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10) 폭우 속에서도 화단에 물을 주던 할아버지 신부님

Pilgrimage News 성지순례 뉴스
홈 > Knowledges > Pilgrimage News > 성화
Pilgrimage News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10) 폭우 속에서도 화단에 물을 주던 할아버지 신부님

관리자 0 2317 0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10) 폭우 속에서도 화단에 물을 주던 할아버지 신부님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
천상의 사람인 세례자 요한
광야에서 회개의 세례 선포
눈은 깊은 신앙심으로 빛나

 

발행일 2011-07-17 [제2755호, 15면]

3232235521_6yfqWjOV_872cc6af301a9e64c8703d22fe4cf48045ce42d3.jpg
 ▲ 란도 디 스테파노(Lando di Stefano, 14세기경 생존), 세례자 요한 상, 1370∼1390년경, 목각에 채색, 클뤼니 박물관, 파리, 프랑스.파리 중심가에 있는 클뤼니 박물관에는 교회의 뛰어난 미술품이 많이 전시되어 있다. 원래 그곳에 전시된 대부분의 작품은 성당이나 수도원 내부와 외부를 장식하여 신자들의 신심을 북돋우던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박물관에 전시되어 그곳을 찾는 사람들 마음 안에 아름다움과 거룩함을 새겨주고 있다.

참회의 설교자인 ‘세례자 요한 상’은 원래 이탈리아 시에나에서 제작돼 그곳 성당에 모셔져 있었다. 그러나 현재 이 작품은 박물관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다른 미술품들과는 달리 번잡하지 않은 장소에 외롭게 서 있다. 그 장소는 요한이 주로 활동했던 유다 광야처럼 한적해 보인다. 그곳에서 요한은 여전히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하느님 나라가 다가왔으니 회개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하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세례자 요한이 광야에 나타나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의 세례를 선포하였다. 그리하여 온 유다 지방 사람들과 예루살렘 주민들이 모두 그에게 나아가, 자기 죄를 고백하며 요르단 강에서 그에게 세례를 받았다. 요한은 낙타 털 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 띠를 둘렀으며. 메뚜기와 들꿀을 먹고 살았다.”(마르 1,4-6)

이 작품에서 요한의 몸은 말랐고 가슴뼈는 앙상하게 드러나 있지만 하늘을 우러러 보는 그의 눈은 깊은 신앙심으로 빛나고 있다. 세례자가 걸친 털옷 위의 붉은 망토는 그가 하느님의 사랑에 깊이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한쪽 손에는 전도 여행에 필요한 지팡이를 짚고 다른 손으로는 하늘을 가리키며 사람들이 까맣게 잊고 있던 하늘 나라를 알려주고 있다. 그는 사람들에게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마태 3,2)라고 말하는 듯하다.

‘천상의 사람’이라고 불릴 정도로 세례자 요한은 하느님의 사랑에 사로잡혀 한평생을 살았다. 그는 광야에서 사람들에게 오시는 주님을 합당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참회의 설교를 하였고 요르단 강에서 세례를 베풀었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주님의 신발을 들고 다니거나 신발 끈을 풀어 드릴 자격조차 없다며 항상 겸손해 하였다. 그는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맡겨주신 사명을 참수를 당하며 죽기까지 충실히 수행하였다. 

3232235521_7Fb2J3N4_4207f0f9491bba838af68cfae530c06ed5ac0467.jpg
 ▲ 세례자 요한(부분).
오래전에 나는 안식년 동안 파리 외방전교회에 머물며 지낸 적이 있다. 그곳에는 젊은 시절에 아시아 각국에서 선교사로 일하시던 연로한 신부님들도 몇 분 계셨다. 이제 그분들은 선교사로서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본원에서 조용히 기도하며 정문이나 기념관의 열쇠 관리 등 각자 작은 소임을 담당하고 계셨다. 

그 가운데 한 신부님은 넓은 화단에 물을 주는 책임을 맡고 계셨다. 그분은 매일 오전과 오후의 일정한 시간이 되면 작업복과 장화를 갖추어 신고 온갖 정성을 다해 물을 주셨다. 그 정성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화단은 언제나 천국의 정원처럼 아름다운 꽃들로 가득 찼다. 그 신부님은 화창한 날씨뿐만 아니라 비가 내리는 날에도 우의를 갖추어 입고 화단으로 나가셨다. 

처음에는 비오는 날에도 화단에 물을 주는 할아버지 신부님의 모습이 낯설면서도 이상해 보였다. 그러나 그 모습을 자주 지켜보면서 조금씩 그분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외부의 상황이 어떻게 변하든지 간에 자신에게 맡겨진 소임을 다하는 모습에 존경심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폭우 속에서도 화단에 물을 주던 노사제를 바라보면서 지난날 그분이 선교사로서 어떻게 살았을까를 짐작할 수 있었다. 참회의 설교와 세례를 베풀며 죽기까지 자신의 일에 충실했던 세례자 요한처럼 그분께서도 젊은 시절에는 선교사로서 그리고 지금은 정원관리사로서의 소임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요즈음처럼 비가 자주 내리는 날에 창문 밖을 내다보면 화단에 물을 주던 할아버지 신부님께서 우의를 걸친 채 나타나실 것만 같다. 

정웅모 신부 (서울 장안동본당 주임)

0 Comments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0) 펠리체 자니의 ‘연맹 축제를 위해 성 베드로 광장에 차려진 조국의 제단’

댓글 0 | 조회 1,653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0)펠리체자니의‘연맹축제를위해성베드로광장에차려진조국의제단’로마까지삼켜버린프랑스혁명의불길-펠리체자니,‘연맹축제를위해성베드로광장에차려진조국의제단’,179…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34) 핀투리키오의 ‘만토바 공의회를 소집하는 비오 2세’

댓글 0 | 조회 1,958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34) 핀투리키오의‘만토바공의회를소집하는비오2세’비잔틴회복위해소집됐으나이름뿐인공의회에그쳐-핀투리키오,‘만토바공의회를소집하는비오2세’(1502~1507)…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18) 프란체스코 하예츠의 ‘클레르몽의 광장에서 제1차 십자군 전쟁을 설교하는 우르바노 2세 교황’

댓글 0 | 조회 1,694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장면](18) 프란체스코하예츠의‘클레르몽의광장에서제1차십자군전쟁을설교하는우르바노2세교황’성지되찾고형제도우러“십자군원정에나서야합니다”-프란체스코하예츠,‘클레르몽의…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2) 휴버트 로베르의 ‘서기 64년 7월 18일 로마 화재’

댓글 0 | 조회 1,477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장면] (2)휴버트로베르의‘서기64년7월18일로마화재’로마대화재,그리스도인박해의불길로번지다-휴버트로베르,‘서기64년7월18일로마화재’, 1771년경,템페라에유화… 더보기
Hot

인기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21) 무심히 오가던 그 자리에 아기 예수가 누워 있었다

댓글 0 | 조회 2,959 | 추천 0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21) 무심히 오가던 그 자리에 아기 예수가 누워 있었다“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 빛이 세상에 오셨다”‘갓 태어난 아기 예수상’은성 마르… 더보기
Hot

인기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5) 사제는 자신의 일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일을 하는 사람

댓글 0 | 조회 2,527 | 추천 0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5) 사제는 자신의 일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일을 하는 사람인류 구원 위한 고난의 길 따릅니다예수님의 수난 여정 상징알파-오메가 새긴 제…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49) 자크 루이 다비드의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

댓글 0 | 조회 1,723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장면](49)자크루이다비드의‘호라티우스형제의맹세’프랑스혁명의폭풍전야에그린로마영웅사,신고전주의를열다-자크루이다비드,‘호라티우스형제의맹세’(1784년),유화,루브르…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33) 장-조제프 벙쟈망-꽁스떵의 ‘마호메트 2세의 콘스탄티노플 입성’

댓글 0 | 조회 1,931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33) 장-조제프벙쟈망-꽁스떵의‘마호메트2세의콘스탄티노플입성’1000년비잔틴제국의몰락,이슬람의승리-장-조제프벙쟈망-꽁스떵,‘마호메트2세의콘스탄티노플입성…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17) 디오라마의 ‘1071년 만지케르트 전투’ 셀주크의 승리와 장악, 십자군 전쟁의 불씨가 될 줄이야

댓글 0 | 조회 1,785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장면](17)디오라마의‘1071년만지케르트전투’셀주크의승리와장악,십자군전쟁의불씨가될줄이야-‘1071년만지케르트전투’(1071, BatailledeManziker…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1) 루카 조르다노의 ‘세네카의 죽음’

댓글 0 | 조회 1,922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장면] (1)루카조르다노의‘세네카의죽음’폭군네로에맞선거장철학자,죽음앞에서도당당-루카조르다노,‘세네카의죽음’(1684년),캔버스에유화(155×188cm),루브르박… 더보기
Hot

인기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20) 찬란한 별의 공연이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고

댓글 0 | 조회 2,654 | 추천 0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20) 찬란한 별의 공연이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고아기 예수께 경배 드리러 떠나는 동방박사들동방박사들의 머리 위에는메시아 탄생 알리며 인… 더보기
Hot

인기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4) 어머니의 얼굴을 바라보며 빛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댓글 0 | 조회 2,702 | 추천 0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4) 어머니의 얼굴을 바라보며 빛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성모 마리아 품에서 따사로움 만끽모든 신앙인 어머니로서 우리 위해 기도발…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48) 자코모 조볼리의 ‘성 빈센트 드 폴의 설교’

댓글 0 | 조회 1,880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48)자코모조볼리의‘성빈센트드폴의설교’사랑의혁명가,소외된이들에게십자가의빛을비추다-자코모조볼리,‘성빈센트드폴의설교’(1737),룬가라의코르시니궁(Pala…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32) 젠틸레 벨리니의 ‘그리스도의 성 십자가 유물함에 그려진 베사리온 추기경’

댓글 0 | 조회 1,980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32) 젠틸레벨리니의‘그리스도의성십자가유물함에그려진베사리온추기경’비잔틴을지키고싶은간절한눈빛-젠틸레벨리니,‘그리스도의성십자가유물함에그려진베사리온추기경’…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16) 무명 화가의 ‘필리오케 교리’

댓글 0 | 조회 1,629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장면] (16)무명화가의‘필리오케교리’삼위일체교리논쟁,동·서교회분열의기폭제로작용-프랑스볼봉에서1450년경소개된‘필리오케(Filioque)교리’,파리루브르박물관.… 더보기
Categ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