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10) 폭우 속에서도 화단에 물을 주던 할아버지 신부님

Pilgrimage News 성지순례 뉴스
홈 > Knowledges > Pilgrimage News
Pilgrimage News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10) 폭우 속에서도 화단에 물을 주던 할아버지 신부님

관리자 0 1755 0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10) 폭우 속에서도 화단에 물을 주던 할아버지 신부님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
천상의 사람인 세례자 요한
광야에서 회개의 세례 선포
눈은 깊은 신앙심으로 빛나

 

발행일 2011-07-17 [제2755호, 15면]

3232235521_6yfqWjOV_872cc6af301a9e64c8703d22fe4cf48045ce42d3.jpg
 ▲ 란도 디 스테파노(Lando di Stefano, 14세기경 생존), 세례자 요한 상, 1370∼1390년경, 목각에 채색, 클뤼니 박물관, 파리, 프랑스.파리 중심가에 있는 클뤼니 박물관에는 교회의 뛰어난 미술품이 많이 전시되어 있다. 원래 그곳에 전시된 대부분의 작품은 성당이나 수도원 내부와 외부를 장식하여 신자들의 신심을 북돋우던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박물관에 전시되어 그곳을 찾는 사람들 마음 안에 아름다움과 거룩함을 새겨주고 있다.

참회의 설교자인 ‘세례자 요한 상’은 원래 이탈리아 시에나에서 제작돼 그곳 성당에 모셔져 있었다. 그러나 현재 이 작품은 박물관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다른 미술품들과는 달리 번잡하지 않은 장소에 외롭게 서 있다. 그 장소는 요한이 주로 활동했던 유다 광야처럼 한적해 보인다. 그곳에서 요한은 여전히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하느님 나라가 다가왔으니 회개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하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세례자 요한이 광야에 나타나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의 세례를 선포하였다. 그리하여 온 유다 지방 사람들과 예루살렘 주민들이 모두 그에게 나아가, 자기 죄를 고백하며 요르단 강에서 그에게 세례를 받았다. 요한은 낙타 털 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 띠를 둘렀으며. 메뚜기와 들꿀을 먹고 살았다.”(마르 1,4-6)

이 작품에서 요한의 몸은 말랐고 가슴뼈는 앙상하게 드러나 있지만 하늘을 우러러 보는 그의 눈은 깊은 신앙심으로 빛나고 있다. 세례자가 걸친 털옷 위의 붉은 망토는 그가 하느님의 사랑에 깊이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한쪽 손에는 전도 여행에 필요한 지팡이를 짚고 다른 손으로는 하늘을 가리키며 사람들이 까맣게 잊고 있던 하늘 나라를 알려주고 있다. 그는 사람들에게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마태 3,2)라고 말하는 듯하다.

‘천상의 사람’이라고 불릴 정도로 세례자 요한은 하느님의 사랑에 사로잡혀 한평생을 살았다. 그는 광야에서 사람들에게 오시는 주님을 합당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참회의 설교를 하였고 요르단 강에서 세례를 베풀었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주님의 신발을 들고 다니거나 신발 끈을 풀어 드릴 자격조차 없다며 항상 겸손해 하였다. 그는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맡겨주신 사명을 참수를 당하며 죽기까지 충실히 수행하였다. 

3232235521_7Fb2J3N4_4207f0f9491bba838af68cfae530c06ed5ac0467.jpg
 ▲ 세례자 요한(부분).
오래전에 나는 안식년 동안 파리 외방전교회에 머물며 지낸 적이 있다. 그곳에는 젊은 시절에 아시아 각국에서 선교사로 일하시던 연로한 신부님들도 몇 분 계셨다. 이제 그분들은 선교사로서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본원에서 조용히 기도하며 정문이나 기념관의 열쇠 관리 등 각자 작은 소임을 담당하고 계셨다. 

그 가운데 한 신부님은 넓은 화단에 물을 주는 책임을 맡고 계셨다. 그분은 매일 오전과 오후의 일정한 시간이 되면 작업복과 장화를 갖추어 신고 온갖 정성을 다해 물을 주셨다. 그 정성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화단은 언제나 천국의 정원처럼 아름다운 꽃들로 가득 찼다. 그 신부님은 화창한 날씨뿐만 아니라 비가 내리는 날에도 우의를 갖추어 입고 화단으로 나가셨다. 

처음에는 비오는 날에도 화단에 물을 주는 할아버지 신부님의 모습이 낯설면서도 이상해 보였다. 그러나 그 모습을 자주 지켜보면서 조금씩 그분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외부의 상황이 어떻게 변하든지 간에 자신에게 맡겨진 소임을 다하는 모습에 존경심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폭우 속에서도 화단에 물을 주던 노사제를 바라보면서 지난날 그분이 선교사로서 어떻게 살았을까를 짐작할 수 있었다. 참회의 설교와 세례를 베풀며 죽기까지 자신의 일에 충실했던 세례자 요한처럼 그분께서도 젊은 시절에는 선교사로서 그리고 지금은 정원관리사로서의 소임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요즈음처럼 비가 자주 내리는 날에 창문 밖을 내다보면 화단에 물을 주던 할아버지 신부님께서 우의를 걸친 채 나타나실 것만 같다. 

정웅모 신부 (서울 장안동본당 주임)

0 Comments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61 · 끝) 페르난도 보테로의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향해서’

댓글 0 | 조회 1,007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61 · 끝)페르난도보테로의‘제2차바티칸공의회를향해서’20세기교회의변화·쇄신향해담대한발걸음내딛는요한23세-페르난도보테로,‘제2차바티칸공의회를향해서’(1… 더보기
Hot

인기 [세계]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60: 피에트로 카노니카의 베네딕토 15세 교종 기념비

댓글 0 | 조회 1,121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60)피에트로카노니카의‘베네딕토15세교종기념비’국경 · 민족초월해인류애선물한베네딕토15세교종-피에트로카노니카,‘베네딕토15세교종기념비’(1928년),성…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9) 프리드리히 스팀멜의 ‘하느님의 교회를 인도하는 레오 13세’

댓글 0 | 조회 1,144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9)프리드리히스팀멜의‘하느님의교회를인도하는레오13세’‘보편적인권’이라는새로운길로교회를이끌다-프리드리히스팀멜,‘하느님의교회를인도하는레오13세’(1903…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8) 루크 필즈의 ‘노숙자 임시 수용소 입소 허가를 기다리는 지원자들’

댓글 0 | 조회 950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 (58)루크필즈의‘노숙자임시수용소입소허가를기다리는지원자들’‘새로운사태’산업화의그늘,추위와굶주림에시달리는빈민들-루크필즈,‘노숙자임시수용소입소허가를기다리는…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7)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

댓글 0 | 조회 1,260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7)밀레의‘이삭줍는여인들’목가적풍경이면에담겨진19세기농민들의팍팍한삶-밀레,‘이삭줍는여인들(LesGlaneuses)’,1857년,오르세미술관,프랑스파리…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6) 무명화가의 삽화 ‘제1차 바티칸 공의회를 소집한 비오 9세 교황’

댓글 0 | 조회 1,042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6)무명화가의삽화‘제1차바티칸공의회를소집한비오9세교황’세속권력은잃고교황의영적권위를얻은공의회-칼벤징거저,「1873년비오9세교황에관해서」에나오는‘1869…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5) 프란체스코 하예즈의 ‘입맞춤’

댓글 0 | 조회 1,411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5)프란체스코하예즈의‘입맞춤’‘작별키스’에담긴숨은뜻은19세기이탈리아통일의지-프란체스코하예즈,‘키스’(1859년),브레라피나코테크소장,이탈리아밀라노.이…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4) 프란체스코 포데스티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 교의 선포’

댓글 0 | 조회 1,042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4) 프란체스코포데스티의‘복되신동정마리아의원죄없으신잉태교의선포’비오9세교황‘원죄없이잉태되신성모교리’반포하다-프란체스코포데스티,‘복되신동정마리아의원죄없…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3) 필립 자크 반 브리의 ‘로마 공회장을 방문하는 그레고리오 16세’

댓글 0 | 조회 1,049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3) 필립자크반브리의‘로마공회장을방문하는그레고리오16세’로마황제개선문아래극빈촌을찾은교황-필립자크반브리,‘로마공회장을방문하는그레고리오16세’(1832년…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2) 자크 루이 다비드의 ‘나폴레옹의 대관식’

댓글 0 | 조회 1,271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2) 자크루이다비드의‘나폴레옹의대관식’대관식에서직접왕관을쓰는나폴레옹,교황은허수아비일뿐-자크루이다비드,‘나폴레옹의대관식’(1805~1807년),프랑스루…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1) 조셉 셀레스틴 프랑수아의 ‘1801년의 종교협약 비유’

댓글 0 | 조회 951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1)조셉셀레스틴프랑수아의‘1801년의종교협약비유’프랑스혁명정부의기세에밀려불리한조약을맺는교황청-조셉셀레스틴프랑수아,‘1801년의종교협약비유(Allego…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0) 펠리체 자니의 ‘연맹 축제를 위해 성 베드로 광장에 차려진 조국의 제단’

댓글 0 | 조회 988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0)펠리체자니의‘연맹축제를위해성베드로광장에차려진조국의제단’로마까지삼켜버린프랑스혁명의불길-펠리체자니,‘연맹축제를위해성베드로광장에차려진조국의제단’,179…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49) 자크 루이 다비드의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

댓글 0 | 조회 1,072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장면](49)자크루이다비드의‘호라티우스형제의맹세’프랑스혁명의폭풍전야에그린로마영웅사,신고전주의를열다-자크루이다비드,‘호라티우스형제의맹세’(1784년),유화,루브르…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48) 자코모 조볼리의 ‘성 빈센트 드 폴의 설교’

댓글 0 | 조회 1,111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48)자코모조볼리의‘성빈센트드폴의설교’사랑의혁명가,소외된이들에게십자가의빛을비추다-자코모조볼리,‘성빈센트드폴의설교’(1737),룬가라의코르시니궁(Pala…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47) 바치챠의 ‘예수 이름의 승리’

댓글 0 | 조회 1,073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47)바치챠의‘예수이름의승리’예수님이비추는찬란한황금빛이모두에게-바치챠,‘예수이름의승리’(1685년),예수성당내중앙본당천장,이탈리아로마.트렌토공의회는여러… 더보기
Category
State
  • 현재 접속자 66 명
  • 오늘 방문자 1,710 명
  • 어제 방문자 1,891 명
  • 최대 방문자 5,379 명
  • 전체 방문자 1,807,739 명
  • 전체 게시물 1,379 개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