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27) 악은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Pilgrimage News 성지순례 뉴스
홈 > Knowledges > Pilgrimage News > 성화
Pilgrimage News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27) 악은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관리자 0 3112 0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27) 악은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세상 유혹이 우리와 가까이 있음을 묘사
악과 맞서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강하게 일치하며 겸손하게 살 때 유혹 벗어나

 

발행일 2012-03-04 [제2785호, 13면]

광야에서 예수님은 참 빛이신 하느님을 향하여 무릎을 꿇고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예수님 바로 뒤에는 음산한 느낌을 주는 악마가 비슷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예수님께서 빛 한가운데 있는 것과는 달리 악마는 어둠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악마는 얼굴을 예수님 가까이에 대고서 이렇게 속삭이는 것처럼 보인다.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이 돌들에게 빵이 되라고 해 보시오.’(마태 4,3) 예수님의 발아래에는 빵처럼 보이는 돌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유리화 ‘유혹을 받으신 예수님’은 아래 복음을 토대로 제작됐다.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성령의 인도로 광야에 나가시어, 악마에게 유혹을 받으셨다. 그분께서는 사십 일을 밤낮으로 단식하신 뒤라 시장하셨다. 그런데 유혹자가 그분께 다가와,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이 돌들에게 빵이 되라고 해 보시오.”하고 말하였다.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마태 4,1-4)

3232235521_h2nODLki_dafe3488dca64d3eccf7a3a48721a2f1c7564aa8.jpg
 ▲ 첫 번째 창문의 유리화들.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성당에는 세 개의 커다란 창문이 있고 각 창문에는 구약과 신약의 주요 장면이 유리화로 묘사돼 있다. 작가 최영심(1946∼ )은 이곳에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유리화를 제작하여 구세사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게 해 주었다. ‘유혹을 받으신 예수님’은 대성당의 입구 쪽에 있는 첫 번째 유리창에 장식되어 있다. 이 유리창에는 이외에도 ‘성모영보’, ‘요셉의 꿈’, ‘예수 성탄’, ‘이집트 피신’, ‘성전에서 되찾음’, ‘예수님의 세례’, ‘카나의 혼인잔치’가 표현돼 있다. 

‘유혹을 받으신 예수님’은 유리화 가운데서도 매우 특별한 것에 해당된다. 일반 본당에서 이 같은 주제의 유리화가 등장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작가는 이 성당이 신학생들의 전례 공간으로 사용되는 곳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주제를 선택했을 것이다. 신학생들은 이곳에 모여 아침기도를 바치며 하루를 시작하고 저녁기도를 바치며 하루를 마감한다. 그들은 나날이 예수님을 향해 나아가지만 동시에 그분처럼 나날이 악의 유혹도 받으며 번민 속에 살아간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신학생들이 예수님처럼 하느님께 대한 신앙 안에서 모든 유혹을 극복하고 사제의 길로 나아가기를 바랐을 것이다.

3232235521_8XpfEbs1_6bc4e8a5bacccd738eddea788c4bec8363c5480c.jpg
 ▲ 최영심(1946∼ ),‘유혹을 받으신 예수님’, 유리화, 1997년, 가톨릭대학교(성신교정) 성당, 혜화동, 서울.
며칠 전, 겨울 햇살이 눈부시던 오후에 신학교 성당에 가서 해가 다 질 때까지 오랫동안 이 유리화를 살펴보았다. 눈앞에 있는 예수님은 여전히 유혹을 받으시는 것 같았고 악마도 변함없이 그분을 끈질기게 유혹하는 것처럼 보였다. 일찍이 예수를 유혹했던 악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를 찾아와 마음을 흔들어 놓으며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도록 유혹하고 있다. 

악의 유혹은 언제나 우리들 가까이에 있고 때로는 우리의 마음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어서 제대로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예수님의 바로 뒤에 있는 악마와 발아래에 있는 돌은 세상의 모든 유혹이 얼마나 우리들 가까이 있는가를 보여준다. 이 세상의 물질에 대한 유혹은 예수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일생 동안 받는 유혹 가운데서도 가장 큰 것이다.

불꽃처럼 타오르며 한평생 동안 따라다니는 악의 유혹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그 악과 맞서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강하게 일치하는 길밖에 없다. 예수님께서 빛을 향해 겸손한 자세로 무릎을 꿇고 있듯이 하느님의 말씀을 따라 겸손하게 살 때 우리는 세상의 이런 저런 유혹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가꿀 수 있을 것이다.

정웅모 신부 (서울 장안동본당 주임)

0 Comments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9) 프리드리히 스팀멜의 ‘하느님의 교회를 인도하는 레오 13세’

댓글 0 | 조회 1,707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9)프리드리히스팀멜의‘하느님의교회를인도하는레오13세’‘보편적인권’이라는새로운길로교회를이끌다-프리드리히스팀멜,‘하느님의교회를인도하는레오13세’(1903…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43) 피터르 브뤼헬의 ‘일곱 가지 자비의 행위’

댓글 0 | 조회 1,535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43)피터르브뤼헬의‘일곱가지자비의행위’목마른이에게마실것을,헐벗은이에게입을것을…사랑을행하여라-피터르브뤼헬,‘일곱가지자비의행위’(1616),개인소장,벨기에…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27) 조르조 바사리의 ‘그레고리오 11세 교황의 로마 귀환’

댓글 0 | 조회 1,513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장면](27)조르조바사리의‘그레고리오11세교황의로마귀환’70년만에본향로마로돌아온교황,환영하는양떼들-조르조바사리,‘그레고리오11세교황의로마귀환’,1572/73,교…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장면] (11) 생 질의 마이스터 ‘클로비스 왕에게 세례를 주는 생 레미’

댓글 0 | 조회 1,455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장면](11) 생질의마이스터‘클로비스왕에게세례를주는생레미’유럽의권력자클로비스왕,그리스도교수호자로나서다-생질의마이스터,‘클로비스왕에게세례를주는생레미’,61.5×4… 더보기
Hot

인기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30) 마음속에는 어느새 신비로운 물결이 출렁거리고

댓글 0 | 조회 2,830 | 추천 0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30) 마음속에는 어느새 신비로운 물결이 출렁거리고예수님의 부활 나비 형상으로 표현나비의 일생 예수님 삶·죽음·부활 상징27마리 노랑·… 더보기
Hot

인기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14) 찬란한 햇살이 내 온몸을 포근하게 감싸주고

댓글 0 | 조회 2,399 | 추천 0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14) 찬란한 햇살이 내 온몸을 포근하게 감싸주고예수님께서 외치셨다 “라자로야, 이리 나와라”권능에 찬 이 한마디에 죽었던 라자로 일어…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8) 루크 필즈의 ‘노숙자 임시 수용소 입소 허가를 기다리는 지원자들’

댓글 0 | 조회 1,328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 (58)루크필즈의‘노숙자임시수용소입소허가를기다리는지원자들’‘새로운사태’산업화의그늘,추위와굶주림에시달리는빈민들-루크필즈,‘노숙자임시수용소입소허가를기다리는…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42) 파스콸레 카티의 ‘트렌토 공의회’

댓글 0 | 조회 1,612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42)파스콸레카티의‘트렌토공의회’영혼을돌보는‘어머니교회’의근본으로돌아가다-파스콸레카티,‘트렌토공의회’(1588/1589),트라스테베레의성모마리아대성당,…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26) 드 뇌빌의 ‘보니파시오 8세 교황의 뺨을 때리는 샤라 콜론나’

댓글 0 | 조회 1,538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장면](26)드뇌빌의‘보니파시오8세교황의뺨을때리는샤라콜론나’뺨맞은교황,무너진권위-드뇌빌,‘보니파시오8세교황의뺨을때리는샤라콜론나’,프랑수아기조의저서「초기부터178…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장면] (10) 세바스티아노 리치의 ‘성모 성화 앞에서 기도하는 그레고리오 교황’

댓글 0 | 조회 1,491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장면](10) 세바스티아노리치의‘성모성화앞에서기도하는그레고리오교황’전염병의창궐…“주님,저희를돌보소서”-세바스티아노리치,‘로마에서페스트의소멸을위해성모께비는그레고리… 더보기
Hot

인기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29) 주님의 사랑은 우리를 당혹하게 만든다

댓글 0 | 조회 2,572 | 추천 0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29) 주님의 사랑은 우리를 당혹하게 만든다“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허리에 수건을 두른 예수님께서베드로 발 정성껏 씻는 장… 더보기
Hot

인기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13) 매미 한 마리를 잡아 성모상 앞의 작은 나뭇가지에 붙여 놓고

댓글 0 | 조회 2,679 | 추천 0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13) 매미 한 마리를 잡아 성모상 앞의 작은 나뭇가지에 붙여 놓고메시아 탄생 알리는 황금색 별 빛나하나의 작품 세 부분으로 제작삼위일…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57)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

댓글 0 | 조회 1,784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57)밀레의‘이삭줍는여인들’목가적풍경이면에담겨진19세기농민들의팍팍한삶-밀레,‘이삭줍는여인들(LesGlaneuses)’,1857년,오르세미술관,프랑스파리…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41) 바치초의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의 죽음’

댓글 0 | 조회 1,796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 장면](41)바치초의‘성프란치스코하비에르의죽음’중국선교의꿈품은채하늘로간하비에르-바치초,‘성프란치스코하비에르의죽음’(1675),성베난치오성당,아스콜리피체노,이탈… 더보기
Hot

인기 [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장면] (25) 조토의 ‘희년을 선포하는 보니파시오 8세 교황’

댓글 0 | 조회 1,781 | 추천 0
[명작으로보는교회사한장면](25)조토의‘희년을선포하는보니파시오8세교황’새로운시대‘100년전대사’은총을주는희년을선포하다-조토,‘희년을선포하는보니파시오8세교황’,라테란의요한대성전,이탈… 더보기
Category
글이 없습니다.
State
  • 현재 접속자 137 명
  • 오늘 방문자 1,649 명
  • 어제 방문자 1,897 명
  • 최대 방문자 5,379 명
  • 전체 방문자 1,765,131 명
  • 전체 게시물 1,336 개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