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1년 순교후 2014년 시복된 유항검의 딸 유섬이의 묘 거제면에서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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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년 순교후 2014년 시복된 유항검의 딸 유섬이의 묘 거제면에서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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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저 종교 신념에 따라 살았을 뿐입니다.

1801년 순교후 2014년 시복된 유항검의 딸 유섬이의 묘 거제면에서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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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제22대 왕 정조가 승하하자 천주교도에 대한 박해가 극심해지면서 1801년 순교한 유항검(46·아우구스티노)과 그의 식솔들. 

유항검과 함께 순교한 그의 동생 관검과 제수 이육희, 그의 부인 신희, 장남 중철과 맏며느리 이순이, 차남 문석, 조카 중성 등은 한국 천주교 역사에 길이 남는 인물이 됐다. 

 

이 가운데 장남 중철(22·요한)과 며느리 이순이(19·루갈다)는 동정(童貞)부부 순교자로 한국 순교사에서 가장 빛나는 진주로 불리고 있다.

순교자들이 처형된 뒤 교우들이 유항검의 고향인 전북 완주군 초남리와 인접한 제남리에 가매장해 놓았던 것을 1914년 4월 19일 전주 전동성당 보두네 신부와 신자들이 동생 관검을 제외한 유항검 등 7명의 순교자들을 합장하고, 전북 전주시 완산구 바람 쐬는 길89에 치명자산성지 위로 합장, 전라북도 지방기념물 제68로 지정됐다.

 

한때 유항검을 배교자로 주장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2014년 유항검과 동정부부로 살았던 아들부부, 그리고 차남 문석, 조카 중성 등이 시복[죽은 뒤 복자품(福者品·성인으로 인정하기 전에 공식으로 공경할 수 있다고 교회가 인정하는 지위)에 오르는 일]되면서 완전히 명예를 되찾았다.

유항검과 그 가족들은 순교자로 천주교도들의 추앙을 받고 있다. 

이렇게 유항검 가족의 명예는 회복했다. 

그러나 전혀 기록을 찾을 수 없었던 유항검의 딸 유섬이가 거제에 묻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전 수원교회사연구소 고문 하성래 박사가 거제도 호부사를 지낸 하겸락(1825~1904)의 문집 ‘사헌유집(思軒遺集)’의 해제를 집필하던 중 우연히 ‘유섬이’에 관한 기록을 발견하게 된다.

 

유섬이는 1801년 신유박해 당시 아홉 살이었던 유항검의 딸로 거제도호부 관비로 유배를 왔고, 하겸락 부사가 장례비용을 치르고, 제문을 지어 바치고, 묘비를 세워주었다.

묘 옆 바위에 ‘칠십일세유처녀지묘’라고 묘비를 새겼다는 ‘사헌유집’의 기록을 근거로 지난 2014년 2월 유섬이의 묘를 찾기 위해 거제를 찾았지만 찾지 못했다.

 

거제면 송곡마을이 장수마을로 지정되면서 이장 윤성부 씨가 마을 역사를 찾기 위해 문헌을 찾다 유처자 이야기를 발견하고, 어릴 때 들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유처자가 유항검의 딸 유섬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 묘는 송곡마을이 잘 내려다보이는 양지바른 곳에 봉분도 제법 남아 있다. 묘 앞에는 ‘유처자묘’라고 쓴 묘비가 있었다.

 

유섬이는 1801년 10월 중순 관비로 거제도호부에 도착한다. 

당시 그녀는 거제부사 이영철에게 인계된다. 아직 어리고 사대부 집안의 자식이라는 배려로 내간리에 홀로 사는 한 할머니의 수양딸로 보내진다.

 

이 할머니는 삭 바느질을 하며 살았다. 자연스럽게 삭 바느질을 배운 그녀 역시 바느질로 생계를 이어갔다. 

유섬이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서 그녀의 풍채와 용모가 단아하고 품위가 넘쳐 아무도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그녀 나이 13~14세 때 중매가 들어왔지만 동정녀로서 삶을 살아가야할 종교적 신념으로 거절했다. 

그녀가 16~17세 쯤 양 어머니에게 “제가 점점 자라 강폭한 남자의 손이 제 몸에 한 번 가해질까 두렵습니다. 

몸을 더럽히면 그 욕됨이 크옵니다”라며 “흙과 돌로 된 집을 지어 음식을 넣어줄 수 있는 구멍과 대소변을 집안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작은 창을 남쪽으로 내 바느질하기 편하도록 해 주소서”라고 하자 어머니가 그녀의 말대로 집을 꾸며주었다.

이때부터 유섬이는 본격적인 수녀(修女), 즉 정결, 청빈, 순명을 서약하고 평생을 독신으로 수도하는 삶을 산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게 살던 그녀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1830년대에 세상으로 나오게 된다. 그녀는 항상 한 자 길이의 칼을 몸에 지니고 다녔다. 

마을 사람들이 그 정절을 일찍이 알고 경외심에 ‘유처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파, 두릅, 당근 등의 채소를 꼬치에 끼워 전을 만든 회양적(산적)을 처음 만들어 먹었다는 구전도 전해져온다.

그녀의 나이 50~60대에 지역 아낙들과 어울리며 음식, 옷 등을 교류를 하다가 철종 14년 7월 이른 한 살의 나이로 사망했다.

당시 거제부사였던 하겸락이 다른 지역으로 벼슬자리를 하러 옮기던 시기였다. 

하겸락 부사는 정절로 지역민에게 존경과 고고한 삶을 살아온 그녀를 모른 체 할 수 없어 모든 장례비용을 부담해 내간리 송곡마을 뒤 동쪽에 안장했다.

하겸락은 그녀를 위해 제문도 지었다. 제문의 주내용은 ‘사헌유집’ <부거제편>에 자세하게 기록돼 있다. 

 

<결혼할 나이가 되어도 행동을 단속하며 깊이 고행했네. 

저 봄 수풀을 보면 시절의 경물 기운이 얽히고설켜 만물이 화생해 꼬꼬닭이 울고 떼 지은 사슴이 달리다가 각기 짝을 이뤄 새 끼 낳아 기르구나. 

우리에게 형기가 있음은 음양을 갖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서슬이 시퍼런 칼을 보이니 누가 감히 어긋난 마음으로 보랴. 문을 에워싼 광적인 자들 혀를 내두르며 숨죽였다. 

어둑어둑한 작은 문에 벌어진 틈새 하나로 햇빛 뚫고 들어와서 내 마음 비추면 바늘 잡고 밝은 곳을 향해 밤낮 쉬지 않더니 귀밑머리 반백이 되어서야 비로소 사람들과 어울렸네. 

뛰어나고 특별한 정절, 청사에 보기 드물기에 예전에 내가 고을에 부임해 대략 기리고 가엾게 여겨 상여 갖춰 정성스레 묻고 바위 다듬어 묘표 새기니 온 고을 사람들 이목에 잘 보이게 하고 무궁히 밝게 드러나 보였다.
다만 지금 뒤이어 추모하는 감회 더해 제물을 갖춰 보내고 제문 바쳐 위로하거늘, 곧은 혼령 어둡지 않으리니 부디 하늘에서 굽어보소서>

 

그녀의 아버지인 유항검과 장남 중철, 며느리 이순이, 차남 문석, 조카 중성이 2014년 시복됨에 따라 유섬이의 묘도 또 하나의 거제도 천주교 성지가 되기에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지금은 유처자의 묘로 가는 길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이정표가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어 묘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많은 천주교인들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묘로 가는 입구에 방명록만 하나 덩그러니 놓여있다. 

그녀의 삶을 알 수 있도록 안내판도 필요해 보인다. 천주교구에서도 그녀의 아버지와 어머니, 오빠들이 있는 치명자산으로 이장을 해야 한다는 의견과 거제에 묘를 남겨두고 천주교 성지로 가꿔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나오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그녀의 종교 신념은 널리 알려질 것으로 보인다.

 

출처 : http://blog.daum.net/geojecity/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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