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3) 사제는 물가에 서 있는 어린아이 같다

Pilgrimage News 성지순례 뉴스
홈 > Knowledges > Pilgrimage News > 성화
Pilgrimage News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3) 사제는 물가에 서 있는 어린아이 같다

관리자 0 2450 0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3) 사제는 물가에 서 있는 어린아이 같다

아들의 한평생 고행의 삶 내다보시다
소년 예수 앞날 걱정하는 성모님의 슬픔 담겨있어
근심하던 어머니 떠올라

 

발행일 2011-05-15 [제2746호, 18면] 

3232235521_6DLBmhAc_ca456a80c71dd3705c0412aeddf50b706ba8b6e6.jpg
 ▲ 성모자(부분), 사우스워크 대성당, 런던, 영국
영국 런던의 템스 강변에는 유적지와 교회, 공공 건물과 공동 주택이 아름답게 서 있다. 템스 강 남쪽에는 런던에서 가장 오래된 고딕성당, 사우스워크 대성당이 견고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1212년에 세워진 대성당에는 여러 세기에 걸쳐서 제작된 다양한 유리화가 장식되어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대성당 제단의 뒤편에는 성모 마리아께 봉헌된 작은 경당이 있고 이곳에는 성모자상과 영국인이 존경하는 여러 성인상이 유리화로 장식되어 있다.

이 유리화의 가장 중심에는 성모 마리아와 소년 예수의 모습이 담겨 있다. 소박한 의자에 앉은 성모님은 한 손으로 예수의 어깨를 감싸고 슬픔에 젖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다. 마리아는 앞으로 소년 예수가 걸어야 할 길이 결코 평탄하지 않다는 것을 미리 내다보는 듯하다. 천사 가브리엘의 전갈을 듣고서 하느님을 품에 받아들인 마리아의 겉옷은 하늘처럼 푸른 빛깔로 물들어 있고 소년 예수는 어머니의 푸른 옷 안에서 보호를 받고 있다.

원죄 없이 태어나신 예수님은 순백의 통옷을 입고 한 손에 나무 자를 들고 서 있다. 이는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들이시면서 동시에 목수였던 양부 요셉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예수가 들고 있는 삼각형 나무 자는 그분이 삼위일체이신 하느님 가운데 한 분, 즉 성자라는 것을 드러낸다. 예수님의 후광에 붉은 십자가 문양이 새겨진 것은 장차 그분이 인류의 구원을 위해 십자가 위에서 자신을 희생 제물로 봉헌한 것을 뜻한다. 소년 예수는 자신에게 맡겨진 구원의 사명을 알고 있는 것처럼 맑은 눈으로 정면을 바라보며 한 손을 들어 사람들에게 강복하고 있다. 성모자를 감싼 이중의 원형과 그 안의 장식은 영원한 생명의 빛이 이들에게서 발산됨을 알려준다.

이 유리화 앞에서, 특히 소년 예수를 내려다보는 성모 마리아의 눈을 보면 나는 처음으로 수단 입었던 때를 떠올리곤 한다. 대신학교 4학년 때 독서직을 받기 위해 수단을 준비하여 집으로 간 적이 있었다. 작은방에서 수단을 입은 후, 그 어엿한 모습을 어머니께 보여주기 위해 거실로 들어갔다. 수단 입은 모습을 보고 어머니께서 대단히 기뻐하시리라 기대했는데 오히려 어머니의 눈에는 안쓰러움과 슬픔이 교차하고 있었다. 그때는 어머니께서 왜 그런 표정을 지으셨는지 제대로 깨닫지 못했다.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에서야 어머니의 그 눈빛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시에도 연세가 많았던 어머니는 한평생 검은 수단을 입고 지낼 막내아들을 측은한 마음으로 바라보셨을 것이다. 수단을 처음으로 입고 철없이 좋아하는 아들과는 달리 어머니는 그 고행의 옷을 입고서 한평생 걸어야 할 아들의 고단한 삶을 미리 내다보셨으리라. 사제는 물가에 서있는 어린아이 같다며 아들 신부를 위해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묵주를 손에서 놓지 않으셨던 어머니, 그 어머니는 지금 천상의 어느 곳에 머무시며 철없는 아들 신부를 위해 어떤 기도를 바치고 계실까? 

3232235521_ay6nkgOj_f50c3e77bd05df17f61bb777b01edef23981e7f8.jpg
 ▲ 성모자와 성인상(전체),사우스워크 대성당, 런던, 영국

정웅모 신부 (서울 장안동본당 주임)

0 Comments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6) 무명화가의 삽화 ‘제1차 바티칸 공의회를 소집한 비오 9세 교황’

댓글 0 | 조회 1,692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6)무명화가의삽화‘제1차바티칸공의회를소집한비오9세교황’세속권력은잃고교황의영적권위를얻은공의회-칼벤징거저,「1873년비오9세교황에관해서」에나오는‘1869…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40) 엠마뉴엘 로이체의 ‘중대한 문제’

댓글 0 | 조회 1,863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40)엠마뉴엘로이체의‘중대한문제’헨리8세의이혼,영국과로마가톨릭의결별로이어져-엠마뉴엘로이체,‘중대한문제’(1846),스미스소니언미술관,미국워싱턴D.C.1…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24) 라파엘로의 ‘볼세나의 기적’

댓글 0 | 조회 1,641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장면](24)라파엘로의‘볼세나의기적’빵과포도주가그리스도의몸과피로변하는기적의순간을담다-라파엘로,‘볼세나의기적’,1512?,엘리오도로의방,바티칸박물관,로마.유럽밖에…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8) 엘 그레코의 ‘성 마르티노와 걸인’

댓글 0 | 조회 1,782 | 추천 0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8) 엘 그레코의 ‘성 마르티노와 걸인’입고 있던 망토 잘라 헐벗은 걸인에게 주는 자선의 손길-엘 그레코(El Greco), ‘성 마르티노와 걸… 더보기
Hot

인기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27) 악은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댓글 0 | 조회 3,276 | 추천 0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27) 악은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세상 유혹이 우리와 가까이 있음을 묘사악과 맞서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강하게 일치하며 겸… 더보기
Hot

인기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11) 당신 말씀은 제 발에 등불, 저의 길에 빛입니다

댓글 0 | 조회 2,576 | 추천 0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11) 당신 말씀은 제 발에 등불, 저의 길에 빛입니다하느님의 말씀 집필하고 있는 마태오천사가 일러준대로 온갖 정성 다해 한자 한자 기…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5) 프란체스코 하예즈의 ‘입맞춤’

댓글 0 | 조회 1,949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5)프란체스코하예즈의‘입맞춤’‘작별키스’에담긴숨은뜻은19세기이탈리아통일의지-프란체스코하예즈,‘키스’(1859년),브레라피나코테크소장,이탈리아밀라노.이…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39) 요한네스 링겔바흐의 ‘1527년의 로마 약탈’

댓글 0 | 조회 1,751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39)요한네스링겔바흐의‘1527년의로마약탈’제후국의로마침략,가톨릭쇄신운동의단초가되다-요한네스링겔바흐,‘1527년의로마약탈’,개인소장.메디치가문출신의레오…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23) ‘교단에서 가르치는 성 토마스 아퀴나스’

댓글 0 | 조회 1,786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23)‘교단에서가르치는성토마스아퀴나스’스콜라철학신학자의토론식수업,인문주의를키운토양이되다-작가미상,‘교단에서가르치는성토마스아퀴나스’,프레스코화,산타마리아…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7) 토마스 콜레의 ‘로마 제국의 멸망’

댓글 0 | 조회 1,749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장면](7) 토마스콜레의‘로마제국의멸망’몰락의불길로뒤덮인로마,사람들비명과절규가들리는듯-토마스콜레,‘로마제국의멸망’.캔버스에유화(100×161㎝),1836년, N… 더보기
Hot

인기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26) 요셉의 눈망울 속에는 아버지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댓글 0 | 조회 3,233 | 추천 0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26) 요셉의 눈망울 속에는 아버지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헤로데 칼날 피해 이집트로 피신온갖 위험 속에서도 성가족의 보호자로서 책임과 의… 더보기
Hot

인기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10) 폭우 속에서도 화단에 물을 주던 할아버지 신부님

댓글 0 | 조회 2,256 | 추천 0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10) 폭우 속에서도 화단에 물을 주던 할아버지 신부님“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천상의 사람인 세례자 요한광야에서 회개의 …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4) 프란체스코 포데스티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 교의 선포’

댓글 0 | 조회 1,735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4) 프란체스코포데스티의‘복되신동정마리아의원죄없으신잉태교의선포’비오9세교황‘원죄없이잉태되신성모교리’반포하다-프란체스코포데스티,‘복되신동정마리아의원죄없…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38) 파울 투만의 ‘레오 10세 교황의 파문 교서를 불태우는 마르틴 루터’

댓글 0 | 조회 1,827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 (38)파울투만의‘레오10세교황의파문교서를불태우는마르틴루터’베드로대성전건립자금뒷거래가촉발한종교개혁의바람-파울투만,‘레오10세교황의파문교서를불태우는마르틴…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22) 주세페 사르디의 ‘1122년 보름스 협약과 서임권 투쟁의 종식’

댓글 0 | 조회 1,641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22) 주세페사르디의‘1122년보름스협약과서임권투쟁의종식’성직자임명권갈등의극적인타협,교회우위를재천명하다-주세페사르디,‘1122년보름스협약과서임권투쟁의종… 더보기
Category
글이 없습니다.
State
  • 현재 접속자 205 명
  • 오늘 방문자 1,621 명
  • 어제 방문자 2,204 명
  • 최대 방문자 5,379 명
  • 전체 방문자 1,784,542 명
  • 전체 게시물 1,336 개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