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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58) 바티칸 시국에 있는 ‘성 베드로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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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58) 바티칸 시국에 있는 ‘성 베드로 광장’

 

성인의 보호 받으며 천국을 걷는 느낌이 이러할까

하느님 영원성 보여주는 타원형 광장과 연결된 성 베드로 대성당
베드로 사도의 ‘천국의 열쇠’ 상징
광장 지나 성당으로 들어가는 길 주님 만날 준비하는 정화의 역할

발행일2018-04-15 [제3090호, 13면]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에는 또 다른 작은 나라가 있다. 바로 바티칸 시국이다. 로마 시내의 여러 언덕 가운데 한곳인 바티칸은 교황청이 있는 곳으로 가톨릭교회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이지만 정신적으로는 큰 영향을 미치는 국가다.

독립국가인 바티칸 시국은 교황청 기관과 성 베드로 대성당, 바티칸 박물관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 가운데서 순례자나 관광객이 드나들 수 있는 곳은 주로 대성당과 박물관 주변이다.

성 베드로 대성당과 광장의 전경

르네상스 시대부터 바로크 시대에 걸쳐서 건립된 성 베드로 대성당(1506~1626년)은 규모와 아름다움에서 세계 교회 중 으뜸 자리를 차지한다. 이 성당은 인간의 작품이 아니라 하느님의 작품처럼 보인다. 즉 그분께서 인간의 손을 통해 지은 건물 같다. 하느님께서 주신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이 성당을 건립했다.

성 베드로 대성당을 건립하는데 예술가들만 공헌한 것은 아니다. 그들의 재능을 알아보고 적극적으로 후원해 준 교황들을 비롯한 교회 지도자들, 기도와 물질적 후원에 동참한 신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성당이 완성될 수 있었다. 따라서 이 성당은 하느님께 대한 신앙심이 충만했던 시대에 모든 사람이 합심해 지은 교회 구성원 전체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초대 교회의 기둥 역할을 했던 베드로 사도의 무덤이 제대 아래에 있고 역대 교황들의 무덤도 제단 가까운 지하 묘지에 있다. 어떤 교황의 무덤은 노출된 석관이어서 사람들에게 인생의 마지막인 죽음을 더욱 깊이 묵상하고 하느님 나라로 나아가도록 만들어 준다.

교황 축복을 받기 위해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사람들.

오늘날 성 베드로 대성당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것은 아름다운 광장이다. 성당이 완공됐을 당시부터 광장이 마련된 것은 아니었다. 그때는 성당 주변에 크고 작은 집들이 빼곡히 있었다. 그래서 커다란 성당은 제대로 숨을 쉴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알렉산델 7세 교황(1655~1667년 재위)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 베드로 광장’(Piazza di San Pietro)을 만들기로 하고, 바로크 시대의 조각가 베르니니(Gian Lorenzo Bernini, 1598~1680)에게 설계와 공사를 맡겼다. 베르니니는 성당의 전면이 그리스 신전처럼 딱딱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에 광장을 타원형으로 설계해 부드러운 모습을 담기로 했다. 성 베드로 광장 공사는 1656년부터 1667년까지 11년 동안 진행됐다. 광장의 폭은 246m이며 광장 입구에서 대성당 입구까지의 거리는 300m다.

성 베드로 광장을 조성한 후, 베르니니와 함께 일했던 예술가들은 광장의 경계선에 4열의 원기둥 284개를 세웠는데 기둥의 높이는 16m이다. 기둥 위에는 교회에서 공경 받던 140분의 성인과 교황상을 설치했다. 아래에서 쳐다보면 열주 위의 성인상이 작아 보이지만 실제는 3.6m에 이른다. 수많은 성상은 지상의 교회가 성인들이 있는 천상의 교회와 영적으로 일치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광장에 서 있으면 이미 천상 시민이 된 성인들의 보호를 받으며 천국에 들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우산을 쓰고 성 베드로 광장을 가로질러 가는 성직자.

광장의 양옆에 있는 바로크 문양의 분수대 두 개는 단순히 장식품이 아니라 하느님의 집인 성전에 들어가기 전에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깨끗이 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또한 광장의 중앙에는 이집트에서 가져온 26m 높이의 돌기둥 오벨리스크(obelisk)가 우뚝 서 있다. 돌기둥 위의 청동 십자가 안에는 성녀 헬레나가 예루살렘에서 가져온 십자가의 한 부분이 들어있다고 한다.

바티칸에서 시성식이나 큰 행사가 있을 때는 수많은 사람이 모두 참석할 수 있도록 성 베드로 광장을 자주 활용한다. 초대받지 않은 사람이라도 교회의 뜻깊은 행사에서 배제시키지 않으려는 배려다.

성 베드로 광장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가지다. 타원형 광장은 교회를 통해 선포되는 하느님의 가르침이 영원불변의 진리라는 것을 시각적으로 알려준다. 즉 시작도 마침도 없는 하느님 나라의 영원성을 원형으로 보여준다.

또한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건네준 천국의 열쇠를 연상시킨다(마태 16,13-20 참조). 지상의 교회는 천국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둥근 광장의 모양이 열쇠의 윗부분을 나타내고 성 베드로 대성당이 열쇠의 끝부분에 해당된다.

어머니나 아버지의 품과 같은 교회가 양쪽 팔을 활짝 펼쳐 이 세상에서 고단하고 상처 입은 사람을 모두 품어주는 것 같다. 자모이신 교회의 역할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고통 받는 사람들을 품어 위로해 주는 것임을 알려준다. 이 광장에 머물면 우리가 혼탁한 세상과 거친 세파로부터 보호받는 느낌이 든다.

성 베드로 대성당의 건물과 광장은 하나의 몸처럼 붙어 있다. 이 광장은 교회 건축의 주요한 부분으로 성당의 연장이다. 광장을 지나 성당 안으로 들어가면서 우리는 주님을 만날 준비를 한다. 광장을 거닐면서 우리는 세상에 깊이 물들어 살고 있는 자신의 삶을 정화하게 된다. 마치 고해소에서 죄를 참회하고 하느님의 용서를 통해 새롭게 태어나듯이 성 베드로 광장도 성사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러나 모든 성당이 성 베드로 광장 같은 것을 가진 것은 아니다. 특히 도시에 있는 성당의 마당은 넓지 않고 어떤 성당은 작은 마당조차도 갖지 못한 경우도 있다. 간혹 넓은 마당이 있어도 미사에 참례하는 신자들을 위해 주차 공간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신자들은 성당에서도 빼곡히 주차된 차량을 피해 요리조리 다녀야 한다. 어떤 성당에서는 그나마 있는 마당조차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방치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마당의 곳곳에 놓인 쓰레기통이나 청소도구는 성당의 품위를 떨어뜨리고 사람들의 마음도 삭막하게 만들기도 한다.

성당의 마당이 좁고 넓고를 떠나서 신자와 이웃 사람들을 위해 좀 더 잘 관리하고 가꿀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봄이 되면 화단도 손질하고 화초 몇 포기라도 가꾸면 고단한 사람들이 와서 쉬고 갈 것이다. 성 베드로 광장에 날마다 수많은 사람이 찾아오듯이 우리 성당의 마당을 지역의 작은 베드로 광장처럼 꾸며 많은 사람이 드나들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정웅모 신부 (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 유물 담당)
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87년 사제품을 받았다. 홍익대와 영국 뉴캐슬대에서 미술사·박물관학을 전공했다. 서울대교구 홍보실장과 성미술 감독, 종로본당 주임, 장안동본당 주임 등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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