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60)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

Pilgrimage News 성지순례 뉴스
홈 > Knowledges > Pilgrimage News > 성화
Pilgrimage News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60)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

관리자 0 2910 0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60)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

 

옛 기차역의 정취, 예술 공간의 깊이를 더하다

긴 열차 많이 운행되며 승강장 협소해져
1939년 역 폐쇄 후 다양하게 사용되다 건물 개조해 회화·조각 등 예술품 전시
1986년 정식 미술관으로 개관하며 개방 인상파 시대 제작된 성화·성상 볼 수 있어
역사와 전통 담긴 옛 교회 건물 활용해야

발행일2018-05-13 [제3094호, 13면]

센 강에서 바라본 오르세 미술관 전경.

파리 센 강변의 ‘오르세 미술관(Musée d'Orsay)’은 오래된 기차역을 개조한 것이다. 오르세역은 도심에서 떨어진 리옹역과는 달리 파리 한가운데 있어서 많은 사람이 편리하게 이용했다.

빅토르 라루(Victor Laloux)가 설계한 이 기차역은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에 맞춰 문을 열었는데 산업화 시대의 걸작으로 평가됐다. 건물 외부는 석재였지만 내부는 철강으로 꾸몄는데, 에펠탑에 들어간 철재보다도 많았다고 한다. 건물 길이는 175m, 폭은 75m, 높이는 32m에 이른다.

그러나 오르세역이 건립된 후에 긴 열차가 많이 제작돼 승강장이 협소한 문제가 발생했다. 여러 가지 불편함이 발생하자 1939년부터는 역을 폐쇄했고 이후에 주차장이나 극장, 전쟁포로의 면담 장소로 다양하게 사용하다가 1961년까지 방치했다.

오르세역을 부수고 새로운 건물을 짓자는 등 여러 의견이 나왔는데 조르주 퐁피두 대통령이 건물을 유지하기로 최종적인 결정을 했다. 비록 역이 기능을 다했지만 웅장하면서도 아름다운 건물을 보존해 새롭게 사용하기로 했다.

오르세 미술관의 내부 전경과 통로에 전시된 조각품들.
1978년에는 지스카르 데스탱 대통령이 역을 미술관으로 개조해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까지의 다양한 예술품을 전시하기로 했다. 1979년부터 1986년까지 미술관으로 꾸미면서 회화 2300여 점, 조각 1500여 점, 기타 1000여 점을 여러 박물관과 미술관으로부터 구입하거나 기증받았다. 그리고 1986년 12월에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이 오르세 미술관의 개관을 선포하고 대중에게 개방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프랑스 최고인 루브르 박물관은 센 강을 사이에 두고 오르세 미술관과 마주보고 있다. 루브르 박물관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국의 많은 예술품을 소장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오르세 미술관은 인상파 시대 전후의 예술품을 소장하면서 특별한 미술관으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1979년에 완공한 퐁피두센터는 복합문화공간의 역할을 하면서 20세기 거장들의 예술품을 전시함으로써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과 함께 파리의 3대 미술관이 됐다. 이 같은 예술품의 세분화 작업과 전시를 통해서 파리의 미술관들은 더욱 특화된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오르세 미술관은 불과 30여 년 전에 개관했지만 이미 큰 명성을 얻고 있다. 이곳에서는 드가, 로댕, 모네, 마네, 르느와르, 세잔, 고흐의 뛰어난 원본 작품을 볼 수 있다. 인상파 전후의 회화와 조각품을 포함해 아르누보 양식의 장식품과 여러 예술품도 잘 전시돼 있다. 이런 작품을 바로 눈앞에서 보기 위해 세계 각국으로부터 많은 사람이 미술관을 찾는다.

이 미술관에는 단순히 인상파 화가들이 그린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이나 풍경을 다룬 작품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시대에 제작된 그리스도교와 관련된 성화나 성상 또한 곳곳에 전시돼 있다.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받는 밀레의 ‘만종’(1857~1859년)과 같은 작품도 바로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벤자민 스펜스가 1857년경에 만든 ‘천사의 속삭임’.
그 가운데 한 점이 영국 출신 조각가 벤자민 스펜스(Benjamin Spence, 1822~1866년)가 대리석으로 제작한 ‘천사의 속삭임’(1857년경)이다. 천사가 불러주는 천상의 자장가를 들으며 아기는 깊은 잠에 빠져 있다. 천사는 무릎을 꿇고 양손과 날개를 펼쳐 아기를 보호해 주며 사랑을 속삭인다. 하느님께서는 아기가 탄생할 때 그를 보호해줄 수호천사를 함께 보내신다는 것을 알려 준다.

옛날에 기차가 다니던 선로는 관람객들이 오가는 주요 통로가 됐고, 역의 여러 대합실은 예술품의 전시장이 됐다. 지난날 여행을 떠나기 위해 모여 들던 사람들이 이제는 예술과 문화를 맛보려고 붐빈다. 기차역의 거대한 시계도 그대로 보존해 지금은 미술관의 중요한 명물이 되면서 그 시절의 이야기를 전해 준다. 사람들은 시계를 보면서 이곳이 기차역이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오르세 미술관에서 사람들은 기차역의 흔적을 느끼면서 예술품을 보고, 또 예술품을 보면서 기차역의 모습을 떠올린다. 미술관을 거닐다보면 역을 개조해 문화 공간으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사람들, 특히 여러 정치 지도자들의 지혜로운 결단에 놀라게 된다.

이 시기의 프랑스 역대 대통령들은 예술가를 비롯한 많은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그 뜻을 존중해 기차역을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들은 예술가는 아니었지만 진정으로 예술을 깊이 이해하고 사랑한 예술가 못지않은 사람이었다. 국가 지도자들의 지혜로운 판단과 결단으로 오르세 미술관이 세상에 태어날 수 있었고 오늘날도 많은 사람이 그곳에서 예술을 통해 삶의 활력을 되찾는다.

오르세 미술관처럼 유럽에서는 오래된 건물을 보존하면서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역이나 공공건물을 도서관이나 헌책방, 복합 문화 예술 공간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교회에서도 성소자 감소로 문을 닫은 소신학교를 피정의 집이나 교육관으로 이용하고, 수도원 전체나 일부를 순례자들의 숙소로 내어주며 나누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교회에도 오래된 건물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그런 건물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됐다. 단순히 실용적인 기준으로만 보면 옛 건물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 그러나 오래된 건물은 비록 실용성을 잃어버렸다고 하더라도 자체로서 존재 가치가 있다. 그 안에는 역사와 전통과 같은 값진 정신적 가치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월의 흔적을 담고 있는 모든 것, 건축이나 유물을 어떻게 보존하고 새롭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하며 많은 사람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정웅모 신부(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유물 담당)
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87년 사제품을 받았다. 홍익대와 영국 뉴캐슬대에서 미술사·박물관학을 전공했다. 서울대교구 홍보실장과 성미술 감독, 종로본당 주임, 장안동본당 주임 등을 역임한 바 있다.

0 Comments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1) 루카 조르다노의 ‘세네카의 죽음’

댓글 0 | 조회 1,204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장면] (1)루카조르다노의‘세네카의죽음’폭군네로에맞선거장철학자,죽음앞에서도당당-루카조르다노,‘세네카의죽음’(1684년),캔버스에유화(155×188cm),루브르박… 더보기
Hot

인기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20) 찬란한 별의 공연이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고

댓글 0 | 조회 2,167 | 추천 0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20) 찬란한 별의 공연이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고아기 예수께 경배 드리러 떠나는 동방박사들동방박사들의 머리 위에는메시아 탄생 알리며 인… 더보기
Hot

인기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4) 어머니의 얼굴을 바라보며 빛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댓글 0 | 조회 2,096 | 추천 0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4) 어머니의 얼굴을 바라보며 빛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성모 마리아 품에서 따사로움 만끽모든 신앙인 어머니로서 우리 위해 기도발…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48) 자코모 조볼리의 ‘성 빈센트 드 폴의 설교’

댓글 0 | 조회 1,253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48)자코모조볼리의‘성빈센트드폴의설교’사랑의혁명가,소외된이들에게십자가의빛을비추다-자코모조볼리,‘성빈센트드폴의설교’(1737),룬가라의코르시니궁(Pala…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32) 젠틸레 벨리니의 ‘그리스도의 성 십자가 유물함에 그려진 베사리온 추기경’

댓글 0 | 조회 1,389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32) 젠틸레벨리니의‘그리스도의성십자가유물함에그려진베사리온추기경’비잔틴을지키고싶은간절한눈빛-젠틸레벨리니,‘그리스도의성십자가유물함에그려진베사리온추기경’…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16) 무명 화가의 ‘필리오케 교리’

댓글 0 | 조회 1,136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장면] (16)무명화가의‘필리오케교리’삼위일체교리논쟁,동·서교회분열의기폭제로작용-프랑스볼봉에서1450년경소개된‘필리오케(Filioque)교리’,파리루브르박물관.… 더보기
Now

현재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60)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

댓글 0 | 조회 2,911 | 추천 0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60)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 옛 기차역의 정취, 예술 공간의 깊이를 더하다 긴 열차 많이 운행되며 승강장 협소해져 1939년 역… 더보기
Hot

인기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19) 어린 아이의 눈에 사제는 예수님처럼 보이고

댓글 0 | 조회 2,055 | 추천 0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19) 어린 아이의 눈에 사제는 예수님처럼 보이고하느님 집을 찾아서 기도하는 성가정예수·마리아·요셉으로구성된 성가정 가족들이성전 방문하… 더보기
Hot

인기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3) 사제는 물가에 서 있는 어린아이 같다

댓글 0 | 조회 2,103 | 추천 0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3) 사제는 물가에 서 있는 어린아이 같다아들의 한평생 고행의 삶 내다보시다소년 예수 앞날 걱정하는 성모님의 슬픔 담겨있어근심하던 어머…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47) 바치챠의 ‘예수 이름의 승리’

댓글 0 | 조회 1,154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47)바치챠의‘예수이름의승리’예수님이비추는찬란한황금빛이모두에게-바치챠,‘예수이름의승리’(1685년),예수성당내중앙본당천장,이탈리아로마.트렌토공의회는여러…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31) 베노초 고촐리의 ‘동방 박사들의 행렬’

댓글 0 | 조회 1,365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31)베노초고촐리의‘동방박사들의행렬’비잔틴학자와저명인사들의화려한방문,르네상스를견인하다-베노초고촐리,‘동방박사들의행렬’(1459~1460),메디치리카르디…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장면] (15) 레지스트룸 그레고리의 ‘제국의 네 영토를 상징하는 여성과 오토 2세의 초상’

댓글 0 | 조회 1,152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장면](15)레지스트룸그레고리의‘제국의네영토를상징하는여성과오토2세의초상’주교의지팡이목장(牧杖)을든황제,교황권을누르다-레지스트룸그레고리(RegistrumGrego… 더보기
Hot

인기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34) 은총의 따사로운 햇살이 온 얼굴에 가득 비치고

댓글 0 | 조회 2,587 | 추천 0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34) 은총의 따사로운 햇살이 온 얼굴에 가득 비치고예수님 부인한 베드로 사도 인간적 모습으로 표현화가는 이 작품에서 예수님을 부인한 … 더보기
Hot

인기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18) 주님은 항상 우리와 동행하지만 우리는 그분을 잘 알아보지 못한다

댓글 0 | 조회 2,104 | 추천 0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18) 주님은 항상 우리와 동행하지만 우리는 그분을 잘 알아보지 못한다‘엠마오의 만찬’통해 예수님을 알아보다빵을 나누어 주시는 예수님과… 더보기
Hot

인기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2) 아시시 거리에서 떠올리는 파란 눈의 선교 사제

댓글 0 | 조회 2,063 | 추천 0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2) 아시시 거리에서 떠올리는 파란 눈의 선교 사제“오로지 하느님 뜻에 순명하겠습니다”성 프란치스코처럼 하느님 모습 보여주신 우리동네 … 더보기
Category
글이 없습니다.
State
  • 현재 접속자 28 명
  • 오늘 방문자 482 명
  • 어제 방문자 2,129 명
  • 최대 방문자 5,379 명
  • 전체 방문자 1,739,360 명
  • 전체 게시물 1,336 개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