개발했다.
용흥궁 담벼락에 위치했던 ‘정통분식’은 테이블 몇 개의 작은 분식점이었지만 맛이 좋아 손님들로 늘 붐볐다. 강화읍가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하면서 ‘정통분식’은 장소를 옮겨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전을 앞두고 변 사장은 독립을 결정했다. 서로의 미래를 축복하면서 쫄면, 김밥, 떡볶이를 주로 판매하는 ‘정통분식’은 용흥궁 근처 골목, 그는 찐빵, 만두를 주 품목으로 하여 ‘정통만두’라는 상호를 걸고 도로변에 개업을 했다. 사람의 손맛은 최고의 조미료다. 풍경이 달라지면 손맛도 변하기 마련이지만, 매사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변 사장의 음식철학은 그대로였다. ‘정통만두’는 ‘지역맘카페’와 인근 학교 학생들을 통해 대번에 입소문이 퍼졌다.
하루 3~4시간씩 팥 쑤고 만두 800개, 호빵 400개 빚어
변 사장에게 맛의 비결을 물었다.
“제가 사교적이질 못해요. 말주변도 다른 취미도 없고. 할 줄 아는 것은 빵이랑 만두 빚는 것 밖에 없어요. 요즘에는 대게 팥을 안 삶더라고요. 할 줄 몰라서가 아니라 귀찮고 손이 많이 가니까요. 나도 먹고 손님도 드시는 건데. 사서 쓰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팥을 깨끗이 씻은 다음에 설탕, 소금 딱 그것만 넣어요. 보통 3시간쯤 젓고 난 후 팥을 거르는데, 어쩌다가 물 대중을 잘못하는 날에는 4시간씩 걸리기도 해요. 힘들죠. 그래도 기왕 하는 일이니까, 끝까지 원칙대로 하고 싶어요. 쉽게 만든 건 벌써 맛이 달라요.”
오전 8시에 가게 문을 열고, 먼저 도넛을 튀긴 후 팥물을 올리는 변 사장. 매일 변함없이 밤 9시까지 만두 800개, 찐빵 400개를 빚는다. 고로케, 사라다빵, 찹쌀도넛도 인기다.
“얼마 전 도로변에 주차를 하고, 한 여성분이 만두를 사러 오셨어요. 포장해서 가지고 가셨는데, 잠시 후에 도로 돌아 오셨더라고요. 차 문이 열리자 심장이 쿵 내려앉더라고요. 뭐가 잘못됐나 싶어서. 그 여성분이 다가오더니, 만두를 더 사야겠다는 거여요. 운전석의 남편 입 속으로 만두를 넣어줬는데, 이런 만두는 더 사야 한다며, 굳이 차를 돌려서 또 오셨더라고요. 그럴 때 보람을 느끼죠.”
소박한 살림이지만, 잘 하고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서 만족한다는 그는 가끔 인근 노인 분들에게 찐빵과 만두를 대접하는 봉사활동에 참여할 만큼 여유를 누리며 산다며 넉넉한 미소를 짓는다. ‘맛’은 주관적이다. 때로는 혀의 감각이 아니라 기억과 분위기로 맛을 느낀다. 순수한 마음으로 식재료를 다루는 수수한 맛집들이 감동을 주는 이유다. 모쪼록 반죽 속에 진심을 넣은‘정통만두’의 찐빵과 만두가 오래 오래 제 자리를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