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45) 이탈리아 밀라노의 대성당 ‘두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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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45) 이탈리아 밀라노의 대성당 ‘두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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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45) 이탈리아 밀라노의 대성당 ‘두오모’

 

135개 첨탑 갖춘 웅장한 ‘하느님 집’… 7세기 걸쳐 완공

 

발행일2017-11-19 [제3070호, 13면]

 

 

밀라노 대성당 전면. 전면이 삼각형인 것은 대성당이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집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유럽의 오래된 도시 중심에는 거의 대부분 성당이 자리 잡고 있다. 성당 주변에서는 학교나 문화 시설, 시청이나 관공서 등을 볼 수 있다. 

 

중세에는 교회가 사람들 삶의 중심이었고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이런 건물의 배치가 생겼다. 

 

문화와 예술의 도시 밀라노 곳곳에서도 크고 작은 성당을 만나게 된다. 그 가운데서 가장 큰 성당이 ‘밀라노 대성당’(Duomo di Milano)인데 줄여서 ‘두오모’라고도 한다. 이탈리아에서 두오모는 하느님의 집인 대성당을 가리킨다. 밀라노 대성당은 고딕 양식에 화려한 전면과 외관의 장식으로 다른 곳과는 차별된 모습을 보여 명성이 높은 곳이다. 이 두오모는 이탈리아의 ‘성 베드로 대성당’, 브라질의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대성당’에 이어서 세 번째로 큰 성당이지만 고딕 양식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성당이다. 

 

현재 두오모 자리에는 5세기 초와 9세기 초에 건립된 성당이 있었으나 1075년의 화재로 파괴되자 새 성당의 건립이 오랫동안 논의됐다. 그러다가 1385년에 안토니오 다 살루초 주교(Antonio da Saluzzo)가 예수님을 낳으신 성모님께 봉헌할 성당 건립을 계획했다. 밀라노의 공작이었던 지안 갈레아초(Gian Galeazzo)가 성당 건립에 큰 관심을 갖고 유럽 각국의 건축가를 초청해 자문을 구하며 물질적 후원을 적극적으로 했다. 그 외에 많은 사람들이 힘을 합쳐 1386년에 공사를 시작했고 미완성 상태로 1418년 축복식을 거행했다. 

 

축복식 이후에도 성당의 부분 공사는 7세기에 걸쳐 계속 진행됐다. 두오모 공사는 1965년 출입구에 청동 장식문을 설치함으로써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대리석과 벽돌로 건축된 성당의 길이는 158.6m, 폭은 92m, 높이는 65.6m, 첨탑 최고 높이는 108.5m이다. 수백 년 동안 공사가 진행되면서 많은 건축가와 예술가들이 참여했고, 그들의 노고에 힘입어 다양한 양식이 혼합된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운 성당이 완성됐다. 

 

대성당 외부에서는 날렵한 기둥과 대리석 조각상 그리고 첨탑을 볼 수 있다. 두오모는 총 3159개의 조각상으로 장식됐다. 세상에서 가장 많은 수의 조각상으로 장식된 성당이다. 조각상 중에서 2245개는 135개의 첨탑과 처마에 설치돼 있다. 그 가운데서 1774년에 만들어진 4.16m 규모의 황금빛 성모상은 108.5m에 이르는 가장 높은 첨탑 위에 있다. 이 상은 두오모가 성모님께 봉헌된 것임을 널리 알려준다. 

 

두오모의 전면이 삼각형인 것은 대성당이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집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성당의 전면에는 5개의 출입문이 있다. 각 출입문은 청동 부조로 장식돼 있는데, 이것은 성당의 다른 건축과 비교해 보면 가장 늦게 만들어졌다. 출입문의 부조에는 성모님과 예수님의 일생, 밀라노의 수호성인 성 암브로시오나 성 보로메오, 밀라노와 두오모 건축과 관련된 장면이 묘사돼 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중앙문의 부조는 19세기에 루도비코 폴리아키(Ludovico Pogliaghi)가 제작했다. 그 외 나머지 문의 부조는 1965년까지 순차적으로 제작됐다. 

 

 

제단을 향해서 본 두오모 내부. 

 

대성당 내부는 52개의 거대한 기둥에 의해서 다섯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각 기둥은 한 해의 전체 주간을 상징한다. 즉 이 세상의 모든 시간이 영원하신 하느님 안에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모든 기둥의 윗부분에는 교회의 여러 성인 조각상이 있는데 이들은 지상의 교회를 위해 하느님께 전구해 준다. 

 

성당의 지하에서는 5세기와 9세기에 있었던 옛 성당의 일부 유적지를 만날 수 있다. 이런 유적지를 통해서 현재의 교회가 과거의 신앙 공동체와 밀접하게 연관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두오모 지붕에 올라가면 첨탑과 그 위의 성인상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계단이나 승강기를 통해 성당 지붕에 올라가면 첨탑과 그 위에 있는 성인상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첨탑으로 이루어진 숲을 거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또한 첨탑 위의 성인들을 바라보면 천상의 시민인 그들을 직접 만나는 것 같다.

 

두오모 광장의 오른쪽에는 대성당 박물관이 있는데 이곳에는 교회와 관련된 많은 유물이 전시돼 있다. 잘 전시된 성상과 유리화 등은 두오모의 오랜 역사를 말없이 속삭여 준다. 오늘날 우리의 삶이 과거와 밀접히 연관돼 있는 것처럼 성당의 역사도 지난날과 깊이 연결되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두오모 전면은 2003년부터 2009년까지 대대적인 보수 작업을 통해 묵은 때를 벗고 깨끗하게 다시 태어났다. 교회에서는 135개의 첨탑도 보수하면서 많은 사람의 참여를 이끌고 기금을 모으기 위해 첨탑 입양 운동을 펼치고 있다. 즉 버림받은 아기를 입양해 돌보며 키우듯이 교회의 소중한 유물인 첨탑을 아끼고 보호하는데 사람들이 정성을 모으도록 한 것이다. 교회는 보수 기금에 동참한 사람의 이름을 첨탑에 새겨줌으로써 그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있다. 

 

교회의 건물이나 유물도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아서 사람들이 정성껏 품어주고 가꾸면 오랫동안 생명이 유지된다. 그런데 교회의 보물인 유물을 품어주어야 할 사람은 누구일까? 교회 유물을 아끼고 보존하는 것은 성직자나 수도자뿐 아니라 신자 개개인이 해야 할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다. 밀라노 대성당이 교회 유물을 더 잘 보존하기 위해 첨탑 입양 운동을 펼치고 있는 것처럼 우리 교회도 유물 보호 운동을 전개하며 정성을 모아야 할 것이다.

 

 

정웅모 신부 (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 유물 담당) 

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87년 사제품을 받았다. 홍익대와 영국 뉴캐슬대에서 미술사·박물관학을 전공했다. 서울대교구 홍보실장과 성미술 감독, 종로본당 주임, 장안동본당 주임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사진 이기정 신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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