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교회가 간다Ⅱ] 27.중국 (6)센센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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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교회가 간다Ⅱ] 27.중국 (6)센센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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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교회가 간다Ⅱ] 27.중국 (6)센센교구

발행일2006-12-24 [제25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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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 열정 가득한 믿음의 교회로 

매년 대학생 대회에 청년들 적극 참여

신자 8만5000명에 성당은 206곳 

성소자 양성 규모는 중국교회 선두권 

맥없이 돌아가는 선풍기로는 한낮의 태양으로 달궈진 성당 안의 열기에 속수무책이었다.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등을 타고 흘러내리는 땀에 얼굴은 이미 익을 대로 익어 하나같이 붉게 상기돼 있었다. 

따가운 햇볕을 피할 수 있다는 게 유일한 위안인 성당, 이방인에게는 이름마저도 낯선 센센(獻縣)교구 주교좌 다장좡(大張庄)성당에서는 더 낯선 풍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성당 입구에서부터 20대 안팎으로 보이는 청년들로 넘쳐나는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더니 성당 전체가 젊은이들에게 점령당한 듯 쾌활한 웃음이 곳곳에서 들려왔다. 마치 한국의 어느 성당에라도 와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젊은이들의 행동에는 거침이 없어 보였다.



마치 한국의 어느 성당에라도 와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젊은이들의 행동에는 거침이 없어 보였다. 종교나 이와 관련된 활동이라면 몸을 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중국에서 내놓고 축제를 벌이듯 들떠있는 중국 교회 청년들과의 첫 대면은 이내 온 몸에서 배어나는 땀에 어깨죽지를 쓸고 지나가는 식은땀까지 더해져 몹시나 당혹스런 체험이었다. 

대성당 근처 그늘에서는 접수를 받는 지 길게 늘여 세운 피켓들 아래로 한 무리의 청년들이 몰려 있었다. 성당 안에서는 무슨 준비를 하는지 청년들의 분주한 몸놀림이 끊이지 않았다. 그 흔한 현수막도, 행사를 안내하는 리플릿도, 그렇다고 특별한 안내자도 없는 가운데 이어지는 그들만의 움직임은 우연히 들른 방문객을 당황케 하기 충분했다. 

기자가 센센교구(교구장 리량귀 주교)를 처음 찾은 날은 우연의 일치인지 하느님의 이끄심인지 엿새간으로 예정된 교구의 대학생 신앙대회가 막 시작되려는 찰나였다. 허베이성 창저우(滄州)시에 위치한 센센교구는 그렇게 중국에서는 처음 대하는 낯선 풍경 속에서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청년 그리스도인의 정체성 확인 

“청년들 스스로가 자신이 서 있는 현주소를 확인하고 신자로서 정체성을 세워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런 행사를 마련하게 됐습니다.” 

올해로 3회째를 맞고 있는 신앙대회를 주관하고 있는 센센교구 사무실(교구청) 주임 저우원수 신부는 “청년들, 특히 대학생들은 우리 교구는 물론 사회의 희망”이라는 말로 행사에 거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첫 대회가 열린 2004년에는 대학생은 물론 일반 청년들에게까지 문호를 열어 1000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참가하는 바람에 교구에서도 놀랄 정도였다고 한다. 이때는 대회 참가자들이 너무 많아 주교좌성당 전체를 통틀어도 다 수용할 수가 없어 매일 집과 행사장을 오가며 대회를 진행했다. 지난해 열린 두 번째 대회 때부터 신자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열리고 있음에도 200명이 넘는 이들이 참여하는 것만 봐도 센센교구가 지닌 잠재력을 엿볼 수 있다. 

대학생들의 방학을 이용해 열리는 행사 기간 중에는 창저우는 물론 타지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교구 소속 청년들도 먼 길을 개의치 않고 달려온다. 

행사를 준비하는 교구측에서도 젊은이들의 열의에 탄복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톈진(天津)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리샹취(23)씨는 “타지에 나가 공부를 하다보면 조그만 정보나 도움이 아쉬울 때가 적지 않다”며 “이런 기회를 통해 서로 알게 되면 신앙적으로나 현실적으로도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구 사제단이 공동 집전한 개막미사로 막이 오른 신앙대회는 센센교구 대학생연합회 임원과 봉사자들의 주도로 짜임새 있게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여러 개의 조로 나눠 스스로 끼니를 해결해가며 신앙 강좌를 듣고 토론을 하는가 하면 성직자의 체험담을 들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돌아보기도 했다. 또 교구와 교회의 역사를 공부하고 함께 기도하며 자신들의 미래를 그려보는 시간을 가졌다. 

탕산(唐山)과학기술대 2학년인 왕즈신(22)씨는 “함께 모여 생각을 나누고 믿음을 나누다 보면 신앙이 더 튼튼해지는 것 같다”며 “한국 교회의 대학생들과도 교류하며 신앙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털어놓았다. 

대회에 함께 한 저우 신부는 참가자들에게 “우리는 이 행사를 통해 우리들이 처한 현실을 잘 파악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가정과 사회, 나아가 교회와 예수님의 희망인 대학생들이 이러한 활동을 통하여 더 큰 신앙을 갖고 살아가길” 당부했다. 

굳건한 신앙의 전통 오늘까지 이어져 

올해로 교구 설정 150주년을 맞은 센센교구는 교구가 속한 행정지명을 따 창저우(滄州)교구로도 불린다. 하지만 교구뿐 아니라 신자들도 오랜 전통과 자신들의 신앙의 역정이 담긴 ‘센센’이란 이름에 더 애정을 느끼고 그렇게 부르고 있다. 

센센교구는 1856년 5월 30일 베이징대목구를 치베이(冀北)대목구와 치동난(冀東南)대목구, 치시난(冀西南)대목구로 분할할 때 나눠진 치동난대목구가 1924년 상하이 주교회의에서 개칭된 이름이다. 창저우 일대는 초대 대목구장이었던 예수회 소속의 란귀랏(Adrianus Languillat) 주교와 6명의 프랑스 선교사들이 들어오면서 본격적인 신앙의 씨앗이 뿌려지기 시작했다. 센센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선교사들은 우선 선교의 근거지를 튼튼하게 다지기 위해 성당 건립과 함께 초등학교와 소신학교 등을 세워 성소자를 발굴하고 키워내는 일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 선교사들이 성당 건립을 통해 선교에 기울인 노력은 지금까지 남아 있는 교구청 건물과 주교좌성당의 규모만 봐도 그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1863년 12월 센센 장좡마을에 세워진 주교좌 다장좡성당은 고딕식으로 길이만도 50m에 이르고 폭이 21m가 넘을 정도로 웅장해서 허베이(河北)성을 비롯해 산시(山西) 산둥(山東) 허난(河南) 등 4개 성을 아우르는 화베이(華北)지역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꼽히기도 했다. 

선교사들의 이 같은 노력으로 선교에 나선 지 10년이 채 안된 1864년에 이미 164개의 성당에 32개의 고아원, 22개의 학교를 운영할 정도로 교세가 커져 신자수만 1만1367명에 이를 정도가 됐다. 20여년이 지난 1890년에는 교구 소속 성당만 674개에 이르고 곳곳에 87개의 진료소를 열어 운영하는가 하면 732명의 교리교사가 활동할 정도로 발전을 거듭해 신자가 5만명을 넘을 정도로 큰 성장을 이뤘다. 

반면 센센교구는 베이징에서 동남쪽으로 230여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중앙 정치나 국제 정세의 영향을 쉽게 받을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었다. 치동난대목구 시절이던 1900년(경자년)에는 의화단에 의해 일어난 경자교난으로 프랑스 신부 4명과 신자 5153명이 순교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이 시기 600개가 넘는 성당이 파괴돼 거의 폐허가 되다시피 하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또한 1927년에는 도적떼들의 습격이 잦아 신부들이 벽돌을 높이 쌓고 이들에게 저항해야 할 정도로 복음화의 여정에 굴곡이 적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서도 센센교구는 예수회 선교사들이 중심이 돼 1923년 지금의 톈진공상대학교의 전신인 징구공상대학교를 설립하는가 하면 이에 앞서 1914년에는 톈진에 베이쟝박물관을 세우는 등 교회 성장과 함께 중국 사회 발전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였다.교구 설정 초기부터 교육에 기울인 이런 노력은 지금도 교회 발전을 위한 유용한 자산으로 남아 현재도 유치원과 중학교 등 다수의 교육 시설을 운영하고 있을 뿐 아니라 매년 많은 성직자와 수도자를 해외로 유학 보내는 등 교육에 남다른 노하우를 발휘하고 있다. 

중국이 공산화되면서 많은 땅과 교회 건물이 국유화돼 교세가 크게 위축되긴 했지만 주교좌성당을 중심으로 몰려있는 소신학교와 수녀원 등은 센센교구가 지닌 저력과 위상을 새롭게 돌아보게 한다. 

굳은 신앙의 전통을 반영하듯 센센교구는 갖은 난관을 극복하며 현재 100명 가까운 사제와 8만5000여명의 신자들이 206개(2003년 말)의 성당에서 믿음의 길을 개척해오고 있다. 성소자 양성 규모면에서 중국 교회 단연 선두권에 서 있는 센센교구, 낯선 이름이지만 이제 더 이상 낯설게 다가오지 않는 것은 그들과 공유하게 된 신앙의 여정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사진설명

▶센센교구 제3회 대학생 신앙대회에 참가한 청년들로 가득찬 주교좌성당.

▶1863년 12월 센센 장좡마을에 건립된 다장좡주교좌성당 전경

▶센센교구 사제 서품식 장면.

서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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